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직원 50% 재택근무' 선언했나

원격으로 인재 채용…'업무 효율화' 자신감 가진듯

인터넷입력 :2020/05/22 14:28    수정: 2020/05/24 00: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담론'이 무르익고 있다. 트위터가 무기한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번엔 페이스북이 향후 10년 내 직원 절반 가량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직원들과의 주간 화상회의를 통해 재택근무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저커버그는 향후 10년 내에 직원 50% 가량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하지만 저커버그는 “50%는 목표 수치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앞서 잭 도시 트위터 CEO도 무기한 원격근무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분산된 인력(distributed workforce)’란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사무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겠다는 것이다.

외신들 역시 “집중된 도시란 개념은 낡았다. 이젠 우리가 한 곳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트위터의 방침에 지지를 표했다.

■ 원격채용부터 시작…숙련도 높은 직원 우선 적용

저커버그의 이번 선언은 트위터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채용 방식부터 급여 체계까지 모든 것을 고려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획의 출발점은 원격근무가 아니라 원격 채용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회사 허브에서 4시간 거리 이내에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보니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채용하고 싶은 인재 중에선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고, 또 대도시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우선 원격채용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저커버그가 밝혔다. 페이스북 공식 사무실이 없는 곳에도 미니 허브를 만드는 방식으로 인근에 있는 인재들을 뽑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포털.

저커버그는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선 “애틀랜타, 댈러스, 댄버 등이 미니 허브 지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채용이 본격화된 이후엔 재직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물론 누구나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은 최소한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된 직원에 한해 원격근무를 허용할 계획이다.

첫째. 숙련도 높은 고위직 직원.

둘째. 최근 업무 평가에도 높은 평점을 받은 직원.

셋째.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팀 종사자.

넷째. 해당 그룹 책임자의 승인을 받은 직원.

이 네가지 조건에 해당되는 직원들은 원할 때는 언제든 원격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저커버그는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전부터 원격근무 시스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원격근무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저커버그는 밝혔다.

저커버그는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집에서 근무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생산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 "직원 50% 원격근무, 목표 수치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

흔히 원격근무를 도입할 경우 사무 공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것이 비용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원격근무를 도입할 경우 추가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원격근무 도구를 제공한다거나, 출장 경비가 추가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비용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왜 원격근무를 고민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저커버그는 "사회적 연결과 문화, 그리고 창의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위터도 최근 무기한 재택근무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특히 저커버그는 “10년 내 직원 50%가 원격근무할 것”이란 수치가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 수치로 제시한 게 아니라 예측이란 것이다.

더버지와 인터뷰에선 50%란 수치가 나오게 된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페이스북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격근무에 굉장히 관심 있다고 응답한 직원이 20%에 달했다. 어느 정도 관심 있다고 답한 직원도 20% 정도였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직원 40% 정도는 원격근무를 흔쾌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선호한다고 밝힌 40% 직원 전부가 원격근무를 하긴 힘들다. 그 중엔 원격근무 자체가 불가능한 부서에 속해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0%란 수치는 어떻게 나왔을까? 저커버그는 “원격 채용 인력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약 20% 가량 직원들을 원격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페이스북 직원 중 20~30% 가량이 원격근무로 전환하고, 향후 원격 채용할 직원을 합할 경우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 "사회적 연결은 새로운 문화…페이스북이 선도한다"

한 때 '디지털 노마드' 담론이 유행한 적 있다. IT혁명이 본격화되면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면서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비전이었다.

하지만 그 비전은 생각처럼 쉽게 실현되지 않았다. 100여 년 이상 계속된 기업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격근무에 최적화된 각종 업무 도구들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도 한계로 작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강요된 '원격근무'는 생각보다 성과가 괜찮았다. 원격근무를 시행하면서 성과가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그러면서 여러 가지 다른 상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서 대도시에 사무실을 유지해야 하는 정당성을 찾기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 대도시의 복잡한 교통 문제와 높은 주거 비용 등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커버그의 '직원 50% 재택근무' 선언이 눈길을 끄는 건 이런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원격근무의 출발점이 원격 채용인 점도 눈에 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흡수함으로써 회사 전체의 원격 근무 체제를 자연스럽게 정착시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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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는 이번 계획을 공개하면서 "페이스북은 늘 전향적인 기업의 위치를 지켜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런 선언의 밑바탕엔 선진적인 기업이라는 자부심도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화상회의를 비롯한 '포스트 코로나' 서비스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최근 50명까지 동영상 채팅을 할 수 있는 '메신저 룸' 서비스를 공개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