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대한민국 ICT산업의 경쟁력, 원격지 SW 개발

전문가 칼럼입력 :2020/03/22 20:29    수정: 2020/03/22 20:35

이상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제도혁신팀장(법학 박사)

우리나라의 핵심 성장동력인 정보통신(ICT)산업을 견인하는 SW는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SW개발자와 SW기업이 만들어낸다.

SW개발자가 열악한 5D(3D+Dreamless+Deadness) 근무 환경을 벗어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향유하고, SW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원격지 SW개발(Software Development in Remote site) 정착이 필수적이다.

원격지 소프트웨어(SW) 개발 왜 절실한가

최근 ICT 시장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지난달 범부처 차원의 SW분야 근로시간 단축 보완대책이 발표됐고, 또 지속적인 공공부문 클라우드 확산으로 원격지 SW개발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원격지 SW개발 활성화도 더 절실해졌다.

다양하게 고도화된 클라우드 환경은 SW개발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성인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 환경은 SW개발시 지리적, 시간적 제약을 대부분 제거했다.

원격지 SW개발은 SW사업을 발주한 기관 내부나 인근 작업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고, 수주기업 사무실이나 원격지에서 일부 또는 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SW개발 방법이다.

원격 SW개발은 ▲SW개발자가 원하는 근로환경을 향유할 수 있고 ▲기업은 더 큰 수익(Better Profit)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발주기관은 선진 발주역량(Good-Acquisition)을 획득할 수 있고 ▲ SW 품질을 향상 시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SW기업 증가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현실은...

국가정책에 따라 공공 SW사업의 주요 발주기관인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다수가 지방에 소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SW기업은 개발 인력을 지방 현장에 파견 보내게 되고, 이에 따른 체류비와 거주지 마련 비용 등을 부담하게 된다.

언론 및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지방 파견 비용이 개발자 1인당 월 150만원에 이르고, 지방 근무를 꺼려하는 우수 개발자가 이탈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SW기업은 프로젝트 품질 저하라는 부담을 안게 되고, 원격지 개발이 허용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기피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대다수 발주기관은 보안 우려나 의사소통 어려움을 이유로 여전히 개발장소를 발주기관 내부나 인근 작업장에 상주하기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관련 법규에 따라 SW사업의 제안요청서에 '소프트웨어 개발장소는 수주한 기업이 제시하는 작업장소를 우선 검토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이행 사례는 저조하다.

발주기관이 원격지 SW 개발을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발주기관의 발주역량 부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SW구축 사업은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증강 및 가상(AR&VR) 등 SW기술 적용 확대를 고려한 과업 요구사항 상세화와 사업규모 산정방식으로 새로운 발주기술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SW사업 추진 담당자의 수행 경험 및 관련 지식 습득 부족으로 선진화된 발주 역량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흡한 발주역량은 명확한 과업 요구 없이 수시로 과업을 변경하게 하고, 정확한 문서화를 통한 의사결정이 지연, 원격지 SW개발을 어렵게 만든다. 또 중소 SW기업의 SW기술 역량과 품질관리, SW개발 인증 능력 미흡에 따른 SW사업 산출물의 품질 우려도 발주기관이 원격지 SW개발을 꺼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원격지 SW 개발은 보안장비 설치와 보안 모니터링, 출입통제, 공공 정보망 외부접속 등 SW 개발 보안환경의 신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SW기업이 제안하는 다양한 원격지 SW 개발 환경에 대한 발주기관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하거나, 자체 개발환경 구축이 어려운 중소 SW기업에 대한 기술지원 부재 등으로 원격지 SW 개발이 곤란한 실정이다.

원격지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2018년 12월, 원격지 개발의 시장 정착을 위해 범 정부차원의 원격지 개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정부는 SW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원격개발 환경 형태를 제시하고, 최적의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또, 원격개발환경 제공기업 또는 상시 원격개발 공간 지정에 필요한 보안 요건, 개발환경 안정성 등에 관한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PC가상화(클라우드), 네트워크 환경 등 SW개발 인프라 서비스 및 보안 모니터링, 출입 통제, 원격지개발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가칭 원격개발센터 설치도 준비하고 있다.

원격지 SW 개발은 SW개발자에게 유연한 SW 개발 환경을 제공, 우수 SW 인력의 근속 유지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원격 SW개발을 위해서는 발주기관의 사업관리 및 품질관리 역량 향상이 필요하다. 분석, 설계, 구현 등 분야별 SW개발 관리기법 교육 과 원격지 개발 인식 제고를 통해 명확한 요구사항 제시능력 향상, 정확한 문서화 능력 향상 같은 선진화된 발주역량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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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기업도 해야할 일이 있다. SW기술 및 품질관리, SW개발 인증 획득 등 SW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원격지 SW개발이 보편화되면 SW개발자의 체재비 절감 등으로 SW기업의 수익성이 증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즉, SW개발자 처우 개선과 우수 인력 유치 등이 가능해져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원격지 SW개발의 시장 정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W기업이 우리나라 ICT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이상수 NIPA SW제도혁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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