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진짜 이유

전문가 칼럼입력 :2020/03/19 15:54    수정: 2020/03/20 11:39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일본은 왜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것일까. 일본 정부의 발표대로 확진자 수가 적은 것일까.

우선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 17일 12시 기준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24명이다. 검사를 받은 1만6천484명 가운데 약 5%가 확진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한국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일본과 동일한 시점인 17일 기준 한국 코로나19 확진자는 8320명이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8만6천716명 가운데 약 3%가 확진자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3월 17일 기준 일본 코로나19 검사현황 및 확진자 수

한국 검사자수는 28만6천716명인데 비해 일본은 1만6천484명이다. 두 나라 검사자수에 커다란 차이가 있어 단순히 확진자수만 가지고는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일본은 적극적으로 확진자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것일 수도 있고 한국만큼 검사를 하면 결과적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면 일본은 왜 검사를 소극적으로 하는 것일까.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서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음모론보다 일본 사회 내부의 복잡한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무책임한 일본 정부를 힐난하는 것으로만 결론을 낼 것이 아니라 왜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심층 연구해 일본을 상대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나타난 여러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정치가 책임이 크다. 일본 정치가는 객관적으로 따져볼 때 교육수준 및 전문분야 지식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물론 학력이나 경력만으로 정치가로서의 능력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회자되는 이야기 가운데 일본 정치는 3류 대학을 졸업한 세습정치가가 ‘할아버지 찬스’에 ‘아버지 찬스’까지 동원해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이들을 도쿄대학 등 일본 최고의 학부를 졸업한 관료들이 떠받치는 정부구조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지만 실제로는 관료들이 정부를 운영한다고 해서 ‘관료내각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것을 보면 보편적인 사실이라고 믿어도 될 듯하다.

실제로 2018년에 출범한 아베 신조 제3기 내각은 각료 가운데 2,3세 세습의원이 60%에 이르렀다. 현재 아베 제4기 내각도 아베 총리를 비롯해 재무부총리 아소 타로, 방위성장관 고노 타로, 총무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등 세습의원의 비율은 커다란 변화가 없다.

이들은 특정분야 전문지식이 일천하다. 오로지 정치귀족 가문에 태어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地盤(지방), 看板(간방), ガバン(가방) 등 3방(번역하면 지역기반, 가문의 간판, 윤택한 정치자금)을 바탕으로 정치권력 집단인 파벌을 형성하고 파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종연횡해 권력을 나눠 갖고 일본정치를 좌우한다.

우리나라처럼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던 인재가 풍부한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가라고 해서 반드시 유능하고 박식한 사람인가라고 주장하기에는 부끄러운 현실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평가해 보면 한국 국회의원의 전문성이 높아 보인다.

객관적으로 양국 국회의원의 최종학력만 비교하더라도 한국 국회의원이 고학력인 것만큼은 정확한 사실이다. 학력이 높으면 유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차치해두고서도 말이다.

일본 유권자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본에는 身の丈(미노타케: 본인의 분수, 혹은 처지를 의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국민은 예로부터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도가 있었고 그러한 신분제도에 순응하며 살아온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명문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일류직장을 버리고 가업을 잇겠다며 부모의 스시 집에 취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그것이 사회적으로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국민적 정서가 사회계급 간 이동 욕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정치가가 해결해야 할 일이지 일반 국민이 나서서 정치를 바꿔 보겠다고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또 그런 사람은 쉽게 지지를 받지도 못하는 정치계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이 앞장서서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시민사회가 국가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그리 일반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나서다가 사회적 따돌림을 받는 등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둘째로 관료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대책 관련, 주관부처는 후생노동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이지만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정부기관은 국립감영병연구소다.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악명 높은 731부대 후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기관이라고 한다.

이곳은 후생노동성 퇴직 관료나 현역 관료가 인사교류 형식으로 파견 혹은 채용된다. 감염병연구소는 후생노동성 산하기관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간부 대부분이 후생노동성 고참 선배여서 오히려 후생노동성을 컨트롤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기관이기도 하다. 참고로 대부분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책수립 기본 골격을 수립하는 주도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감염병연구소 연구원 출신 하쿠오대 교수인 오카다 하루에씨가 민방에서 폭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려면 민간기관도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야 하지만 감염병연구소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독점해서 연구성과를 만들기 위해 민간기관의 검사업무 참여를 배제했다고 한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731부대의 DNA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이 같은 뿌리 깊은 이기주의는 일본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일이다. 부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라를 망하게 해도 관계없다는 망국적 관료주의의 총본산이 일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세 번째는 일본의사회라는 조직의 존재다.

일본의사회는 어둠속에서 일본정치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거대권력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일본 의료수준이 세계최고 수준이며 코로나바이러스 정도의 위협으로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정부가 무능해서 쓸데없는 검사를 남발해 국민 불안을 야기한 것이라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고 아직도 검사확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의료보험체계가 조금 다르다. 한국은 의료행위를 보험과 비보험대상으로 나눠 대응하는 선택적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일본은 전면적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은 우리와 같은 비보험항목이 없다. 환자가 자비로 특수한 검사 등을 희망하더라도 병원은 정부가 정한 보험대상 진료행위가 아니면 수행을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검사를 누구라도 원하면 받을 수 있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려와 집단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또 폭발적 의료수요에 부응할 수준의 의료기관 및 의료전문인력이 준비돼 있지 못해 정상적인 의료행위 조차도 불가능해지는 의료현장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로 검사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표면적인 것일 뿐 내막은 코로나19 검사가 의료보험으로 처리되면 별로 돈을 벌지도 못할 검사에 본인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피해가고자 함이다. 또 일본의료기술을 과신하고 있어 코로나정도는 막아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근본에 깔려 있다고 본다.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를 돕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전국에서 달려간 의료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미담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지난 16일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국민성도 한 몫 한다.

일본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식 가운데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과 ‘전체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게 있다. 태평양전쟁 때 가미카제 특공대가 ‘이 한 몸 희생해서 나라를 구하겠다’며 미군 항공모함에 돌격했다는 황당한 이야기처럼 전체를 위해 일부가 희생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통용되는 사회다.

이번 코로나19 문제도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각자 건강에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할 암묵적 책임이 생긴 것이고 확진자가 되면 그 책임은 당사자가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언론 문제도 생각해보자.

태평양전쟁 발발직전 일본 언론은 둘로 나뉘었다. 전쟁을 찬성하는 일부 언론과 전쟁을 반대하는 언론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전쟁주의자인 군부 압력이 거세지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가 전쟁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자 공기를 읽는 기술(일본에서는 분위기 파악을 의미함)이라는 기막힌 기술을 가진 언론사들은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전쟁당위론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일본 국민 전체 여론은 전쟁을 수행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결국 일본 정부는 무모한 전쟁에 돌입해 전국토가 폐허가 되고 아시아를 포함 세계 각국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자국 젊은이를 전장으로 내몰아 300만명이나 되는 전사자를 내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재 일본은 아베 총리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가 지배하고 있다. 관료도 매스컴도 스스로 공기를 읽고 스스로 한 몸 한 덩어리가 돼 일본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일본 국민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정부의 악행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며 그러한 현실이 코로나사태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정국 이후 일본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해본다. 현재 아베 총리는 전후 최장수 총리를 기록하고 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말처럼 아베 총리 자신을 비롯해 측근 주변 스캔들이 끝없이 폭로되고 있다.

록히드사건으로 사법처리 된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이후 사법의 심판을 받는 총리가 될 공산이 크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 관련 수많은 스캔들은 그가 유죄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고 다양한 증거가 넘쳐나고 있어서 덮고 가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나 최근 아베 총리가 측근인 검사장을 차기검찰총장으로 임명하려 하는데 그가 정년퇴직 할 나이가 되자 전후 최초로 특별히 정년을 6개월 연장하는 기묘한 일을 벌인 것을 보면 퇴임 후가 두렵긴 한 모양이다.

최근에는 자민당 내에서 이러한 아베 총리의 전횡을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임기를 함께 해오고 있는 스가요시 히데 관방장관과도 이미 균열이 심각하고 지금까지 아베 총리를 지지해온 유력 정치가들도 이미 등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사태가 상상이상으로 확산되거나 올림픽 개최가 무산되거나 지금처럼 주가폭락을 비롯해서 경제가 장기적 하강국면으로 들어가고 한일관계 등으로 일본 지방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관광산업이 파국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등 어느 것 하나라도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 아베 내각은 총사퇴로 몰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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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이 총사퇴하고 온건파인 자민당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나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성장관이 총리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한일관계는 눈 녹듯 풀릴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이시바 전 방위성장관은 일본에서는 희귀종이라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최근 그의 언행을 보면 우리 상식과 가장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시바 전 방위성장관이 총리에 취임하는 것이 대한민국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우리는 국난극복을 취미생활로 하는 희한한 국민이며 참으로 다이내믹한 국민성을 가진 국민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잘 극복하고 환하게 웃을 날을 기대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일본계 부품기업에서 전산관련 업무를 하다가 일본 정보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선진 정보기술(IT)을 일본에 소개하고 전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정보화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겸했고 병원과 기업 등에서 IT어드바이저로,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30년간 일본인과 같은 신분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며 보고 겪고 느낀 점을 압축 정리한 ‘일본관찰 30년-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라는 일본 정보서적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