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핸디소프트의 변신, 시대의 자화상

기자수첩입력 :2009/06/26 14:51    수정: 2009/06/26 14:59

황치규 기자

지난 4월 핸디소프트 대주주가 생소한 이름의 오리엔탈리소스로 변경됐을때 사업군의 변화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당시 컴퓨터 도매 업체로 알려졌던 오리엔탈리스소가 120억원을 투자한 핸디소프트의 향배에 관심이 쏟아졌다. 물론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든 대표적 비즈니스로 손꼽히는 SW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설거라 전망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예상대로 핸디소프트는 대주주 변경 이후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실버타운 사업이란다. 결국은 건설이다. 건설이 뭐 어째서? 물론이다. 핸디도 건설사업 할 수 있다. 실버타운이 남들한테 쉬쉬해가며 해야할만큼 민망한 사업도 아니다.

그래도 구경꾼 입장에서 핸디의 실버타운 시장 진출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SW업체가 건설 사업에 진출하는 장면이 대한민국 전반적인 경제 정책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탓이다.

이명박 정부들어 건설코드의 위세가 지나치게 강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토목과 건설중심주의로는 양극화, 고용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IT업계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심하게 까칠하다. 사실여부를 떠나 'IT는 홀대받는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기대할게 없다'는 한숨소리도 들린다.

기자가 보기에 지금 건설과 IT는 꽤 불편한 관계로 비춰진다. "IT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말은?"하고 물으면 건설 또는 토목이라 대답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SW업체의 전략적 신규 사업이 실버타운이라는게 IT업계 종사자들에게 그리 반가울리는 없다. '역시 건설이구나' 하는 씁쓸한 반응도 꽤 되지 않을까 싶다.

핸디소프트는 SW사업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윤문섭 핸디소프트 대표는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하며 "실버타운 사업은 다소 정체된 핸디소프트 매출과 이익구조를 긍정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SW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 건설과 SW사업을 제대로 병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말이 말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설과 SW가 사이좋게 걸어가는 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다.

이쯤해서 질문하나. "핸디소프트가 실버타운에 이어 뛰어들 다음 신규 사업은 무엇일까요?" 

해답이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지만 미리 맞춰보고 싶은 독자분들을 위해 힌트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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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소프트는 이달초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보통신공사업, 주택건설 및 분양업, 신재생 및 바이오에너지 개발 및 투자업, 자원탐사개발 및 수출입업, 컴퓨터게임개발 및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제 답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기자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과 연관된 분야를 주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