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가치 뻥튀기” 對 “제대로 평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서 공방 이어져

금융입력 :2018/10/12 17:49    수정: 2018/10/12 17:49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처리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정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허술한 기준으로 평가, 결과적으로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평가를 담당한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을 고려하며 적절한 방식에 따라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삼정회계법인은 국내 1, 2위 회계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 평가가 아닌 국내 증권사 6곳 리포트에서 제시한 평가 수치를 산술평균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있지도 않은 바이오사업 부문 가치를 3조원 추가 계산해 뻥튀기 논란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호승 삼정회계법인 전무가 1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김 의원은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1조5천억원대로 평가했지만 삼정회계법인은 증권사들이 낸 가치의 평균치인 5조5천억원대에 3조원을 추가 계산해 8조5천억원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이 낸 가치도 제각각으로 인용했고, 어떤 것은 할인율을 반영하지 않고 장부가치나 현재가치 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손호승 삼정회계법인 전무는 이에 대해 “저 포함 4명 담당자가 제대로 평가해 가치를 반영했다”며 “(2015년 5월 흡수합병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다양한 보유자산에 맞는 평가 방식을 검토했는데 바이오 부문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잠재성이 큰 점을 고려했고 당시 최근 증권사 분석 리포트도 있어 인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할인 미반영은 바이오사업을 영업가치로 봤기 때문에 비영업자산처럼 할인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바이오사업이 불확실한 만큼 할인 반영은 필요하다고 반박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시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졌다고 주장했다.

손 전무는 “바이오사업 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결국 제일모직이 가진 여러 사업 부문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흡수합병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삼정회계법인이 제일모직의 바이오부문 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할 때 참고한 기준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바이오부문 가치평가 때 셀트리온과 스위스 바이오기업 로잔 주가수익비율(PER)를 참고했는데 둘 다 오래된 기업이므로 양사 PER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겨냥했다.

김 의원은 또 삼정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의 콜옵션 확보 여부를 가치평가에 고려하지 않은 점도 잘못됐다고 공박했다. 콜옵션은 만기 전에 지분을 미리 계약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다.

김 의원은 “삼정회계법인이 가치평가 때 참고한 증권사들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확보 여부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삼정회계법인이라도 반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 전무는 “증권사 리포트들이 발행된 시점에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보고서에는 콜옵션 내용이 공시돼 있어 이미 리포트들이 이점을 감안해 작성됐다고 보고 당사도 추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밖에 김 의원은 안진회계법인이 2015년 5월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8조9천억원대로 평가했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흡수합병 후인 8월엔 6조8천억원대로 평가한 점을 두고 삼정·안진회계법인의 고평가 정황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3개월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안진회계법인 가치평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안진회계법인이 가치가 높았음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 전무는 “안진회계법인의 평가 목적이나 방법론 등을 모르며 해당 결과가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인지 아니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인지, 양사를 합산한 것인지 몰라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말부터 1년여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별감리한 후 2015년 회계연도 때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공동지배회사(관계회사)로 바꾼 것을 ‘고의적 분식회계’로 지난 5월 잠정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자문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월까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바이오젠이 합작투자 계약에서 확보한 콜옵션이 2012~2015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빠진 점은 ‘고의적 누락’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을 이유로 자사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관계회사로 변경한 부분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금감원에 2015년 이전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조치안을 다시 만들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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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란을 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가 되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덩달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모직 기업가치도 높아지면서 ‘기업가치 뻥튀기’ 의혹도 일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유리한 패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평가한 삼정·안진회계법인과 흡수합병에 찬성한 삼성물산 대주주 국민연금도 ‘기업가치 뻥튀기’ 의혹에 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