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팔라 '훈풍'에 힘 빠진 그랜저·K7

준대형 시장 독주 모델 노후화에 수요 이탈

카테크입력 :2015/10/01 17:24    수정: 2015/10/02 16:03

정기수 기자

한국GM의 준대형 플래그십 세단 '임팔라'의 초반 흥행이 내수 훈풍으로 이어졌다.

반면 그동안 국산 준대형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오던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판매량은 쉽사리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그랜저 독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식상함이 임팔라의 수요로 그대로 옮겨간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임팔라'는 지난달 1천634대가 판매됐다. 회사 측은 첫 달 성적표에 내심 만족하는 기색이다. 단종된 기존 준대형 세단 '알페온'의 월 판매량은 1천대를 넘은 적이 없다. 아직 고객에게 인도되지 못한 임팔라의 대기물량만 8천여대가 넘는다.

쉐보레 임팔라(사진=한국GM)

임팔라는 추석 연휴 전까지 계약건수 1만대를 돌파했다. 해외에서 수입 판매되는 모델인 데다, 고가의 준대형 세단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기라는 평가다. 한국GM은 국내에 들여온 임팔라에 북미 시장과 차별화한 편의사양을 대거 추가하면서도 가격은 최대 500만원가량 저렴하게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지금 당장 계약해도 차량을 넘겨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3개월 이상 소요된다. 본사인 GM(제너럴모터스)에서도 임팔라의 국내시장 반응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의 초도 물량이 이달 판매로 모두 소진됐다"며 "본사에 물량 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물량 증산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받은 만큼, 향후 출고 대기 기간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은 임팔라를 GM의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해 완성차 형태로 수입, 판매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과 달리 수요에 따라 판매량 조절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의 경우 앞으로 GM 본사로부터의 물량 공급이 늘어날수록 계약분이 소진돼 판매량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초반 인기에 따른 공급난으로 이탈 고객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활한 물량 조달이 신차 효과의 최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위한 초반 행보도 순조롭다. 한국GM은 올해 노조와의 임금교섭에서 임팔라의 국내생산 조건을 초기 3개월 간 '월 1천대 이상 판매'로 내건 바 있다.

■올드하고 식상한 '그랜저·K7'...대책은?

반면 임팔라의 최대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현대차 그랜저는 판매 추이가 심상치 않다.

그랜저의 지난달 판매량은 6천273대로 전년동월 대비 1.0% 늘었다. 전월인 8월(6천62대) 대비로는 3.5% 늘어난 수치다. 다만 전월 판매량이 7월(7천44대) 대비 13.9%나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확연히 더디다.

그랜저는 올 들어 7월까지 월간 최소 6천대 중반에서 최대 7천대 후반의 판매량을 기록하다가 8~9월 6천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공교롭게도 임팔라가 출시된 8월부터 판매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랜저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판매량도 6만968대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7.7% 줄었다.

그랜저(사진=현대차)

임팔라의 후폭풍은 현대·기아차 준대형 세단의 맏형인 그랜저보다 K7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K7은 지난달 1천519대가 팔려 전년동월 대비 8.0%나 판매량이 빠졌다. 1~9월 누계실적은 1만4천546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

업계에서는 그랜저·K7의 노후화와 임팔라의 신차효과가 겹치면서 준대형 수요가 임팔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그동안 그랜저의 준대형 시장 독식은 상품성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컸다기보다는 마땅한 대안 차종이 없었던 탓"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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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첫 달 맞대결 성적표를 놓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성급하지만 시장에서 임팔라의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신형 그랜저·K7의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형 그랜저·K7의 출시는 각각 내년 연말과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