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속·비용 절감'…재계, 코로나 위기 속 미래 준비

"포스트 코로나 지속성장 위한 R&D·투자 우선 순위"

디지털경제입력 :2020/04/28 18:17    수정: 2020/04/29 06:47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불확실한 경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략적 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SK, LG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 기업별로 비용 절감과 함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별로 경영상황에 따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거나 계열사 특성에 따라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등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들어 화성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삼성종합기술원 현장을 방문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양자 컴퓨터 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대 규모 반도체 경력사원 채용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투자와 인재영입을 지속해 기술 초격차를 이뤄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지난해 10월 공표한 13조1천억원 규모의 퀀텀닷 디스플레이(QD) 투자도 내부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 우선 내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QD 디스플레이 생산 돌입을 앞두고 양산라인 구축과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임직원에 올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부터 QD 디스플레이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별로 비용 절감에도 나서고 있다. 예산 조정 비율은 부서에 따라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사업 호황일 때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게끔 예산을 늘리고,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이 맞물렸을 경우 부서 상황에 맞게 상시 마케팅 비용을 조절하는 등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해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어갈 계획"이라며 "수시로 불필요한 비용 절감과 단기 경영 전략 수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회사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위기 속에서도 차세대 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투자 계획에는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반 투자에 대해서는 선제적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하지만, 연구개발(R&D) 관련 기술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향후 6년간 61조1천억원을 투자하는 '2025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기아차는 올해 1월 전기차(EV) 사업 체제 전환과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위한 '플랜 S'를 발표했다. 회사는 플랜 S 일환으로 2025년까지 29조원을 투자한다. 혁신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벤처·스타트업 물색도 늦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이달부터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임원 임금 반납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1천200여명의 임원들은 월급 20%를 반납하고 종료 시점은 미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매출이 글로벌 전역에서 급감함에 따라 비용 비축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확보를 위해 수천억 규모 회사채 발행을 진행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미래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자금 확보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미래 기술 확보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SK)

SK그룹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한편 자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8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역사를 써내려 가자"고 강조했다. 지난 23일에는 중국·일본·동남아·미국·유럽 8개 지역 주재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경영 현안을 점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업무 방식 혁신, 신규 사업 발굴, 투자 전략 재검토 관련 아이디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계열사별로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현금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SK㈜의 비상장 자회사인 SK E&S는 최근 1조8천억원 규모의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약 10.3%를 처분했다. SK네트웍스는 주유소 사업을 이관해 1조3천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일부 부지 매각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회사 5대 신성장동력(IT 서비스, ICT 융합, 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에 대한 투자를 계열사 판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LG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 이후 성장을 준비하겠다"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흔들림 없이 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멈춤 없는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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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투자와 함께 계열사별로 글로벌 시장 공급과 수요 상황을 점검, 생산·공급망관리(SCM)·재고 관리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배터리 기술 초격차, 커넥티드 사업 생태계 구축과 로봇 솔루션 개발, 소재·부품 혁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익성 확대, 비대면(언택트) 솔루션 개발 등을 이뤄갈 방침이다. 전반적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는 등 변화도 주고 있다.

LG 관계자는 "지속적인 R&D와 공급망 관리 등 계열사별로 코로나19 이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