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기회 선점"…재계, 경영행보 빨라졌다

글로벌 생산시설 가동 재개 속 해외 출장에도 속도

디지털경제입력 :2020/05/25 17:58    수정: 2020/05/25 20: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주요 전자 기업들의 경영시계가 차츰 빨라지고 있다. 한동안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 됐던 해외 생산기지가 하나둘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기업 수장들도 현장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는 총 1천명 이상을 중국에 급파하며 해외 출장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14일간의 자가격리 면제 등 기업인들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신속통로 제도에 합의한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인력 240여명이 중국 장쑤성과 난징으로 출국했다. 10일에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와 협력사 직원 215명이 톈진으로 파견됐다. 이후 20일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 170여명이 광저우로 떠났다. SK이노베이션은 21일 120여명의 기술진을 장쑤성 옌청으로 출국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인력 300여명은 22일 중국 시안에 추가 투입됐다.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라인 가동도 정상화되고 있다. 한 달 이상 문을 닫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도 생산기지는 주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모두 이달 초중순께 재가동을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생산기지는 각국에서 이동 제한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가동을 재개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코로나19 영향으로 한동안 발이 묶였던 기업 수장들도 국내·외 사업장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에 격려 메시지를 전하는 등 신속한 위기 극복과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지속성장 가능성과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직접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아산 사업장에서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달 6일 경영 논란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에는 약 일주일 만에 배터리를 화두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어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삼성 반도체 사업 점검차 중국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다시금 위기 대응과 미래 도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경기 평택 캠퍼스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며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회와 구성원을 위한 안전망을 새로 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생존을 위한 R&C(자원과 역량) 확보와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그룹 창립 67주년 화상 추모사에서는 선대 위기 극복 DNA를 통한 100년 기업 성장 의지를 내비쳤다.

최 회장은 또 지난달 말 중국과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 해외 8개 지역 주재 구성원들과도 화상 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경영 현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 회장의 대규모 배터리 투자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2공장 설립을 위해 8천900억원 출자를 결의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구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대책 점검에 나서왔다. 이달 20일에는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 사고 현장을 헬기편으로 직접 방문해 사과하고 안전 대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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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산지 효율화도 꾀한다. LG전자는 이르면 올해 말 구미 사업장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길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TV 공장을 아시아 TV 생산거점으로 육성, 구미사업장은 TV 마더 팩토리이자 컨트롤 타워 역할에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공장 이전 과정에서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 이후 기회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 산업질서 재편과 신기술 채택 등 기회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