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판 맥북프로 레티나 “이 정도면 인정?”

델 프리시전 M3800 리뷰

일반입력 :2014/04/22 14:32

권봉석

고용량 동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하기 위한 전문가용 노트북은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급격히 무겁고 두꺼워진다. 아무리 노트북이라 해도 각종 부품을 짜 넣기에는 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이들 노트북은 대부분 무게는 2kg, 두께는 20mm를 넘어 휴대하기도 부담스럽다. 배터리 지속 시간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성능을 택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 시간도 3시간을 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흐름을 바꾼 것은 다름아닌 애플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2K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프로세서·그래픽카드를 쓰고도 무게는 1.8kg, 두께는 18mm로 낮추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최대 8시간까지 늘렸다. 외부에서 장시간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하다. 문제는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쓰는 운영체제는 OS X다. 당연히 윈도용 애플리케이션을 바로 실행할 수 없다. 부트캠프를 이용하면 배터리 이용 시간이 줄어들고 패럴렐즈 등 가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델 프리시전 M3800(이하 M3800)는 윈도 운영체제를 쓴 기존 모바일 워크스테이션보다 더 가볍고 배터리 이용 시간이 긴 고해상도·고성능 노트북이다. 무게는 1.88kg, 두께는 18mm로 2kg를 채 넘기지 않는다. 운영체제도 윈도7과 윈도 8.1 중 하나를 선택해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 터치스크린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2K 뛰어넘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M380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넓은 15.6인치 화면이다. 실제 디스플레이 영역에 테두리까지 더하면 거의 16인치에 가깝다. LCD 화면을 덮는 보호유리와 디스플레이 사이에 공간이 없어 파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해상도는 1920×1080 화소와 3200×1800 화소 중 선택할 수 있다. 무게는 1.88kg, 두께는 18mm이며 얇은 디스플레이 덕에 두께가 많이 줄어들었다. 디스플레이 상판에는 알루미늄 재질을 썼고 탄소 섬유를 써 강도를 높였다.

입력장치는 키보드와 터치패드, 터치스크린 등 세 종류다. 키보드는 PC용 키보드와 큰 차이가 없지만 탄성이 강한 편이다. 자주 쓰이지 않는 F1~F12키에 화면 밝기나 소리, 키보드 백라이트 등 각종 조절 기능을 넣고 크기는 크게 줄였다. 어두운 곳에서 쓰는 키보드 백라이트는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터치패드는 유리 재질로 만들어졌고 클릭 동작은 터치패드 표면을 가볍게 터치하거나 꾹 누르는 방법 두 개를 다 쓸 수 있다. 어느쪽도 익숙하지 않다면 터치패드 아래 두 개로 구분된 영역을 눌러도 된다.

USB 3.0 단자는 왼쪽, 오른쪽에 각각 두 개씩 달려 있고 모두 스마트 기기 고속 충전 기능을 갖췄다. 아이폰5s는 5V 1A, 아이패드 에어는 4.9V 1.78A로 충전한다. 넥서스5도 최대치인 5.02V, 800mA로 충전한다. 한 번 연결하면서 기기 특성을 파악한 뒤 알맞은 전류량으로 충전한다. 이 때문에 잠시 충전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지만 고장은 아니다. USB 3.0을 제외한 입출력 단자는 HDMI,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헤드폰 단자와 SD카드 리더 등이다.

운영체제 선택 유연하고 배터리 지속시간 길어

운영체제는 윈도 8.1 프로와 윈도7 프로페셔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개인이라면 윈도 운영체제 호환성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업무용으로 노트북을 쓰는 사람이라면 일부 프로그램이나 호환성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윈도7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M3800은 다운그레이드 권리를 활용할 수 있어서 윈도7을 설치했다 나중에 여건이 갖춰지면 윈도 8.1 프로로 업그레이드해도 된다. 윈도7을 선택해도 추가 비용 부담은 없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메모리·저장장치 용량은 선택할 수 있지만 프로세서는 인텔 4세대 코어 i7-4702HQ(2.2GHz, 쿼드코어)로,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쿼드로 K1100M(메모리 2GB)으로 고정된다. 저장장치는 플래시 메모리를 일부 결합한 SSHD와 SSD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성능 향상 효과를 보고 싶다면 SSD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512GB SSD를 선택할 경우 윈도 운영체제와 복구 공간을 제외하고 총 420GB 가량을 쓸 수 있다. AS SSD 벤치마크로 성능을 측정한 결과는 연속 읽기 최대 490.06MB/s, 연속 쓰기 최대 399.66MB/s다.

고성능 부품을 쓴 노트북의 배터리는 대부분 지속 시간이 짧고 전원 어댑터가 빠졌을 경우 데이터를 저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UPS(무정전 전원공급장치)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M3800은 화면 밝기를 중간으로 유지하고 문서작성이나 인터넷 검색, 오피스 응용프로그램등 일반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최대 다섯 시간 정도 버틸 수 있다. 물론 극단으로 성능을 요구하는 영상 편집이나 사진 편집, 혹은 캐드 등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면 배터리 이용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다.

다양한 서비스 옵션이 장점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델 제품의 특징이다. 기본 상태에서는 24시간 전화 기술지원과 다음날 기술자가 방문하는 기업용 지원 서비스인 프로서포트 3년 서비스가 포함된다. 주중 업무시간, 혹은 24시간 관계 없이 기술자가 방문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일체형 배터리 수명이 걱정된다면 무상수리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늘리는 서비스도 추가할 수 있다. 무상 서비스 기간을 늘려주는 애플케어 프로그램과도 비슷하다. 고해상도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사진 파일 편집·현상 프로그램인 어도비 포토샵 라이트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등 각종 프로그램도 제품과 함께 구입할 수 있다. 오토데스크 마야, 아비드, 소니 베가스 등 일부 하드웨어를 가리는 소프트웨어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인증도 받았다.

관련기사

프리시전 M3800은 휴대가 가능한 노트북 중에서는 가장 높은 3200×1800 화소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고 휴대성과 배터리 지속 시간도 뛰어나다. 하지만 가장 가격이 낮은 기본형은 8GB 메모리 모듈이 단 한 개만 꽂혀 있어 메모리 두 개를 동시에 읽고 쓰는 듀얼 채널 기능을 쓸 수 없다. 이 경우 싱글 채널로 작동하는데 특히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 기능을 쓸 경우 성능이 하락할 것이다.

더구나 한 번 사양을 결정하면 사용자가 제품 내부를 뜯어서 메모리나 저장장치를 교체할 수 없도록 내부 부품이 고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쓸만한 하드웨어 구성을 선택하려면 결국 한 단계 위의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격은 최저 80만원에서 100만원 가까이 상승한다. 최저사양 구성과 고급형 사이에 한 단계 정도 더 선택지를 두어 폭을 넓혔더라면 더 좋을 것이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내구성을 끌어내리다 보니 여러 군데로 들고 다니며 험하게 쓰기에는 망설여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