기업 무선랜 솔루션 3강 구도…한국만 4파전?

"시스코-HPE아루바-루커스" + "삼성전자"

컴퓨팅입력 :2016/06/01 09:24

기업용 무선랜 솔루션 시장이 3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전문업체들이 덩치 큰 IT회사에 연이어 인수 합병된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1위 업체로 자리잡고 있는 한국을 제외하면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시스코시스템즈를 비롯해 아루바네트웍스를 인수한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브로케이드에 인수된 루커스와이어리스 등이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무선랜 솔루션시장 3대 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2015년 전체 시장 규모(비중)는 50억1천만달러(100%)였는데 이 중 시스코가 23억5천만달러로 47.0%를 점유했다. 그 뒤를 이어 HPE아루바가 8억5천만달러(16.9%), 루커스가 3억4천만달러(6.9%)를 기록했다. 유비쿼티, 화웨이, 에어로하이브 등의 매출이 별도 항목으로 잡혔지만 그 비중은 3% 미만이다. '기타' 업체들의 매출 합산액이 11억5천만달러(23.0%)에 달한다.

4년간 상위 3개 업체의 세계 기업용 무선랜 매출(점유율) 추이를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시장에서 2위 아루바와 3위 루커스가 1위 시스코를 추격하는 모양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시장은 38억4천만달러, 44억6천만달러, 49억3천만달러, 50억1천만달러(약 5조9천억원)로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세계 기업용 무선랜 매출 자료에 따르면 시스코, 아루바, 루커스가 상위 3개 업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의 무선랜 사업이 국내 매출 1위 규모로 파악돼 글로벌 경쟁 구도와 다른 양상을 만들고 있다.

그사이 한국 시장에선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무선랜 솔루션 매출 1위 업체로 떠올랐다. 작년말께 네트워크사업부는 영어권 매체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 조직에서 정리될 것이란 루머에 휘말렸지만, 올들어 2012년이래 국내에 전개한 무선랜 솔루션 사업의 성장세를 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외 시장 강화 의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2012~2015 세계 무선랜 시장 3파전으로 재편

4년간 시스코는 19억6천만달러(51.1%), 22억6천만달러(50.8%), 23억1천만달러(47.8%), 23억5천만달러(47.0%)를 벌었다. HPE아루바는 인수전 양사 합산 6억5천만달러(16.8%), 7억달러(15.6%), 7억8천만달러(16.2%), 8억5천만달러(16.9%)를 벌었다. 루커스는 1억9천만달러(5.1%), 2억4천만달러(5.5%), 3억달러(6.3%), 3억4천만달러(6.9%)를 벌었다.

통계제공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서 제공하는 IDC 기업용 무선랜 사업자 매출 분기별 추이(2011년 4분기~2015년 4분기)

부동의 1위 시스코는 1999년 에어로넷(Aironet), 2005년 에어러스페이스(Airespace), 2012년 머라키(Meraki) 등 전문업체 인수를 거듭하며 시장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 왔다. 현재 IDC는 '클라우드매니지드솔루션' 영역에 포진한 머라키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시스코 무선랜 부문 전체 매출 성장 속도는 둔해졌다. 점유율도 2014년 47.8%, 2015년 47.0%를 기록해, 과반이었던 2012~2013년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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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위권 자리다툼이 컸다. 2014년까지 아루바는 10%대 점유율로 꾸준히 2위였고, 루커스는 5~7% 점유율로 HP를 제치고 4위에서 3위가 됐다. 2014년 루커스의 추격에 3위에서 4위로 밀려난 HP는, 2015년 아루바를 인수하면서 루커스를 다시 제치고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HPE아루바는 아루바 무선랜 솔루션과 HPE 네트워킹 스위치를 결합한 포트폴리오로 기업의 모바일 업무 최적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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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커스도 지난 4월 SAN스위치업체 브로케이드에 인수됐다. 이는 브로케이드의 네트워크가상화 및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전문업체 '비아타'와 LTE코어솔루션업체 '커넥템' 인수의 연장선에 놓인 행보다. 브로케이드가 꿈꾸는 전체 그림은 중앙 인프라에서 IoT와 모바일엣지 컴퓨팅 영역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네트워킹 환경 구축 전략이다. 이 구상이 단시일내 루커스의 입지 확대로 이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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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5년 연간 세계 기업용 무선랜 상위 3개 업체 및 전체 매출. (4위 이하 사업자 중 '기타'에 묶이지 않은 업체 생략함.) [출처=IDC]
2012-2015년 연간 세계 기업용 무선랜 상위 3개 업체별 시장 점유율. (4위 이하 사업자 중 '기타'에 묶이지 않은 업체 생략함.) [출처=IDC]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매각설 일축하고 '안방 호령'

한국 시장 양상은 글로벌 시장의 3강 구도와 판이하다. 세계 1~3위 업체인 시스코, HPE아루바, 루커스의 서열이 한자리씩 밀려 있다. 국내 매출 1위는 지난해 11월 통신산업 전문매체 라이트리딩의 익명 소식통 보도로 매각설에 휘말렸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다. 당시 삼성전자는 네트워크사업부 매각설을 정면 반박했다. 루머에 공식 대응하지 않는 대기업으로선 이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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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무선랜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국내 주요 대학과 부속기관 및 공공기관 무선랜 인프라 구축사업 수주를 통해 거둔 실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그 구체적인 매출 규모나 수익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국내 무선랜 매출 1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진재형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담당 상무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3분기 국내 시장 1위를 달성했다"며 "분기 매출 1위에 이어 연간매출 1위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참조링크: 무선랜 통해 캠퍼스에 스마트한 변화주다]

삼성전자는 이달초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국내 주요 대학교 무선랜 인프라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성균관대, 동덕여대, 숙명여대에 이어 서울신학대학교에도 무선랜 솔루션을 공급했다고 밝히면서다. 네트워크사업부 김정기 상무는 "대학뿐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국내 무선랜 선두 업체 위상을 다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조링크: 삼성전자, 무선랜 솔루션 구축하고 선 없는(Wireless) 대학 캠퍼스 사업 본격 확대]

그런데 삼성전자의 최대 수익원은 삼성그룹 계열 법인과 지역별 사업장에 적용되는 무선랜솔루션 구축 수요라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업체의 솔루션을 구축했던 계열 법인의 무선랜 인프라를 대체하는 수요가 2015년 삼성전자 무선랜 사업 매출 급성장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이 견해는 삼성전자가 기업용 무선랜 솔루션 사업을 지금처럼 내수 목적으로만 투자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스마트 무선랜 보안AP.

강인철 HPE아루바 전무는 "삼성전자는 AP와 스마트패드 기기를 묶은(번들링) 형태 공급 방식을 활용하거나 지방 기업 또는 삼성 계열사 무선랜 수요를 공략하는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 사업하고 있는데, 기존 아루바와 시스코 제품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무선랜 사업을 지금처럼 한국에서만 투자하는 형태로 갈지 (글로벌 사업 의지가 있는 건지) 장기적으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글로벌 무선랜 솔루션 업체들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행보를 주시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국외 교육기관에서 무선랜 솔루션을 공급한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 성과를 부각시킨 경우를 찾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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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B2B엔터프라이즈솔루션데이'를 열고 기업용 네트워크 제품과 솔루션 신제품을 공개하며 국내 무선랜 사업 의지를 강조했다. 중소 솔루션 업체들과 손잡고 Wi-Fi, 지그비, 저전력 블루투스를 탑재한 IoT 무선랜 액세스포인트(AP)를 활용해 쇼핑몰 위치기반 광고, 대학 강의 출결 관리, 병원 건물 조명제어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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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진재형 상무는 "무선랜AP는 기업 시장에서 IoT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여러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IoT 기술이 접목된 네트워크 솔루션을 기업 시장에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외 시장 진출, 입지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진재형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무

[☞참조링크: 삼성전자, 2016 B2B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데이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