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돌풍' 밀어서 잠금해제, 애플을 때리다

삼성 겨눴던 무기, 부메랑 돼 돌아와…멋쩍은 특허소송

홈&모바일입력 :2020/06/10 14:10    수정: 2020/06/11 06: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과거에서 불어온 돌풍’이 애플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까? 그리고 애플은 현재 기술로 과거발 돌풍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를 앞세웠던 애플이 똑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당하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애플이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를 제소한 지 8년만에 원고에서 피고로 신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9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이 소송 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 끝부분에 '과거로부터 온 돌풍'이라고 평가했다.

한 때 아이폰의 상징이었던 밀어서 잠금해제. 이젠 애플을 겨냥한 칼로 바뀌었다.

■ '밀어서 잠금해제'의 기구한 운명

애플을 제소한 것은 스웨덴 터치스크린 기술 전문업체인 네오노드다. 네오노드는 지난 8일 애플이 자신들의 특허 기술 두 개를 고의로 침해했다면서 미국 텍사스 중부지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네오노드는 애플과 삼성 간 특허소송 때 ‘선행기술’로 여러 차례 거론된 업체다. 애플에겐 눈엣 가시나 다름 없는 존재다.

그런 만큼 애플이 이번 소송을 어떻게 막아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칫 패소할 경우 ‘남의 특허’를 앞세워 안드로이드 진영을 ‘카피캣'으로 몰아 부쳤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을 공격한 네오노드가 앞세운 특허 기술은 크게 두 개다. ‘모바일 휴대 컴퓨터 기기를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규정한 879 특허권과 '이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993 특허기술이다. 993 특허는 879 특허의 후속 기술이다.

네오노드의 밀어서 잠금해제 개념도.

네오노드는 애플 ‘밀어서 잠금해제’를 무력화했던 879 특허권을 2012년 1월 10일 취득했다. 이 특허권을 출원한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선 2005년이다.

후속 기술인 993 특허는 2014년 8월 19일에 취득했다.

네오노드가 겨냥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밀어서 잠금해제(swipe to unlock)

둘째. 스와이프 타이핑(swipe typing)

밀어서 잠금해제의 역사는 조금 복잡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내놓을 때 '밀어서 잠금해제’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줄곧 ‘애플 특유의 혁신’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2016년 iOS10을 내놓으면서 변화를 꾀했다. ‘밀어서 잠금 해제’를 없애 버린 것. 대신 홈버튼을 누른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 해 전인 2015년 독일 연방대법원에서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권이 무효 판결을 받은 이후 내려진 조치다.

■ iOS13부터 야심적으로 적용한 퀵패스도 특허침해 소송 대상

아이폰의 잠금해제 방식은 2017년 iOS11에서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이했다. 홈버튼을 없애는 대신 ‘얼굴인식’을 적용한 것. 그리곤 ‘위로 쓸어올리는’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도입했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홈버튼 대신 빠르고 유연한 동작 인식 기능을 추가해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아이폰X에서 좀 더 직관적으로 내비게이션할 수 있게 됐다고 애플 측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네오노드는 이 기능에 자신들의 특허 기술이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기능은 ‘스와이프 타이핑’이다. 이 기능은 애플이 2014년 세계개발자회의(WWDC)때 처음 소개했다. 퀵패스(QuickPath) 키보드로도 불린다.

애플은 iOS13부터 퀵패스 기능을 추가했다. 퀵패스는 상당히 편리하다.

아이폰에 적용된 밀어서 잠금해제 기술

iOS 키보드를 연 뒤 손가락으로 철자를 쓸어나가면 된다. ZDNet을 입력할 경우 Z에서 시작해 D, N, e를 거쳐 t로 마무리하면 된다.

손가락을 떼면 자동으로 공백이 생긴다. 스페이스 바를 입력하지 않고도 문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퀵패스는 안드로이드에선 예전부터 사용해 왔던 기능이다. ‘스위프트 키’ 나 ‘스와이프’ 같은 서드파티 키보드도 이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은 iOS13부터 뒤늦게 이 기능을 수용했다. 서드파티 키보드와 연동도 함께 지원했다.

네오노드는 두 부분 모두 문제 삼았다. 애플의 네이티브 키보드 뿐 아니라 서드파티 키보드를 지원하는 과정에 자신들의 879와 993 두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애플이 퀵패스 키보드 기능도 특허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네오노드 소송문건)

그런데 네오노드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은 상당히 흥미롭다.특허 침해 못지 않게 애플이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 자료를 상세하게 제출했다.

이 부분에선 애플이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업체들을 제소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소개했다. 삼성과 소송 과정에 자신들의 특허가 선행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단 한 차례도 기술 라이선스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선 상당한 자신감을 내포한 서술 방식이다.

■ 네오노드 선행기술 찾기 힘든 애플, '혁신성 부족' 논리는 통할까

과연 애플의 ‘과거로부터 불어온 돌풍’을 피할 수 있을까?

삼성이 애플의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 공세를 피할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 무기 덕분이었다.

우선 ‘선행기술’이 있었다. 그 역할은 네오노드가 충실하게 수행해줬다.

두 번째는 애플 특허 기술 자체의 선명성이 부족했다. 애플의 ‘밀어서 잠금해제’는 혁신성이나 참신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에겐 첫 번째 무기는 찾기 힘들다. 네오노드 선행기술의 존재를 주장하는 순간, 과거 자신들이 했던 소송 자체가 우스운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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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혁신성 부족’이나 ‘주지의 기술’이란 주장을 앞세워야 한다. 이 부분 역시 뒤늦게 두 기능을 추가한 애플 입장에선 그런 주장을 내세우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어떤 묘책을 내놓을까? 스마트폰시장에서 오랜 만에 재개된 특허 소송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건 이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