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8부 - 보쉬의 미래 공장 비전

김은입력 :2019/10/31 11:05

김은 (사)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
김은 (사)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

보쉬그룹은 인더스트리 4.0의 잠재력과 사업 연관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이미 2012년부터 제조와 물류의 연결을 시작했다. 당시 그룹 부회장인 S. Dais가 “독일 하이테크 전략 2020 실행 계획” 가운데 하나인 인더스트리 4.0 추진 계획 작업반 공동의장으로 참여했다.

이후 인더스트리 4.0을 그룹 전체의 제조혁신 전략으로 채택하고, 그룹 내 280개 공장과 700여개 물류창고에 적용하는 내부 프로젝트와 이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 외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양면전략 (Dual Strategy)을 추진해 왔다.

즉, 보쉬는 자체 제조활동에서 얻은 전문성과 산업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서 가진 핵심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인더스트리 4.0의 선도적 사용자인 동시에 선도적 공급자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는 인더스트리 4.0이 2011년에 논의를 시작해 8년이 지났지만 독일에서도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실험 중이며 도전 과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쉬의 인더스트리 4.0 도전 과제 가운데 하나는 개인 맞춤형 제품과 관련하여 비용 절감, 품질 안정, 유연성 향상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보쉬는 자체 프로젝트 및 외부 사업모델 개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제조 혁신 비전을 “미래의 공장”(Factory of the Future)으로 정리하였다.

미래의 공장 비전은 “과거의 공장”(Factory of the Past)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과거의 공장이 한 가지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최적화된 “고정된 제조 라인”을 통한 생산이라면, 미래의 공장은 개인화된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유연하고 다재다능한 제조 라인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다.

[표] 과거의 공장 (1930년대의 보쉬공장, 좌)과 미래의 공장 (우) (자료=보쉬)

미래의 공장은 벽, 바닥, 천장만 고정되어 있고, 공장의 나머지 모든 것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장을 의미한다. 조립라인은 모듈화 되고, 기계와 설비는 다양한 제품에 맞추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재배치된다. 모든 자재와 설비가 무선 통신으로 연결되고, 무선 충전시스템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 ([표] 참조)

미래의 공장 비전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개인화된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제조업의 대응 과정으로, 다양한 제품을 고품질과 적정 가격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미래형 주문 생산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래형 주문 생산 능력을 갖춘 제조업체는 강력한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 차별화된 제품 특장점)를 갖게 될 것이다.

보쉬그룹은 가치흐름 전반의 연결이라는 1단계 목표의 진전에 이어 다음 단계 목표인 “유연성의 극대화” (Flexibility Maximized) 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핵심 구성요소는 로보틱스, 인공지능, 통신 표준이다.

지능적인 설비, 작업대와 협업 로봇은 작업현장에서 제품을 용접, 접착, 조립 및 운반하면서 작업자를 지원한다. 협업 로봇은 유연하게 사람에 반응하고, 사람으로부터 배우며, 단조로운 작업과 인체 공학적으로 어려운 일련의 작업을 수행한다. 이런 방식으로 로봇은 작업자의 동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쉬의 협업 로봇 솔루션 APAS(Automatic Production Assistant)를 통해 작업자와 기계가 안전 장벽 없이 안전하게 공동 작업 할 수 있다.

보쉬그룹은 인공지능(AI)을 핵심 기술로 간주한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기계와 설비는 점점 똑똑해지고, 스스로 예측하고, 스스로 개선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진화할 것이다. 보쉬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개발 및 제조에 AI를 활용하거나 혹은 제품 자체에 AI를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AI 기반의 시각 품질관리 시스템인 ViPAS(Visual Inspection Production Assistant)는 뉘른베르크 보쉬 공장의 시범 프로젝트에서 99.9 %의 성공률을 보였고, 다양한 분야의 생산 시스템에서 활용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5G 이동통신 표준은 많은 인더스트리 4.0 응용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수많은 센서, 액추에이터 및 기타 장치가 미래의 공장에서 서로 연결될 것이다. 5G는 이전 표준보다 높은 안정성으로 (99.9999%), 100 배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하면서도, 지연 시간을 최소화한다 (<1ms).

5G는 지금까지 사용되던 이더넷 케이블,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한 번에 대체하는 게임 체인저로서, 고정된 설비들이 유선케이블로부터 해방되어 높은 수준의 유연성, 효율성 및 적응성을 특징으로 하는 지능형 유연 제조 시스템으로 진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보쉬는 5G가 미래의 공장에서 중추 신경계가 될 것으로 보고 전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보쉬그룹의 현재까지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경험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람-자재-설비-데이터를 연결하고, 제조 자체만이 아니라 물류, 엔지니어링, 제품공급을 포함한 제조 전반 모든 가치흐름으로 확장하라. 인더스트리 4.0 솔루션은 제조업을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유연하게 만든다.

둘째, 로보틱스, 인공지능, 5G 등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제품과 목적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 제조 시스템을 구성하라. “개인화된 최종 소비자의 요구사항”은 사실 이미 현실이고,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제조업이 이에 대응할 능력이 없거나, 외면해 왔을 뿐이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할 수 있는 제조업체는 새로운 시장에서 강력한 USP를 가지게 되고, 새로운 생태계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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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가 생각하는 인더스트리 4.0의 또 다른 관점은 모든 관계자가 참여하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협력해야만 현실이 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이 중심이 되고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 업계의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업 간의 장벽을 극복하고,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보쉬는 ‘산업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다른 분야와도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더스트리 4.0은 커넥티드 인더스트리라고 할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 (사)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

(현) 스마트제조혁신포럼(SMIF) 사무총장, 울산과기원(UNIST) 겸임교수. SAP 코리아 상무, 독일 프라운호퍼 포커스 연구소Fraunhofer FOKUS 한국 대표, 삼일회계법인/PWC 상무, 카이스트 소프트웨어대학원 초빙교수, 독일 뮌스터대학교 객원연구원, 한국정보사회진흥원 IT성과관리단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Enterprise Solution', '이제 SAP ERP로 성공을 열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