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IT인에게

데스크 칼럼입력 :2020/04/08 15:56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일단 중고등학교 3학년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지만, 수백만명의 학습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IT업계도 총력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과 교사의 실시간 접속을 받아들이기 위해 서버를 확충하고, 여유 자원을 급히 마련하고, 밤을 새워가며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수정하고 있다.

여러 엔지니어와 개발자가 격무를 받아들이며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9일 오전 접속자 폭주에 따른 사이트 장애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그동안 교육계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겪을 지 섣불리 안정성을 예단할 수 없다.

동시접속자가 일시에 폭주해 시스템 마비를 겪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수 없이 목격돼왔다.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어지는 기차표 예매, 온라인 쇼핑몰의 특가 이벤트나 인기 아이돌의 공연 얘매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교육계만 해도 매년 두차례 대학교 수강신청 날이면 학교 사이트가 이용불능상태에 빠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장 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마법같은 IT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았던 시기도 있었다. 원래 있던 시스템을 그대로 들어서 클라우드로 옮겨놓고, 클라우드의 민첩성과 확장성,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했던 기업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명절 연휴 기차표 예매시스템은 장애를 반복하고, 대학교 수강신청시스템은 당연하다는 듯 죽는다. 두 사례는 대표적 예시일 뿐이다. 접속자 폭주로 시스템 장애를 겪으며 클라우드의 거짓말에 속았다며 비난의 화살을 개발자와 엔지니어로 돌리는 곳이 허다하다.

클라우드가 마냥 거짓말은 아니다. 문제는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느냐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이 이를 무시한다. 애플리케이션 코드의 고민을 하지 않고, 하드웨어를 클라우드의 가상서버로 바꾸는 것만 신경쓴다.

함수형 프로그래밍,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 컨테이너, 쿠버네티스 등 대규모 확장을 애초부터 염두에 둔 하이퍼스케일 방법론이 수년전부터 등장해 퍼졌지만, 우리나라의 의사결정 책임자들의 코드 고민은 깊지 않았다.

기술 트렌드에 밝고 책임감 강한 개발자나 엔지니어는 어떻게든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실제 의사결정과정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실행 수준이 달라진다. 대부분 IT 진영의 아이디어는 조직 안에서 재정적, 정치적 이유로 좌절되기 쉽다.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온라인교육시스템을 준비하는 IT업계 내부에서 대규모 원격수업 장애 사태 때문에 비난받을 것을 걱정한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게 아닌데, 무능력한 존재로 평가절하될까 겁내고 있다.

해법이 없진 않다. 시간이 문제다. 얼마 남지 않은 개학에 이제와서 시스템의 구조를 클라우드에 맞게 뜯어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면밀한 준비 과정과 적절한 예산, 우수한 인력이 동원돼야 근본적 해법이 현실화된다.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은 일단 올해 수업시수를 채울 수 있는 경주로로 안전하게 들어갈 것이다. 출석체크나 평가, 성취도 등 여러 문제가 벌어지겠지만, 출발선을 무사히 떠났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의 확실시 되지만 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9일 오전에 전국 학교와 가정에서 수업을 듣지 못했다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쩌렁쩌렁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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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겪으며 우리나라 공교육계는 IT 기반 학습에 대한 시스템적 고민을 새로 하게 될 것이다. 아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술적 혁신이 얼마나 사회와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서버만 늘리면 된다고 호언장담하는 비IT인의 존재가 없어지길 바란다. 이 사태를 기점으로 IT전문가의 목소리에 많은 힘이 실리길 원한다.

현 시점에 교육계 IT실무자들은 이 글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한가하게 언론사의 칼럼을 어떻게 읽겠나 싶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잘해도 본전인 당신들의 업무가 헛되지 않은 것임을 아는 사람도 많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