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장 “수소충전소 대체 예정 부지 찾겠다”

기존 예정부지, 주거지와 가까워 일부 주민 반발

카테크입력 :2020/05/26 15:22

정부와 부산 동구청 등이 수소충전소 건설과 관련된 지역 갈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현재 추진중인 부산 동구 내 북항재개발2단계 지역 대신 부산 동구 내 다른 지역에 수소충전소 예정부지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은 26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항재개발2단계 지역 내 수소충전소 후보지는 LPG 가스 충전소와 일반 주유소 시설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며 “만약에 수소충전소가 건립된 이후 안전 사고가 나면, 인근 아파트 거주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여론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최 구청장은 25일 부산시 및 수소충전소 특수 목적 법인인 ‘하이넷’측과 수소충전소 건설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이넷과 부산시 측은 최 구청장에게 기존 예정 부지 대신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최 구청장은 이를 수용하고 다음날인 26일 100여명의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져 하이넷과 부산시의 요청에 대해 설명했다. 주민들의 반발 우려가 없는 새로운 수소충전소 부지를 물색하겠다는 뜻이다.

최 구청장은 “기존에 추진한 수소충전소 건설 예정부지는 주민들의 우려가 워낙 커서 자신도 해당 부지 내 수소충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며 “하지만 국가 차원의 수소경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전소 건설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은 주민과 정부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상태에서 수소충전소 건설 계획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학하 수소충전소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하루 최대 70대 수소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국회 앞 수소충전소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정부, 유관기관, 민간기관으로 구성된 수소경제홍보T/F는 지난 14일 부산 동구 범일5동 주민센터에서 ‘찾아가는 수소충전소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수소경제홍보T/F는 당초 예정한 부산 동구 북항재개발2단계 지역 내 수소충전소 예정부지가 부산 최고의 교통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원도심 등 인근지역의 수소차 보급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예정부지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 뿐만 아니라 기존에 완공된 아파트 단지와 불과 몇 m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주민 설명회에는 수소전기차 넥쏘 차량 오너와 충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간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수소충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은 “구청이나 시청 주변 등 외곽 지역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우리 지역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지난해 5월 발생한 강원도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 사상사고를 언급하며 “폭탄을 갖고 살란 말이냐. 우리 동네가 그렇게 만만하냐”며 고성을 내기도 했다.

이후에는 ‘현대수소차보다 북항재개발을 더 사랑하는 부산시민’이라고 불리는 한 시민모임이 북항재개발2단계 지역 내 수소충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내기도 했다.

해당 시민모임은 포스터에 수소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에너지”라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강원도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 사고와 지난해 6월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 현장 사례 등을 언급했다. 또 한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예로 들어 수소 자체를 폭발범위가 넓고 폭발규모가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시에는 사상구와 강서구 등에 총 두 곳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구 지역은 부산시내 세 번째 수소충전소가 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아직까지 여러 과제가 남아있지만 올해 하반기 동구 지역 내 수소충전소 건립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모터스튜디오 하남 정문 앞에 배치된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사진=지디넷코리아)

넥쏘 수소전기차 오너들은 수소충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부산 동구 주민들의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부산 중구에 거주하는 한 넥쏘 오너는 동구 내 움직임에 대해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반응을 내보냈고, 울산에 거주하는 한 오너는 “부산이 수소사회의 갈라파고스가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 동구 구의회는 수소충전소 건설 문제에 대해 27일 별도 의원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주민들의 의견 등을 수립해 좀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충전소 건립 문제가 생기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아직까지 수소전기차가 대중들에게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넥쏘는 지난 2018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 6천946대가 인도됐다. 이달에는 7천대 누적 판매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해당 판매 기록을 근거로 올해 내 넥쏘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같은 누적 판매량은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의 월별 판매량과 맞먹는다. 아직까지 수소전기차가 대중화 되지 않았고, 지난해 강릉 수소저장탱크 사고 공포가 잊혀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의 반발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재경 위원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산업 단지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충전소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그러면 수소전기차 통행이 각 지역별로 많아질 것이고, 대중들의 수소전기차 통행을 더 많이 목격하게 되면 수소충전소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