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화폐에서 불어오는 블록체인 지역화폐

[김철환의 블록체인 킹덤 ④] 활용 편의성 넘어설 전략가치 필요

전문가 칼럼입력 :2019/01/14 13:04

김철환 IT칼럼니스트
김철환 IT칼럼니스트

블록체인이 현대인의 삶과 경제모델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는가. 지디넷코리아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철환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와 함께 8회에 걸쳐 블록체인이 몰고 온 생활의 변화와 정책, 시장, 기업에 관한 현황과 제언을 담은 '블록체인 킹덤' 시리즈를 게재한다.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기대한다.

제1회 :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권력화의 이동과 국가 전략

제2회 : 스위스에서 몰타까지…블록체인의 성지들

제3회 : 마침내 블록체인 육성 정책으로 전환한 프랑스

제4회 : 노원화폐에서 불어오는 블록체인 지역화폐

제5회 : 스팀잇과 포레스팅에서 보는 혁신의 불꽃

제6회 : 크립토키티에서 비트펫으로 이어진 게임의 진화

제7회 : 블록체인 스캠과의 거리 두기

제8회 : 대학가에 부는 블록체인 바람


지난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3대 IT·가전 전시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국제소비자가전쇼 ‘CES2019' 가 개최됐다. ’미래로 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미니 전망대’인 이 전시회는 구글, 삼성전자, 엘지전자, 네이버 등 세계 유수 IT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선보인 축제의 장이었다.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부상한 블록체인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블록체인 폰과 블록체인 결제 단말기(POS) 등 다양한 기술이 공개됐다.

블록체인의 대다수 응용들은 탈중앙화돼 검열저항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점을 토대로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코인이나 토큰 비즈니스들이 새로운 디바이스나 장치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비교적 중앙집권적 성격이 강하고 온라인 및 TV 홈쇼핑과 소셜 커머스에 밀려 지역경제가 침체된 편이다. 이런 곳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자금 역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화폐에 블록체인을 결합할 경우 어떤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까?

암호화폐는 그동안 검열과 통제로 까다롭고 어려운 절차를 밟아야 했던 국가간의 거래 때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손쉽게 전송하게 함으로써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또 국제적인 사용자들에게 큰 매력을 가졌다.

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재정이 어려운 학교에 전등불을 밝히기 위해 사용된 뱅키문 소셜 프로젝트는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 후원자들이 스마트 전력 미터기에서 해당 주소지로 직접 비트코인을 보내게 되어 국가를 초월하여 디지털 머니를 전송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솔루션을 통해 기부 메커니즘을 혁신했던 것이다. 또 은행의 수혜를 보지 못하는 탄자니아 직원들에게 비트코인을 통해 월급을 지급해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그런데 국경을 초월한 금융이나 지급 수단이 아니고 한 국가 내 한정된 지역내에서 사용되는 지역화폐 용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서 어떤 이득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지역화폐로 사용되던 종이 형태의 상품권(지류 상품권)이나 다른 핀테크 기술들도 대안이 될 수 있는데, 굳이 왜 제도권에서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암호화폐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마땅히 내세울 만한 합리적 근거가 약하기 때문이다.

종이 상품권의 경우에는 손실이나 훼손에 취약하다. ‘상품권 깡’ 같은 오용 사례도 문제된다. 암호화폐를 활용할 경우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또 상품권 발행 비용과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운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관리할 수 있는 등 암호화폐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중앙집중형 핀테크 기술을 통해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암호화폐로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2월 도입된 노원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지역화폐다. 도입 이후 6,341 명의 노원구 봉사자들의 수고비를 노원코인으로 지급했다. 또 이 화폐는 노원 지역 내 280여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의 가장 우려스러운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 1:1 교환 스테이블 코인인 셈이다. 이를 통해 첫 번째 제도권내의 암호화폐 응용 사례이기에 블록체인 업계에서 주목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에 암호화폐에 대한 점진적 도입을 기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페이에 대한 기대 또한 대단했다. 작년 후반기에 서울페이는 제로페이 형태로 다른 핀테크 기술이 대신하게 되었다. 제로페이는 은행간 지급 결제를 앱을 통해 간편 결제하겠다는 것으로 가맹점 모집과 사용자 유인에 대한 장애를 극복해야 하며 사용성에 있어서 신용 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소화 되어야 활성화 될 것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통한 암호화폐 응용과 해당 블록체인 기업을 육성하고 세계로 도약하는데 거름을 준다는 차원에서 보면, 제로페이 정책은 블록체인의 불꽃을 흩뜨려 버린 꼴이 되었다.

앞선 연재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블록체인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세계 경제 패권의 진앙지 역할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국과 중국, 일본의 어느 블록체인 기업 보다 한국의 블록체인 강소 기업들이 나와서 외국으로 부터의 자금 투자나 글로벌 진출로 연결되어야 진정으로 기대했던 충분한 가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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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블록체인이 지역화폐에 도입되게 되면, 단지 투명한 지역화폐 관리나 운용 측면에서 좋다고 하거나 비용에 있어서 절감이 되며 업무의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하는 일반적 논리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지방 정부의 도움으로 세계적인 블록체인 기업을 육성하고 그 활용을 넓혀주며, 적용하면서 사용성들을 개선하여 세계 무대로 확장되는데 큰 기여를 하도록 밑거름을 줄 수 있다는 전략적인 가치를 온전히 펼칠 수 있게 된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2019년 새해 벽두의 경제 지표는 그리 넉넉지 않다. 힘들 때 일수록 좀 더 잘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에게 박수를 처 주고, 밀고 땡겨 줄 수 있는 지혜가 더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철환 IT컬럼니스트

22년전 LG텔레콤(전 데이콤)에서 분산트랜잭션을 연구하다 블록체인에 매료된 피어투피어 예찬가이다. 99년 기가링크를 창업하여 초고속인터넷 모뎀을 개발하였고 글로벌 마케팅에 도전하여 일본과 중국,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 50여개 국가의 비즈니스 개척자였다. ‘장영실상’과 '대한민국 글로벌벤처상' ‘우수 멘토상’ 등 기술과 시장, 경영, 교육 등 비즈니스 융합전문가이다. 현재는 크립토체인랩의 CIO를 맡아 콘텐츠 블록체인, 에너지 블록체인, 소셜 블록체인 등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며 한양대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