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코로나 한파' 속 상반기 채용 재개

비대면 방식 도입 확대…채용 포기하는 업체도

디지털경제입력 :2020/03/31 18:34    수정: 2020/04/01 08:30

국내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가피하게 미뤄왔던 채용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침체된 고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인재 확보에도 나서기 위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언택트(비대면) 채용 방식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한다. SK주식회사 C&C,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SK매직이 모집에 나선다.

SK 모집 회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날부터 내달 3일까지 4일간 실시간 온라인 채용 설명회를 진행한다. 지원하는 회사 방송 시간에 실시간 채팅으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채용담당자와 직무담당자가 바로 답변해주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유튜브 취업 채널 운영은 지난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예컨대 채용 설명회의 경우 오프라인 행사와 비교해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필요할 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올해에는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질병 감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상면접을 전면 도입한다. 회사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중단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화상면접장.(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도 이달 30일부터 채용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지원서 접수와 서류전형 단계에서 중단된 채용절차, R&D부문 신입·경력 등 신규 채용도 재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일반직과 연구직 신입(인턴포함)·경력 채용 면접을 화상면접으로 진행한다.

다만 실기평가와 토론면접, 그룹활동 등과 같이 전형과정에 오프라인 참석이 필요한 직무는 화상면접에서 제외되며,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채용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에도 해외인재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화상면접을 진행해왔지만 신규 채용 정상화를 위해 확대 운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 말 화상면접 인프라 고도화 작업을 시작했으며, 화상면접 전용 공간과 고화질 카메라, 고성능 마이크, 대형 스크린 등 화상면접 시스템을 완비했다"며 "지원자는 노트북이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장소에 제한 받지 않고 다수의 면접관과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면접에 참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내달 상반기 공채를 시작하고 5월에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계열사는 최근 온라인 캠퍼스 리크루팅을 실시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최근 시작했으며 다른 계열사들도 조만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모두 캠퍼스 리크루팅을 진행해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19일부터 경력직 채용을 시작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해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선 고용 확대 발표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스마트폰 통화 화상면접 참여 시연 장면.(사진=현대자동차)

CJ그룹은 당초 3월 말께로 상반기 공채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논의를 거쳐 내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아울러 CJ그룹도 코로나19 감염 방지 조치 일환으로 일부 계열사가 비대면 면접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이르면 내달 초 이후부터 상반기 채용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대졸 공채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슬림화에 코로나19 불황까지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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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는 곳도 생길 전망이다. 실제 취업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달 말 기준 채용공고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다.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기업 중 74.6%가 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했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화상면접을 적극 활용해 신규 채용을 재개하는 것"이라며 "ICT기반 융합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빠른 대응도 조직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