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익 악화…환율·판매부진 발목

영업익 16.1%↓, 5분기 연속 감소

카테크입력 :2015/07/23 15:22    수정: 2015/07/24 09:52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판매부진과 유럽·신흥국 환율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를 넘지 못하고 2분기에도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브랜드간 경쟁 심화로 해외 주요시장과 내수시장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주요 거점인 유럽(유로화)과 전략 지역인 러시아(루블화), 브라질(헤알화) 등 이종통화의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까지 겹쳐 실적이 악화됐다.

시장 컨센서스(1조7천510억원)에는 부합했지만 눈높이가 워낙 낮아졌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 역시 17%를 웃도는 하락 폭을 보였다.

현대차는 3분기에는 이종통화 가치 안정에 대한 기대와 신차 효과 확산 등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지속과 내수시장 부진, 파업 리스크 등으로 실적 반전을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6.1% 감소한 1조7천5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한 수준이다. 4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 분기(1조5천880억) 대비로는 10.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7.7%로 전분기 대비 0.1%p 상승에 그쳐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7천904억원으로 23.8%나 빠졌다. 매출액은 0.3% 늘어난 22조8천21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재작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2조원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분기 1조9천384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해 2분기 2조872억원으로 다시 2조원대에 올라섰지만 이후로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2조원대를 하회하고 있다. 특히 작년 1분기(3.7%) 이후 5분기째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이 4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 전 분기(1조5천880억원)보다 두 자릿수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현대차 관계자는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를 포함한 기타 통화 대비 원화가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며 "이와 함께 지난해 상반기 보다 업체간 경쟁이 한층 심화되면서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주요시장 판매 부진 타격...연간 영업이익률 8%대 위협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3.2% 감소한 241만5천777대를 기록했다. 내수는 전년동기 대비 3.0% 줄어든 33만5천364대를 판매했다. 해외판매량은 총 208만413대로 3.2% 하락했다. 전 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어진 판매 부진은 상반기 전체 판매 실적을 끌어내렸다. 현대차의 2분기 글로벌 판매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2.8% 줄어든 123만2천943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시장의 판매 부진이 뼈 아픈 대목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미국에서 1.8% 늘어난 37만1천150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금보조금(인센티브)을 대폭 늘려 수익성은 오히려 처졌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51만3천784대를 판매, 전년동기(55만대) 대비 8.5% 감소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첫 감소세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유로화와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글로벌 업체의 공격적인 판촉과 저가 공세를 퍼붓는 중국 업체에 밀려 반격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유럽시장에서는 8.1% 늘어난 23만7천221대를 판매했으나 점유율은 상반기 전체 유럽시장의 평균 판매 증가율에 못 미치며 3.2%로 정체됐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의 감소세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러시아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감소한 7만9천444대를 판매했다. 브라질에서도 총 10만497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7.9% 줄었다.

해당 국가의 경기 침체로 전체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점유율은 늘리며 선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판매 감소에 루블화와 헤알화에 대한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안방 사수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40.3%를 기록한 이후 올 1월 38.1%, 2월 38.8%, 3월 38.5%로 40%대 밑으로 추락했다. 올 4월 신형 투싼 출시 효과에 힘입어 41.3%로 회복했으나 5월 다시 39.1%로 내려앉았고 지난달에도 39.2%로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2분기 실적 하락으로 현대차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3조3천389억원에 그쳤다. 전년동기 대비 17.1%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조7천737억원으로 13.8% 감소했다. 매출액도 1.4% 줄어든 43조7천64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전년동기 대비 1.5%p 하락한 7.6%를 기록하며 1분기(7.58%)에 이어 정체되는 모양새다.

2011년 10%대로 최고치를 찍으며 내달리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2~2013년 9%대로 주춤하더니 지난해 8.46%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1~2분기에는 7%대에 머물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영업이익률 8%대도 위태롭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인 1.2%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등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어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감소하거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루블화,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반면, 자국통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및 유럽 경쟁사들의 공세로 인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 주요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등 대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3분기 기대…"신차 효과·신흥시장 회복' 관건"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 국내에서는 신차 효과와 해외시장에서 재고 소진과 신차판매가 확대되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화 대비 달러 강세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내수시장에서는 신형 투싼과 2016년형 쏘나타 등 최근 출시한 모델들의 신차효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오는 9월 국내 출시할 '신형 아반떼'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신형 투싼과 크레타의 본격 투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 모델을 적기에 투입해 판매 증대 및 수익성 제고를 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작년 3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은 1천025.8원이었으며 최근 환율 동향을 고려했을 때 향후 긍정적인 환율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글로벌 신차 출시가 집중돼 있는 하반기 판매 증대 및 공장 가동률 개선과 더불어 전사적인 비용 절감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수익성 제고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황이 어려울수록 출발점을 강화해야 한다"며 "손익도 그 출발점은 매출액인 만큼 하반기 이후 전사적인 역량을 모아 판매를 증대하고 공장 가동률을 개선한다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이달 초 선보인 '2016년형 쏘나타'(사진=지디넷코리아)

다만 전 세계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및 유로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중국 경기침체와 맞물린 수출 부진도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돼 실적 반등이 불투명하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불거진다. 신흥시장의 회복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반기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도 3분기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9월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차량 4만2천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9천10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의 국내생산 비중이 약 38%에 달하는 만큼, 국내공장 가동률 하락은 해외판매 실적 부진으로 직결된다.

기대를 걸었던 볼륨 모델들의 판매 부진으로 내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상반기 최대 기대주였던 신형 투싼의 신차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사라지면서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형 투싼은 지난 3월 출시 직후 다음달인 4월에는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9천255대가 판매되며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5월에는 7천270대로 감소하더니 지난달에는 4천929대를 기록해 4월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투싼의 신차 효과가 예상보다 미흡했다"면서 "최근 출시된 볼륨 모델인 2016년형 쏘나타와 하반기 신형 아반떼의 성공 여부에 따라 내수시장 사수 성패 여부가 달렸다"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판매 부진에도 불구, 연초 세웠던 연간 판매 목표 505만대를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사장)은 이날 "당초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를 작년보다 3.5% 늘어난 8천710만대 정도로 예상했다"며 "중국과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로 이달 들어서는 1.2% 증가한 8천550만대 정도로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도 "하반기 신차 출시를 통해 목표 달성에 전사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중국은 시장 자체의 성장 둔화로 인해 판매 목표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다른 지역에 신차 출시를 통해 전체적인 판매를 만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실제 올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신차 공세로 실적 부진 만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의 약진, 중국시장의 저성장 우려, 신흥시장 불안 등 악재를 신차 효과로 정면 돌파해 판매와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특히 이달 초 중형세단 쏘나타에 디젤 모델을 추가함으로써 준중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디젤 라인업을 구축, 수입차가 장악하고 있는 디젤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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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에는 풀체인지(완전변경)된 신형 아반떼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반떼는 지난해 한국 단일 차종 중 최초로 1천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전 세계 판매 모델 중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가 출시되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엔트리카 시장에서 수입차에 뺏겼던 점유율을 다시 높이고 글로벌 판매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신형 투싼이 이달부터 본격 투입됐다. 이어 다음달에는 유럽에 출시되며 조만간 중국 시장 출시도 예정돼 있다. 해외 전략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는 이달 인도 출시를 시작으로 8월 이후 중동, 아프리카 등 각국에서 잇달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