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코로나는 2Q부터'...삼성·LG, 비상경영 지속

"역대급 피해 체감할 듯, 폰·가전 직격탄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20/04/07 18:00    수정: 2020/04/08 16:15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잠정실적을 내놓으면서 향후 사업 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의 본격적인 글로벌 확산에 따라 구매력과 수요 악화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를 제외한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TV 등 사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과 LG전자 측은 "1분기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코로나 이후 소비력과 수요침체가 얼마나 회복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투자, 비용 절감 등 모든 부문에서 선제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각각 4.98%와 2.73% 증가한 매출액 55조원과 영업이익 6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각각 매출액 14조7천287억원과 영업이익 1조9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2천억원 이상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

양사 내부에서는 모두 "1분기 코로나19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영향이 3월이 돼서야 본격화된 데 따른 결과다. 두 회사의 중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도 있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중국에 머물렀던 코로나19 먹구름은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출 비중이 높은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옮겨갔다. 글로벌 주요 생산시설은 현지 정부 지침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장 수요 감소 등 다양한 이유로 일시 폐쇄됐다. 각국 봉쇄 조치에 따라 소비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판매량은 줄고 오프라인 매장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사진=픽사베이)

전자업계 관계자는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글로벌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2분기에는 1분기와 달리 피해를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사업 전반 매출액이 떨어지면서 일각에선 역대 처음 보는 숫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외한 세트 부진 '심화'…생산·판매·소비·마케팅 타격

2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1분기에 이어 반도체가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회사는 전년 동기(6조6천억원) 대비 개선된 6조원 후반대에서 7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분기 삼성전자 실적 선방도 소비자 수요 둔화가 짧은 기간 동안 스마트폰과 가전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친 가운데 고가 서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전년 동기 매출액(15조6천292억원)과 영업이익(6천523억원) 대비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13조원대 매출액과 4천억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가전·TV 등 세트 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분기 연속 적자인 스마트폰 사업도 반등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반도체를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세트 수요 둔화로 메모리 제품 출하량은 감소하겠지만, 서버와 PC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업무를 온라인에서 처리하는 언택트(비대면) 라이프스타일 비중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세트 사업 부진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가 장기화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온라인 수강, 원격진료, 쇼핑 등 필수적인 생활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대신증권은 진단했다. 이같은 라이프스타일은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인 흐름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대형 IT 기업 전반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TV 중심의 완제품 생산과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D램 위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글로벌 서버와 네트워크 업체의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서버 반도체 수요는 확대, 가격 상승이 예상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중국을 벗어나 미국, 유럽 등 세계로 확산되면서 2분기 수요를 상당히 위축시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신제품은 출시가 지연되고 있으며 주요 중고가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마케팅과 이벤트 진행이 멈춰섰다.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온전하게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한 6천만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플래그십 갤럭시S20의 경우 1분기 900만대에서 2분기 500~600만대로 급감할 것으로 키움증권은 추정했다. 이에 따라 IM 부문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3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인 1조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 MC사업부는 2분기 전년 동기(3천130억원 손실)보다 소폭 개선된 수준인 2천억원 후반대 영업손실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LG전자의 주력 시장인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심상치 않다. Q 시리즈 등이 상대적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프리미엄 모델 대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한 신제품 출시에 주력해 돌파구를 찾을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신제품을 해외 시장에 순차 출시한다. LG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제조사개발생산(ODM) 비중을 올해 크게 확대하고 국내에서는 100만원 아래의 새 매스 프리미엄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씨넷)

양사의 연간 TV 출하량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간 출하량을 각각 10% 하향한 4천100만대와 2천100만대로 내다봤다. 전체 TV 시장은 1분기와 2분기 모두 10% 중후반대 역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으로, 회복세는 이르면 2분기 말이 돼서야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전도 수요 침체 상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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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가전은 1분기 우호적 환율과 낮게 유지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덕에 안정적인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관련 TV 수요를 기대할 수 없게 됐고 가전 역시도 유럽, 미국, 남미 수요 둔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2~3분기에는 수요 공백으로 인한 수익성 부진이 불가피하고 수요 회복 이후에도 수익성 정상화 속도는 더딜 것이다. 수익성보다는 점유율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진정 시기는 예측하기 힘든 영역으로 확실한 시그널이 있기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