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 충격...암호화폐·블록체인 확산 앞당길 것"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코로나19 경제 충격 여파 전망

컴퓨팅입력 :2020/03/18 17:26    수정: 2020/03/18 20:07

"코로나19발 금융시장의 패닉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적 등락할 수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암호화폐 중심의 금융 인터넷(블록체인)’ 확산은 앞당겨질 거라 본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는 지난 17일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여파를 분석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통 금융 산업과 암호화폐 산업 양쪽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하버드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와 홍콩 사모투자전문회사를 거쳐, 2015년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전문 기업 스트리미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이번 코로나19발 금융시장 패닉의 원인을 "실물 경제와 금융 간의 괴리 심화"로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여행을 가지 않고, 공장에 출근하지 않으며, 비즈니스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정치적 혹은 사회적인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며 "실물경제의 총 수요와 공급이 줄어들어 실물과 금융과의 괴리가 심화되는 데서 발생한 위기다"고 진단했다.

또 "2010년대에 빚을 내고 양적완화를 해서 문제를 덮었는데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에 풀린 그 돈이 금융자산에 흘러들어가 엄청난 가격 거품이 끼게 된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2009년 금융위기 때 파산 위기에 놓인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찍어 낸 돈이 금융자산에 흘러들어가 이미 금융시장 가격이 실물경제보다 부풀려진 상태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실물 경제가 더 위축되면서 그 괴리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코로나19 사태 해결 위해 돈 찍어 낼 수록 실물-금융 괴리 심화

문제는 이번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다시 돈을 찍어 낼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실물경제와 금융자산 간의 괴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찍고 빚을 내지 않으면 (실물 경제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기업들이 도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져 수요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돈을 찍어 내는 행위는 실제 생산성에 기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돈을 풀어서 기업의 부도를 막고 금융자산 가격을 떠받들게 되면 실물경제와의 괴리는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적완화가 남발될 수록 정치·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대표는 "미국 같이 돈을 마음대로 찍어 낼 수 있는 초강대국이라도 양적완화에 따른 자국 내 정치적 갈등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돈은 찍어내지는 못 하지만 국가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나라의 경우는 미국보다 훨씬 불안할 것"이며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는 돈도 마음대로 찍어내지 못하고 국가부채도 감당할 수 없는 빚 많은 개도국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이 됐을 때 해결책은 국제공조뿐이지만 국가 간 무역전쟁과 각자도생의 풍조로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남부 유럽의 예를 들었다. 스페인의 경우는 GDP의 10분의 1이 관광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지역 경제기반 자체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돈을 찍어서라도 숙박업, 운송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유로존 내 다른 국가들이 이를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유로를 찍어내면 그 부담은 독일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전 되면 달러 시스템 흔들릴 것...비트코인 같은 대체자산 부상 예상

이 대표는 자국우선주의로 모든 나라가 각자 도생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개도국의 경제가 망가진다면, 결국 미국과 달러 시스템도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교역을 하는 나라의 통화가치가 전부 절하된다면 미국의 물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고,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생겨 돈이 돌지 않으면 또다시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10년과 같이 실물 경제는 가격 변동이 없으나 자산 가격만 부양되는 역진적인 현상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갈등을 유발했다"며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혼란이 더욱 심화되면 될수록 달러화에 대한 컨피던스는 전세계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미국의 주 교역국 중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곳이 나오면, 물가까지 상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달러의 실질 가치가 하락해 미국 내에서도 달러를 피해 대체 자산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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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역사적으로 항상 그래왔듯 달러의 실질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미국인들도 '달러 인트라넷' 밖에 있는 금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자산을 찾게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발 경제 충격을 통하여 그동안 죄악시 하던 ‘암호화폐가 있는 블록체인’을 달리 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제도권도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제 금융환경의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가치적중립적인 기술로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접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