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지털성범죄 무관용 처벌…국회 입법논의 주목

디지털성범죄 처벌 대폭 강화...여러 법 개정 잇따라야

방송/통신입력 :2020/04/23 14:13    수정: 2020/04/23 23:21

텔레그램 n번방을 계기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왔다.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아동 청소년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처벌 형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성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등 현행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정부는 여당과 당정협의를 거쳤다. 이에 따라 국회의 후속 입법 논의에 관심이 집중된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23일 정세균 총리 주재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끝까지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 등의 디지털 범죄가 늘어나면서 기존 디지털 성범죄 대응책으로는 신종 범죄 대응에 한계에 직면했다. 또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를 두고 처벌 수준 등이 국민 법감정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적인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방안을 찾게 됐다. 대통령이 직접 관련 TF 운영을 지시하고, 사법부 내에서는 양형 기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여야를 막론하고 20대 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단 분위기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 회의에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물은 제작 판매 외에 소지와 구매행위까지 처벌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유죄 판결 이전에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극약 처방을 꺼내기로 했다.

대법원의 디지털성범죄 양형 강화 추진에 이어 입법부와 행정부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데 뜻을 모은 것이다. 정부의 4대 분야 41개 세부과제 종합대책이 만들어졌고, 내달 내에 국회의 입법 지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정부 종합대책...무관용 처벌 강화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종합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 무관용 원칙 ▲아동 청소년 보호 강화 ▲처벌 및 보호 사각지대 해소 ▲중대 범죄 사회적 인식 확산 등의 원칙을 세웠다.

국민적 공분을 크게 일으키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은 중대범죄로 다루고 법정 형량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는 형량의 상한을 두지 않고 하한을 설정한다. 성착취물 광고 행위에 대한 처벌도 신설한다.

SNS로 성폭력을 모의한 뒤 실행하는 사례도 일어난 만큼 예비 음모죄를 처벌하는 살인죄와 같이 합동강간, 미성년자 강간도 실제 범행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예비 음모죄로 처벌한다.

양형기준도 대폭 높인다. 검찰은 사건 처리기준과 구형기준을 마련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대폭 강화된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독립몰수제 도입이 눈길을 끈다. 해외도피나 사망의 경우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 몰수가 가능한 제도를 도입하고 범행기간 중 취득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키로 했다.

사실상 디지털 성범죄를 통한 수익구조화를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독립몰수제는 검사가 기소 없이 몰수와 추징만을 별도로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도 확대된다. 수사단계부터 공개하고 유죄가 확정된 성폭력범 수준을 넘어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판매 범죄자도 신상공개 대상에 추가된다.

■ 디지털 성범죄 잠입수사 도입...마약 수사 수준

디지털 성범죄물은 텔레그램 n번방 사례와 같이 은밀하게 유통이 이뤄져 피해가 드러나는데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폐쇄성과 보안성 때문에 범죄 탐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탐지와 적발이 용이하도록 수사관이 미성년자로 위장해 수사하는 잠입수사를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재 마약 수사에서 활용되고 있는 수사기법이다. 우선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잠입수사 과정에서 수사관을 보호하고 재판과정에서 증거 능력을 고려해 법률에 근거도 따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고포상금제도 도입한다. 국민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하면 신고하고 포상금을 지급해 감시망을 더욱 촘촘하게 갖춘다는 전략이다.

13세 미만으로 적용되던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16세 미만으로 상향키로 했다. 동의 여부 없이 성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을 16세까지 늘려 아동 청소년 보호 범위를 넓힌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도 신설한다. 아동 청소년을 길들여 동의한 것처럼 가장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이유에서다.

■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 취업 제한 대상 추가

디지털 성범죄를 찾아보는 수요행위도 범죄 수준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성착취물 소지행위 형량을 상향한다. 이같은 죄로 벌금형을 받을 경우 학교와 어린이집 등의 취업 제한 대상에 추가한다.

아울러 성인 대상 성범죄물 소지 경우에도 처벌 조항을 신설한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처벌에 그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구매도 범죄로 처벌한다.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 청소년이 자발적 성 매도자인 피의자로 취급되는 이유로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매수 연루 아동은 피해자로 변경한다.

온라인상으로 성범죄물이 유포가 주로 이뤄지는 야간에도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추고 긴급하게 삭제를 지원키로 했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의무도 강화된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한 삭제, 필터링 등의 의무가 웹하드 사업자에서 모든 인터넷 사업자로 확대된다.

이를 위반하는 인터넷 사업자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해 처벌키로 했다. 이전 2천만원 이하 과태료 수준이 아니라 무책임한 인터넷 사업 경영에 책임을 지우겠다는 뜻이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사회복무요원의 행정기관 대 개인정보 취급은 전면 금지된다.

■ 국회, 디지털 성범죄 법안 처리 고삐

정부가 마련한 종합대책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21대 총선이 이뤄진 시점에서 임시국회 회기 한차례만 남겨둔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놓치는 우려가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대응 법안은 여야를 따지지 않기로 한 기류가 형성돼 있다.

텔레그램 n번방과 관련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3개 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관련 논의도 이 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백 의원이 발의한 n번방 방지 3법은 처벌 기준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형법 개정안, 디지털 성범죄 범위 확대에 대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 디지털성범죄 유통에 대한 인터넷사업자의 책임 소지를 다루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하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5월 안에 논의를 마쳐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에 회기 마지막까지 멈춰서있는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그럼에도 야당 내에서 n번방 방지법은 정당 간 이견을 두는 법안이 아니라는 점에 선을 긋고, 상임위만 열리면 즉시 처리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치공학적 관계를 떠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법안에 등을 돌릴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당정협의 이후 백 의원은 “n번방 재발방비 3법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안을 모두 추려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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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직까지 발의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광고소개행위 그리고 신고포상금, 취업제한 확대와 관련된 법안과 독립몰수제에 대한 법은 새로 긴급히 발의해서 이번 20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형욱 국조실장은 당정협의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잇는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면서 “대책 내용에는 입법과제가 많이 포함돼 있는데 임시국회 중에 꼭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