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팬택 회생 기회 잡았다

이통사 채무상환 유예…채권단 결단이 관건

일반입력 :2014/07/24 18:17    수정: 2014/07/24 18:18

박수형, 정현정 기자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팬택이 이동통신사들의 채무상환 유예 결정으로 급한 고비를 넘기고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팬택 회생 여부는 채권단의 결정과 이후 팬택의 자구노력에 달리게 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24일 팬택의 상거래 채권을 향후 2년간 무이자 조건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상환을 유예 대상은 팬택과 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상거래 채권 전액으로 총 1천531억원 규모다.

이날 결정은 팬택 채권 가운데 절반 가량을 보유한 SK텔레콤의 단말기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SK네트웍스 이사회를 열어 채무 유예를 의결한 데 이어, KT와 LG유플러스도 동참키로 하면서 이뤄졌다.

다만 팬택이 함께 요구했던 최소 구매물량 보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는 이날 배포한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단말기 구매는 이통3사가 시장 수요와 기존 재고 물량 등 각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팬택 회생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이통사가 아닌 팬택과 채권단에 달려있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리스크와 부담을 고려할 때 팬택의 회생을 돕기 위해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팬택 회생의 주체는 명확하게 팬택과 채권단에 있기 때문에 팬택과 채권단이 잘 해결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팬택 지원 방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이통3사가 일단 채무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 여부는 채권단의 결정에 맡겨지게 됐다.

팬택 채권단은 다음주 중 협의회를 열고 상환유예를 전제로 한 새로운 경영정상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워크아웃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채권단 실무협의자들 간에 회의도 진행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안건 가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택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다음주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해 기존 안건을 수정한 새로운 경영정상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면서 가능하면 이달 중에 워크아웃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경영정상화 여부는 팬택의 자구노력에 달려 있다. 이통사들의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이통사들이 최소 구매물량 보장에 사실상 난색을 표하면서 제품 판매를 통한 현금유동성 확보와 생산정상화가 시급한 숙제다.

앞서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팬택은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이후 제품 기술력과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와 해외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독자생존에 대한 자신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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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일단 워크아웃 개시가 급선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통3사의 결정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면서 향후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에서 워크아웃 개시에 대한 가결 절차가 남아있지만 향후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루 빨리 공장 가동을 시작해 제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받아 협력업체에 다시 부품을 주문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