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노치 디자인 갑론을박...대세되나?

차별화 포인트…"UX 문제로 오래갈지 의문"

홈&모바일입력 :2018/04/19 08:29    수정: 2018/04/20 14:17

지난해 출시됐던 아이폰X의 노치(notch) 디자인이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 시장에 확대 적용되면서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이었던 만큼 소비자 사이에서 이를 두고 사용성과 디자인 측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노치 디자인은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사용 화면을 넓히는 동시에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베젤(테두리) 최소화를 꾀하면서 나오게 됐다. 스마트폰 상단에 필요한 부품들을 배치하면서 상단 노치의 양 옆 화면만 보이는 형태다.

노치 디자인을 처음 선보인 업체는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기기 상하좌우 베젤을 최소화, 상단에 필수 부품이 내장된 노치만을 남겨둔 아이폰X을 선보였다. 그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상단 모서리 화면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치 부분만 화면을 가리면서 답답해 보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M자형 탈모’라는 별명도 얻었다.

올해 들어서는 애플에 이어 화웨이, 비보,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이같은 노치 디자인 진영에 합류한 데 이어 LG전자, 샤오미 등도 차기 스마트폰 신제품에 이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LG·中 제조사, '노치' 진영에 잇따라 합류…삼성은 '마이웨이'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노치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기존처럼 베젤을 더 줄이는 방식으로 화면을 넓히는 두 진영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다음 달 3일 국내에서 공개될 예정인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G7 씽큐’에도 노치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개된 G7 씽큐 렌더링 이미지를 살펴보면 상단의 3분의 1 가량을 노치가 차지하고 있으며 한 가운데 카메라가 적용됐다. 노치 디자인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미도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Mi)7’에 노치 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노치 형태를 남겨둔 미7 전면 패널 이미지가 유출됐다. 또 다른 중국 제조사가 앞서 출시한 비보의 X21 전면 패널과 비교해 보면, 미7의 하단 베젤이 더 얇고 2.5D 글래스를 갖춰 화면이 곡면 처리됐다.

특히 비보는 올해 초 업계에서 상하좌우 테두리를 거의 없앤 베젤리스 디자인을 적용한 콘셉트 스마트폰 ‘아펙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작 노치 디자인이 적용된 V9 등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전면에 탑재될 카메라 등을 화면 뒤로 숨기는 기술까지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도 지난 3월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전략 제품 P20과 P20프로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이 제품에 노치 디자인을 화면 상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기능도 적용했다. 노치 기능을 끄면 시간, 배터리 등이 보이는 상태 표시줄을 검게 만들어 노치 디자인이 안 보이는 원리다.

LG전자 'G7 씽큐' 렌더링 이미지.(사진=테크노버팔로)

이처럼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러시를 이루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특허청 국가지식산권국(SIPO)에 노치 디자인 스마트폰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노치 트렌드를 쫓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아이폰X의 M자형 노치를 저격하는 광고를 내놓기도 했다. 영상은 M자 앞머리 모양을 한 남성을 비추며 'Upgrade to Galaxy(갤럭시로 업그레이드하라)'라는 문구로 끝이 난다. IHS마킷 강민수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노치가 소비자의 사용성을 해쳤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며 "애플은 스마트폰이 가로 모드로도 쓰인다는 걸 간과했다. 삼성전자가 노치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차별화로 부상한 '노치'…"사용성 낮아 장기 트렌드로는 어려울 듯"

노치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데도 불구하고 주요 제조사들이 이처럼 상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에 일제히 적용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용성을 떠나 프리미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애플이 첫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디자인은 개인이 싫고 좋고를 떠나서 새로운 트렌드로 나오면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프리미엄 브랜드를 잘 구축해놓은 애플이 시작하면서 노치 디자인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의 수요가 없어도 휴대폰 업체들이 다 따라가는 것은 리더 업체인 애플의 파워인 셈”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판매단가(ASP)에도 충성 고객으로 자리잡은 것은 애플의 브랜드와 디자인, 사용자 경험(UX)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성능이 선택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소유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브랜드도 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화웨이의 P20 시리즈에 노치 디자인이 적용됐다.(사진=씨넷)

실제 중국 제조사들은 노치 디자인 이전에도 아이폰 특유의 디자인을 일부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층이 애플 아이폰의 이미지를 선호하다보니 아이폰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노치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삼성전자는 애플만큼의 브랜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굳이 노치 디자인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쉽게 생각하자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엣지(곡면) 디자인을 애플이 따라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위 업체들이 애플을 팔로우업, 노치 디자인이 올해의 차별화 포인트로 부상하면서 큰 트렌드로 자리잡을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치 디자인이 장기적으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IHS마킷 허무열 수석연구원은 “노치 디자인이 전면적으로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딱히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없을 뿐더러 소비자가 ‘다르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더 좋다’고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원플러스6에도 노치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씨넷)

애플의 프리미엄 이미지로 인해 시장에 단기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는 있지만, 결국 소비자의 사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수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망의 한 배경이다.

애플이 올해 가을 출시할 아이폰 신제품의 노치도 전작보다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바클레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2018년형 아이폰에는 지난해 첫 공개된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이 개선된 2세대 버전이 적용되는데 이는 더 작은 노치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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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 디자인의 디스플레이 제조 비용이 기존 대비 10% 이상 늘어나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노치 패널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노치 부분만 잘라내기 위한 공정을 추가해야 한다.

허 연구원은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저항이 상당히 높은데 비용 증가를 감수할 정도로 노치가 필요한 아이템인지는 의문”이라며 “중국 업체나 LG전자가 일부 모델에 노치를 적용하며 반응을 살필 것이며 정말 트렌드로 잡을 수 있는지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는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