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바이낸스, 韓시장 진출...토종 거래소 긴장

법인계좌 이용한 원화 입금에 '무혈입성' '역차별' 논란도

컴퓨팅입력 :2020/04/02 08:06    수정: 2020/04/03 08:09

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바이낸스KR'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바이낸스 글로벌 서비스와 주문 장부(오더북)를 공유해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선호가 높은 '원화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이낸스의 공격적인 행보에 토종 거래소들은 긴장하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금 같이 신규 이용자 유입이 정체돼 있는 시장 상황에서 바이낸스가 자금력을 동원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결과적으로 순식간에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한국 진출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낸스KR이 원화 입금을 위해 법인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예민한 문제로 떠올랐다. 편법적인 방법으로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허가제 시행되기 전 규제 공백 상황을 틈타 '무혈입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낸스가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바이낸스KR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은 장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

■바이낸스, 국내 암호화폐 거래시장 진출..."영향 적지 않을 것"

바이낸스가 한국법인 바이낸스유한회사를 통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 특화된 거래 서비스 '바이낸스KR'을 출시했다. 회원 가입과 입금은 2일부터 가능하고, 실제 거래 기능은 6일부터 지원된다.

바이낸스KR은 바이낸스와 오더북을 공유를 통해 확보한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원활한 거래 매칭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오더북을 공유하는 바이낸스는 일 거래량과 방문자수로 평가했을 때 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다. 최근 일 거래량은 10억 달러 수준이고, 지난 2월 순방문자는 1천910만명에 이른다.

바이낸스KR은 원화 입금 지원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간편하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용자가 원화를 입금하면 자동으로 바이낸스가 발행한 원화스테이블코인 'BKRW'로 전환되고, BKRW 시장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1BKRW는 1원으로 항상 가치가 동일하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을 현재 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대형 변수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업비트·빗썸이 전체 거래량의 80%를 차지하는 양강구도다. 나머지 20% 시장을 코인원, 코빗, 고팍스를 포함한 다수의 거래소가 나눠가지고 있다.

복수의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은 "바이낸스 자체가 글로벌 1위 거래소라는 브랜드 파워와 거래량에 기반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암호화폐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국내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원화 거래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바이낸스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이용자 확보에 나서면 신규 유입이 없는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결국 기존 거래소의 이용자를 뺏어 오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비트·빗썸을 포함해 국내 거래소들은 현재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고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없는데 만약 바이낸스가 마케팅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투입해서 들어오면 국내 주요 업체들부터 휘청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이낸스, 규제 공백 틈타 편법 영업"...국내 거래소 역차별 문제 제기

바이낸스 한국 진출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낸스KR이 원화 입금을 위해 법인계좌를 이용하는 것도 예민한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자에게 원화를 입금 받으려면 지난 2018년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계좌(이하 실명계좌)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가이드라인이라 다소 느슨하게 적용되지만, 특금법이 통과되면서 내년 3월부터는 실명계좌를 보유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다.

바이낸스도 특금법 요건을 맞춰 정식으로 국내 시장에 사업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지호 바이낸스유한회사 대표는 "최근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서 앞으로 세부적인 규정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바이낸스 유한회사는 정부에서 정하는 가이드라인 준수에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국내 거래소들은 바이낸스가 특금법 시행까지 남은 1년동안 법인계좌를 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바이낸스가 일시적인 규제 공백상태를 틈타 국내 시장에 무혈입성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중소 거래소들은 법인계좌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낸스의 실질적인 경쟁 업체가 될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

업비트는 거래 은행인 기업은행에서 신규 가입자에 대한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으면서 2년 째 신규 가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실명계좌를 이용하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모두 6개월 마다 은행과 계약 연장을 해야 해서, 실명계좌 유지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명계좌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특정 은행계좌로만 입금을 받는 것 자체도 제약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법인계좌를 쓰면 이런 제한에서 자유롭다.

관련기사

한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내년 3월부터 특금법이 적용되는데 그 사이 바이낸스는 자금력으로 몸집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며 "같이 경쟁하는 건 좋은데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경쟁하는 게 문제다. 1년동안 바이낸스 몰아주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국내 기업들은 규제를 다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고 약간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외국 업체들은 법규제가 없는 지금 상황을 십분활용해 거침없이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역차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