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삼성바이오 회계위반 '고의' 판단

금감원 원안 조치안 심의 종결…지배력 변경은 판단 보류

금융입력 :2018/07/12 17:36    수정: 2018/07/12 18:35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 처리 의혹과 관련한 심의를 종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여부를 공시하지 않은 데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권고 등의 조치를 내렸으나,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지배력을 변경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증선위는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인지된 혐의 내용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감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 증선위 "콜옵션 공시누락, 고의적"

증선위는 이날 임시회의에서 금감원이 지난 5월 1일 올린 감리결과 조치안에 대해 심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콜옵션 약정사항을 공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고의 누락'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증선위는 이 부분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 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감사인 지정 3년,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해당 회사 감사업무 제한 4년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 회사 및 공인회계사의 회계 처리 기준 등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한다.

콜옵션 공시 누락 시점은 2014년까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기 전이다. 이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징금 처분이나 상장 실질 심사 등의 처분은 내려지지 않는다.

금융위의 손영채 공정시장과장은 "상장 시점 전에 공시가 누락된 부분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했다. 콜옵션 공시 누락은 2014년까지다"라며 "재무제표 숫자의 공시 누락이 아닌 주석 상 생긴 공시 누락 사안이기 때문에 실질 심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회계 처리 방법 부당 변경…금감원에 감리실사 명령"

금감원이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제시한 지배력 부당 변경 건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 없이 심의가 종결됐다. 증선위가 금감원의 조치안이 명확하지 않고 구체적이지 않다며 수정 조치안을 올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금감원의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증선위는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선위가 금감원의 조치안에서는 2015년 회계연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해 4조8천억대 지분평가이익을 낸 것을 분식회계로 보고 있지만, 2015년 이전에도 연결 종속회사로 가는 게 맞는지 혹은 2015년 이후에 관계사로 변경하지 않고 연결 종속회사를 유지하는게 맞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손영채 과장은 "지배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변경이 되면 공정가치로 인식한다. 지배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증선위에 올라온 조치내용은 부당 변경을 했다고 돼 있다"며 "부당 변경이라고 본 것은 연결 종속회사로 가야한다는 의미가 되지 않느냐. 그렇다는 것은 증선위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선위는 논의 과정에서 알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기준 위반 혐의를 엄격하게 밝힐 수 있도록 금감원이 혐의 부분에 대해 감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한 최종 조치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증선위에 보고된 후에 결정되며 위법행위의 동기 판단에 있어서 조치 원안을 심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2015년 전후 사실 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당초 7월 중순에 결론을 낸다고 했는데 오늘 임시회의에서 결론을 내게 된 배경은.

"금감원이 새롭게 조치안을 수정해 안건 내지 않았다. 결정 배경은 금감원 조치 원안이 행정처분을 최종적으로 내리기에는 구체적, 명확 미흡한 상태였다. 그 원안을 행정처분이 가능한 조치안으로 구체화하는 노력을 여러차례했다. 증선위가 중간에 회의를 여러차례 하게 된 배경이다. 금감원 수정안은 4차 회의 때 보고안으로 제시하고 갈음했다. 입장 변화가 없었다. 증선위는 원안으로는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교착상태를 가져가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단계적으로 결론을 냈다. 시장 혼란이 더 커진게 아닌가.

"증선위가 지금 단계에서 가장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쉽게도 금감원이 난색을 표했다.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조치를 내릴 수 없으면서 상당 기간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오히려 시장 혼란이 커진다고 봤다. 별도 안건으로 논의가 되면 두 개 사안을 한꺼번에 논의했을때 제재 수준이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그때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는 지 살펴볼 것이다."

-일단 종결하고 추후 새로운 안건으로 처리하는데 증선위 간 의견이 갈리진 않았나.

"만장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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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승계 구도까지 볼 거다' 발언했었는데 그 부분은 이뤄졌나.

"이전에 바이오로직스가 연관된 회사의 2014~2015년 있었던 회사의 합병이나 상장 이런 내용에 대해서도 전부 봤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회계 처리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맥락을 본다고 했었다. 그 부분을 당연히 관련 회사 지배권 변경 과정 봤고, 증선위는 회계 처리 위반 사항에 대해 중점을 두고 처리를 했다. 공시 고의 누락을 본게 합병 비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런 것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