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철탑농성 중단…355일만에 극적 합의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문 발표 후 첫 성과 평가

디지털경제입력 :2020/05/29 16:16    수정: 2020/05/30 08:03

서울 강남역 철탑에서 355일째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61세)가 삼성과 합의키로 하면서 농성을 중단한다.

삼성전자는 29일 "김용희 씨의 농성 문제가 양측의 합의에 의해 5월 28일 최종 타결됐다"며 "회사는 김용희 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대위는 29일 "오늘로 355일째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가 삼성 측의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 피해에 대한 배상에 합의하여 고공농성 투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연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다. 이후 지난해 6월 10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인근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에서 고공농성이 300일을 맞은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연대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번 합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동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나온 첫 성과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노동 문제, 시민사회 소통 등 의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 이후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며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준법감시위도 삼성과 김씨의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했다. 준법감시위는 정기 회의에서 김용희씨 등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삼성피해자공동투쟁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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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측은 "그 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며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김용희 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