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꺼진 전기차 완속충전기...정부·지자체 서로 "네 책임"

“지자체의 충전기 운영 가이드라인 없어 아쉬워”

카테크입력 :2020/04/14 14:03

우리나라 민간 건물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기에 대한 관리 책임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전기차 완속충전기 운영에 대한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건물주와 전기차 이용자들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에 위치한 M건물(가칭)에서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 L씨는 최근 지하 6층 주차장 전기차 완속 충전 장소에 상시적으로 주차하고 있는 올림푸스코리아 소유 차량을 발견했다. 해당 차량이 최근에 수차례 전기차 충전 공간에만 주차돼 다른 전기차 이용자의 사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충전기의 운영 상태다. 전원이 꺼진 채 방치된 것.

올림푸스코리아는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 측의 공문을 인용해 “현재 건물 내 지하 6층과 7층에 설치된 완속충전기는 사용을 하지 않음을 알려드린다”며 “이곳은 현재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일반차의 주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L씨는 이같은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여겨 환경부와 서울시 등에 민원을 넣었다. 완속충전기 사용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일반 전기차 사용자들이 건물 방문시 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민원을 받은 환경부는 M건물에 설치된 충전기 자체가 환경부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는 충전기라고 답했다.

환경부는 “환경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충전기를 설치한 자는 2년동안 해당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일반 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내 주차는 환경친화적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서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다”라고 L씨의 민원 답변을 통해 전했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라고 불리는 환경친화적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현재 대다수 공용 급속 또는 완속 충전기에 적용되고 있다. M 건물에 설치된 충전기는 공용 충전기가 아니기 때문에 법 적용 예외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같은 예외사항을 문제로 보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개정 진행 상황이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서울 서초 M건물 지하 6층 주차장 전기차 충전 공간에 세워진 올림푸스코리아 차량. 차량 옆에는 전원꺼진 충전기가 자리해있다. 올림푸스코리아 차량이 주차한 곳은 전기차 충전공간 표기가 된 상태다. (사진-독자 L씨 제공)

문제는 환경부가 보조금을 받는 완속 충전기 자체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보조금을 받는 충전기를 대상으로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점검을 통해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개선 사항이 필요한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완속충전기 점검이 정확하게 언제 이뤄졌는지 기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남겼다.

서울시는 환경부의 민원 답변 내용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충전기 운영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환경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데 제대로 이같은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L씨는 이후 해당 사례에 대한 민원 재확인을 요청했다.

L씨는 지디넷코리아를 통해 “한 때 민원이 환경부에서 서울특별시로 이송되고, 최근에는 서울시 서초구로 이송되고 이번에는 서울시 환경부로 이송되는 등 부처와 지자체간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씨는 전기차 완속충전기 민원에 대한 재확인 요청을 했지만, 지자체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이 들어 이같은 처리 결과를 찍어 지디넷코리아에 보냈다.

결국 부처와 지자체 간 완속충전기 운영과 관련된 책임 소재가 전가되면서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스트레스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급속충전기 위주의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이 계속되다 보면 거주지와 상업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완속충전 인프라 설치가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M 건물 관리사무소 측은 지디넷코리아 측에 “우리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선 지하 6층과 7층 주차장이 입주사들을 위한 차단기가 설치 됐기 때문에 충전에 대한 혼란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M 건물 관리사무소장은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서초구로부터 며칠 이내에 건물 내 설치된 완속충전기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공문을 받지도 못했다”며 “우리 건물은 민간 건물이고 두 개의 타워동으로 나눠져 있는 형태다 보니 각 타워동마다 층별 주차장 관리를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완속충전기 전원이 들어올 경우 충전요금을 어떻게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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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리사무소장은 “우리 타워 빌딩 주차장 관리는 민간 주차 전문 업체에 맡기고 있다”면서 “민간 주차장 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들을 주차 전문 업체가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서로 간의 오해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앞으로 전기차 완속충전기 운영 문제에 대한 기획을 만들고 이에 대한 집중 보도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전기차 완속충전기 운영 문제점을 발견한 독자는 기자 이메일 (jaehwan.cho@zdnet.co.kr)로 제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