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바닥 친 현대·기아차, 하반기 총공세

대대적 신차 공세...환율·파업 리스크 관건

카테크입력 :2015/07/24 11:33    수정: 2015/07/24 13:25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올 2분기 중국시장 판매부진과 유럽·신흥국 환율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외형은 제자리 걸음 수준에 그쳤고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브랜드간 경쟁 심화로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 탓에 이종통화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의 파고를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역시 2분기 실적 부진이 이어진 탓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아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5.5% 감소한 6천50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2% 증가한 12조4천5411억원이었다. 상반기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23조6천188억원, 1조1천6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 22.8% 줄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6.1% 감소한 1조7천509억원, 매출액은 0.3% 늘어난 22조8천2166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도 각각 43조7천644억원, 3조3천3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17.1% 감소했다.

2분기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화됐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개선돼 회복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상반기 기준으로는 외형과 수익이 함께 쪼그라들었다.

양사 모두 실적 개선에는 실패했지만 낮아진 시장 컨센서스에는 어느 정도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분기 실적을 기점으로 현대·기아차가 반등의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하반기 실적 반등 '신차효과'와 '환율'이 변수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시장 판매 하락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81만3천400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감소 폭은 주요 완성차업체 중 닛산(-8.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기아차 역시 22%에 달한다. 중국판매 부진은 현대차(241만5천777대, 3.2%↓)와 기아차(143만7천대, 0.4%↓) 상반기 전체 판매량을 끌어내렸고 영업이익 감소로 직결됐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4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던 전분기(1조5천880억원)보다 두 자릿수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기아차도 전분기 대비 반등했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0.3%, 기아차는 27.2% 각각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를 포함한 기타 통화 대비 원화가 큰 폭의 강세를 보여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이와 함께 지난해 상반기 보다 업체간 경쟁이 한층 심화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 국내외 시장에서의 신차 효과와 해외시장에서 재고 소진과 신차판매가 확대되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화 대비 달러 강세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기대로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상반기 일본업체와의 경합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원엔 환율이 100엔당 938원까지 상승한 만큼 하반기에는 경쟁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하반기 실적 반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올 하반기에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추가적인 신차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중국판매 부진 본격화와 미국과 내수 등 핵심시장에서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및 유로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신흥시장의 회복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반기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영호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원달러 상승)를 중심으로 한 환율 여건은 우호적으로 변화했다"면서도 "달러 강세 전망에 기초에 엔화 등 경쟁관계 통화와 기타 지역 통화 역시 약세 기조다. 종전보다 다각적인 환율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달러 상승세의 절대 수혜폭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원화 약세 효과가 기대되지만 중국과 신흥국에서 판매 부진이 지속되며 실적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문제와 수입차 공세에 따른 내수시장 부진 등 내부경영 환경도 실적 반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인상 규모와 통상임금 범위 등을 놓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기아차는 아직 임금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인 1.2%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등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어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감소하거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루블화,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반면, 자국통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및 유럽 경쟁사들의 공세로 인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 주요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등 대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 이후에도 어려운 경영 여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이는 한편, 내실경영을 지속 추진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신차'로 넘는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인 11개 차종에 달하는 신차 출시를 통해 실적 부진 만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의 약진, 중국시장의 저성장 우려, 신흥시장 불안 등 악재를 신차 효과로 정면 돌파해 판매와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또 원달러 환율의 긍정적인 영향도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전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최근에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흥국들에서는 상반기 손익 측면과 환율 영향이 좋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현지 시장점유율을 늘려서 환율이 안정되고 경기가 회복될 경우 이익 개선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의 정체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신차를 하반기 출시하며 신차효과를 극대화 하고, 판매 지원을 통해 애초 세웠던 연초 판매목표(505만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X3(사진=기아차)

특히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만회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중심으로 신차 투입을 확대한다.

이 사장은 "중국 로컬 업체와의 가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반기에 인센티브와 광고·마케팅 비용을 증액하는 한편 신형 투싼 등 SUV 출시 일정을 앞당겨 시장 수요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스트라, ix25 등 중국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생산물량을 조정해 변경할 계획"이라며 "중국 전략형 모델을 계속 출시해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적으로 SUV 시장 성장에 맞춰 중국시장에서 2개의 라인업을 2017년까지 최대 4개로 확대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기존 K4 및 KX3와 함께 출시 예정인 K5와 스포티지의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을 위해 소매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금융지원 판촉을 차별화하겠다"며 "서부 내륙 지역 시장 확대를 위해 신규 딜러를 영입하고 기존 딜러의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수시장에서도 신차를 대거 투입해 안방 점유율 회복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이달 쏘나타 2016년형 모델과 신형 K5를 동시에 출격시키며 그동안 수입차에 잠식당했던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오는 9월에는 풀체인지(완전변경)된 신형 아반떼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반떼는 지난해 한국 단일 차종 중 최초로 1천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전 세계 판매 모델 중 3위를 기록했다.기아차 신형 스포티지도 오는 10월께 국내에 선보인다.

친환경차 라인업도 강화한다. 연내 현대차 최초의 준중형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AE)을 선보여 국내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도 신형 K5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올해 4분기에 새롭게 내놓을 방침이다. 현대차는 또 연말께 대형 플래그십 모델인 에쿠스를 연말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전날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보통주와 종류주 1주당 각각 1천원의 현금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향후 배당 확대와 관련해선 단기적으로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인 15%에 맞추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차 업계의 25~3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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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사장은 "배당 성향은 연말 경영성과가 나오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배당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간배당은 지난해 9월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 후 강조해 온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한전부지 인수 이후 주가가 급락한 뒤 좀처럼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자 배당규모를 늘리고 중간배당 실시 의지 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최근 불거진 삼성과 엘리엇의 지분공방 사태를 놓고 그룹 고위층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권익 보호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