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디지털 뉴딜, K-방역시스템에 집중하자

전문가 칼럼입력 :2020/05/29 05:00    수정: 2020/05/29 09:50

김덕현 세종사이버대 교수(혁신과융합 협동조합 이사장)

포스트 코로나 정책 일환으로 정부가 '디지털 뉴딜'이 중심인 '한국판 뉴딜'을 추진한다.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 3대 프로젝트에 10대 중점 과제가 포함될 전망이다.

DNA(데이터, 네트워크, AI)를 포함한 기존 계획 사업에 예산만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역대급 재난을 맞아 당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도 모색하는 정책이기에 올바른 방향 설정, 알맞은 수단 확보, 효과적/효율적 실행이 전제돼야 한다. 발빠른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재정 부담은 물론, 후속 사업에 끼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와 지식/정보가 중추 역할을 할 디지털 뉴딜은 하드웨어(HW)와 육체노동을 대상으로 했던 과거의 아날로그 뉴딜과는 접근방법이 달라야 한다. 아날로그 뉴딜은 자금과 사업을 나눌수록 혜택 범위가 커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디지털 뉴딜은 달라야 한다.

자금과 사업을 집중, 활용성이 높고 지속발전 가능한 하나의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SW(데이터 포함)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널리 보급 및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단독으로 쓰이는 것보다 다른 SW와 연결해 사용할 때 가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가 가치가 큰 것은 그 위에서 수많은 다른 SW(앱)가 구동되기 때문이다.

둘째, SW는 수명이 짧은 단품을 여러 개 만드는 것보다 진화가 가능한 고수준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또는 업무방식)을 구현한 SW는 한 번에 완성하는 일상용품 같은 것이 아니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제도 내지 문화로 성장해 가는 일종의 유기체다.

이런 이유에서 디지털 뉴딜은 국가 차원에서 긴요한 문제해결을 위한 1~2개 사업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그중 하나가 K-방역시스템이다. 세계적으로 모범사례가 된 K-방역 전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이다. K-방역시스템은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체, 민간단체, 연구기관, 군대 및 경찰, 각급 학교 등이 필요한 정보 공유와 업무 연결을 지원하는 통합정보시스템(system of systems)을 말한다. 이를 점차 K-재난, K재해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면 될 것이다.

K-방역시스템은 감염병 발생을 예측 또는 인지하는 활동부터 감염원 추적 및 확산 억제, 환자 치료 및 관리, 병원/검역소 등 시설과 의약품 생산-유통관리, 기관간 협조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디지털 인프라 및 SoC와 각종 비대면 서비스(예: 회의, 교육, 진료)가 포함된다. 이 시스템은 국내외 ICT 기업들이 보유한 솔루션 일부를 재개발하거나 추가 개발하고 끊어진 부분을 연결, 통합해 만들어야 한다.

구축 과정에서 업무/데이터/기술 등에 대한 표준화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K-방역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향후에 닥칠 또 다른 감염병 사전 준비와 국내 SW 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 해결, 국산 SW의 해외 수출 도모 등 적어도 1석 3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SW 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는 여러가지다. 예컨대, 국내서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SW 기업이 국제 시장에서는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 또 중소기업은 대형 사업을 수행해 본 인력 및 경험 부족으로 중견기업에 못 미치는 규모에 안주하거나 정부 발주 사업과 대기업 하청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해 기술 개발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도모할 여력이 없는 점,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을 놓고 다수 기업이 경쟁하다보니 건전한 협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는 점 등을 말한다.

미국 비영리 R&D 조직인 MITRE는 최근, 오픈소스 기반 방역시스템인 Sara-alert라는 SW 시제품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현 단계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다수 이해자가 공감하고 사용하면서 발전시켜 가면 세계 각국이 원하는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K-방역이 베스트 프랙티스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원하는 효과적 통합정보시스템을 얹어 수출하면 세계 시장점유율이 1% 수준인 우리나라 SW 산업 위상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K-방역시스템 구축 사업은 정부-민간 협력사업 방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업단 운영, 아키텍처 중심 & 애자일(agile)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자금 지원과 더불어 공익성이라는 가치를 견지하고 민간은 보유 지식 및 경험, 솔루션을 투자해 국내외 시장에서 수익 창출을 도모하는 식의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중 대기업은 대형 시스템 통합을 담당할 아키텍트와 프로젝트 관리자를 투입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구성품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한다. 사용자들은 개발할 시스템에 대한 기능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결과물에 대한 검증을 담당한다.

관련기사

'아키텍처 중심'이란 1990년대 말부터 미국이 발전시킨 정보기술 및 전사적 아키텍처(ITA/EA) 접근방식을 말한다. ITA는 목표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균형을 확보하고 개별 구성품간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도록 함으로써 투자 중복이나 노력 낭비를 막아준다.

애자일 방식은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을 우선 개발, 운영하고 고급 기능을 계속, 확장해 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단기적 성과 및 효과가 확보되지 않아 사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통상적 접근이 아닌 K-방역시스템 같은 특별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덕현 세종사이버대 교수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