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진출 바이낸스, 무모한 벌집계좌 운영...위기 자초

14일부터 원화 입금 중지...BKRW 마켓 거래량 저조

컴퓨팅입력 :2020/04/24 08:04    수정: 2020/04/24 08:05

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한국 서비스 '바이낸스KR'이 무모하게 원화입금 기능을 열었다가 위기를 맞았다.

한국 시장 파트너인 BXB가 가지고 있던 법인계좌를 원화 집금 계좌로 사용하는 과정(일명 벌집계좌 사용)에서 은행 측과 마찰을 빚어, 지난 14일부터 현재까지 원화 입출금이 막혀있는 상태다.

바이낸스KR은 바이낸스 글로벌과 호가창을 공유한다는 점과 함께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법정화폐 거래소라는 점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 했지만, 이번 사태로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위기는 바이낸스KR이 자초한 면이 있다. 바이낸스KR은 서비스 오픈 단 이틀 전에 은행 측에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에 계좌를 사용한다고 알렸다. 한국은 벌집계좌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안일한 태도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바이낸스KR 측은 계좌 이용 전 은행 측에 고지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낸스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시장에 진출했다.

■원화입금 막히자 기대감 하락...BKRW 마켓 일거래량 2억원 수준

바이낸스KR은 원화 입금이 막히면서 야심차게 시작한 원화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원화 거래시장인 BKRW 마켓의 일일 거래량은 2억4천만원 수준이다. BKRW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원화를 입금하면 즉시 BKRW로 전환돼, 거래에 이용하는 식이다.

BKRW으로 BNB, 비트코인, 이더리움 총 3개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데, 각 코인 마다 거래량은 더 적어,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할 정도다. 거래량이 적으면 매수매도 호가 충분치 못해, 결과적으로 거래 체결이 잘 되지 않는다.

현재 BKRW 마켓에서 BNB 일 거래량은 330만원 수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1억1천400만원, 1억2천500만원 수준이다.

서비스 오픈 이벤트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저조한 이유는 원화 입금이 불가능해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탓이 커보인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원화 거래 지원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 거래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업비트의 경우 원화, 비트코인, 테더(USDT) 3개 마켓을 운영하는데 원화 마켓의 거래량이 98.1%로 절대적이다.

바이낸스KR 입장에서도 원화입금 중지 문제는 서둘러 해결애햐 할 과제다. 원화입금 중지가 장기화될 수록, 별다른 매력 포인트를 찾지 못한 이용자들이 실망하고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낸스KR의 원화입금이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다.

■바이낸스KR 원화입금 중지...왜?

바이낸스KR에 따르면 BXB는 지난 3월30일 법인 계좌를 개설한 우리은행 지점에 방문해 해당 계좌로 암호화폐 관련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계좌 개설 당시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내문에 서명했고, 해당 안내문에 '가상통화 활동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은행에 고지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 절차를 따랐다는 설명이다.

가상통화 활동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고 본 BXB 측 생각과 달리 우리은행은 지난 9일 해당 계좌의 거래를 4월20일부로 중지하겠다는 입장을 BXB에 알렸다. "계좌 개설 시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라는 문구에 서명했고 암호화폐를 취급할 경우 협의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은행 측 입장이다. 그리고 실제 계좌 중지는 당초 예고보다 빠른 14일에 이뤄졌다.

이후 법원이 바이낸스KR이 낸 거래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지만, 원화 입금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다. 바이낸스KR은 이에 "4월 중순 일부 고객의 거래 과정 중 비정상적인 활동이 확인돼 서비스를 중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 역시 거래소와 은행 간 '신경전'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한 블록체인 전문 변호사는 "은행이 가처분 인용 후 입금을 열어줬다가 다른 이유를 들어 바로 닫아버렸을 수도 있다"며 "은행이 작정하고 찾아보면 거래소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KR, 안일한 사업 준비로 위기 자초

법인계좌 이용을 놓고 은행과 마찰이 일어나면서, 바이낸스KR이 국내 규제를 가볍게 보고 무리한 방식으로 원화 입금을 열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자에게 원화를 입금 받으려면 지난 2018년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계좌(이하 실명계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개 업체 이외에 실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없다.

중소 거래소들은 금융위가 사용을 금지한 벌집계좌를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이 계좌 사용을 중지시키고, 거래소가 가처분신청을 내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가이드라인의 구속력이 다소 느슨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바이낸스KR이 서비스 시작한 시점은 이미 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한 후다. 특금법에 실명계좌 보유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포함됐다

특금법 시행까지 1년이 남았지만, 지금부터 가능한 모든 규제를 준수하자는 게 국내 암호화폐 관련 산업계 분위기다. 바이낸스KR의 벌집계좌 사용은 이런 분위기와 엇박자를 내는 행보다.

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이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바이낸스KR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 벌집계좌를 쓴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피치 못해 벌집계좌를 사용했다 해도, 서비스 오픈 단 이틀을 앞두고 은행에 이 사실을 고지한 것도 문제다.

특금법 통과 이후 자금세탁방지 규제 준수 분위가 강화된 점, 우리은행이 어떤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집금 목적으로 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따져봤으면, 벌집계좌 거래 계좌 중지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리스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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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XB법인 계좌를 거래소 입금용으로 사용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면, 우리은행에 더 빨리 고지하고 설득 작업을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바이낸스KR 측은 이런 지적에 "2019년 1월에 계좌를 처음 만들면서 만약에 가상통화 취급 목적으로 이 계좌를 사용할 경우 고지하겠다'는 내용이 있어 서명했고 서명한 대로 서비스 오픈전에 알린 것"이라며 "조율을 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