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의 재발견 “태블릿 CPU로 제격”

HP 파빌리온 x2 써보니

일반입력 :2014/02/19 14:49    수정: 2014/02/19 16:33

권봉석

고성능 노트북을 살 것인가,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살 것인가. 노트북 구매를 앞두고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여기에 배터리 지속 시간이 끼어들면 기준은 더 복잡해진다. 한 번 충전해 하루 종일 쓸 수 있으면서 성능까지 적당한 노트북은 찾기 더더욱 어렵다.

HP 파빌리온 x2(이하 ‘파빌리온 x2′)는 화면과 키보드가 분리되는 디태처블 방식 2 in 1 PC다. 태블릿 형태에서 키보드를 끼우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배터리 시간도 최대 9시간이라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점이 반갑다.

■태블릿・베이스로 구성된 디태처블

파빌리온 x2는 터치스크린을 단 태블릿과 터치패드・키보드, 배터리를 내장한 베이스로 구분된다. 먼저 태블릿 부분을 보면 11.6인치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멀티터치는 최대 10점까지 가능하고 화면 아래 윈도 버튼은 시작 메뉴를 불러내는 단축키 역할을 한다. 태블릿 뒤 금속 hp 마크는 태블릿 내부 열을 내보내는 역할도 한다.

확장 단자는 태블릿에 마이크로SD 카드 리더와 이어폰/헤드폰 단자가 하나 달려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USB 단자라도 하나쯤 더 달아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베이스를 연결하면 헤드폰 단자와 USB 2.0 단자, USB 3.0 단자, 영상이나 사진을 외부에서 보기 위한 HDMI 단자를 추가로 쓸 수 있다. SD카드 리더도 함께 달아 두었다.

태블릿과 베이스를 분리할 때는 중앙의 걸쇠를 왼쪽으로 민 다음 살짝 들어내면 된다. 분리하기는 쉽지만 연결부위가 허술하거나 약하지는 않다. 책상이나 평평한 곳에 올려 놓고 쓸 때 태블릿에 쏠린 무게중심때문에 뒤로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쐐기 모양 돌기도 달려 있다. 단 이 돌기 때문에 화면이 젖혀지는 각도에는 제한이 있다. 누운채로 무릎에 올려 놓고 쓰기에는 태블릿 모드가 낫다.

베이스에 달린 키보드와 터치패드는 작지만 쓸만하다. 키보드는 2011년 이후 HP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아이솔레이티드 방식이며 오른쪽 시프트 키와 한/영 변환키를 키워 타이핑하기 편하다. 키보드나 터치패드를 쓸 때 간혹 사용자 입력을 놓치는 현상이 있었지만 바이오스를 업데이트하면 이런 현상은 사라진다. 무게는 태블릿이 780g이며 태블릿과 베이스를 합치면 1.49kg이다.

■저전력 고성능, 게임은 무리

파빌리온 x2는 인텔 펜티엄 N3520 프로세서를 썼다. 최대 2.17GHz로 작동하고 코어 4개를 동시에 쓸 수 있다. 저전력 노트북용으로 만들어진 프로세서이며 인텔 태블릿에 흔히 쓰이는 아톰 베이트레일 프로세서보다 성능은 높다. 웹서핑이나 소셜 네트워크, 오피스 프로그램, 동영상 감상을 무리 없이 처리한다.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사진 효과, 얼굴 인식, 주가 차트, 오프라인 노트 등 처리를 수행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웹엑스퍼트’ 점수는 649점이다. 2.4GHz로 작동하는 아톰 베이트레일 Z3770 프로세서나 애플 아이패드 에어보다 더 성능이 높다. 다만 게임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3D 그래픽 성능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태블릿은 메모리카드의 일종인 eMMC를 SSD 대신 써서 부피를 줄이지만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 큰 파일보다는 작은 파일을 자주 복사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실행할 때는 체감 속도가 뚝 떨어진다. 파빌리온 x2는 mSATA 방식 128GB SSD를 달았다. 128GB 공간 중 운영체제와 복구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약 82GB다. 음악이나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는 마이크로SD카드에 넣는 것이 좋다.

SSD 속도를 측정할 때 흔히 쓰이는 크리스탈디스크마크 3.0.3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는 순차 읽기 속도가 초당 최대 257.3MB, 순차 쓰기 속도가 초당 246.4MB다. 요즘 나오는 데스크톱PC용 SSD의 절반 수준이지만 eMMC를 쓴 8인치 태블릿(순차 읽기 160MB/s, 순차 쓰기 63MB/s)보다 훨씬 높다. 체감 성능에서도 SSD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메모리는 DDR3 4GB를 달았다. 운영체제는 윈도 8.1을 썼지만 다른 인텔 태블릿과 달리 오피스 2013은 무료 제공되지 않는다. 8인치 이하 태블릿에만 오피스 2013을 끼워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피스 2013이나 한컴오피스, 혹은 리브레오피스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해서 써야 한다.

■최대 사용시간은 ’9시간’

파빌리온 x2의 배터리 이용 시간은 무척 길다. 태블릿 본체에는 2셀(28WHr), 베이스에도 2셀(21WHr)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데다 프로세서가 쓰는 전력도 낮기 때문이다. 전원 옵션을 ‘HP 권장’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태블릿과 베이스를 연결한 후 충전을 마치면 윈도 전원 옵션에서 최대 사용 시간이 9시간으로 표시된다.

와이파이를 켜고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3시간 인터넷 사용, 21시간 대기 상태로 놔 두었더니 이용 가능한 시간이 4시간 37분, 용량은 48%로 나타났다. 베이스에 내장된 배터리를 먼저 쓴 다음 태블릿 내장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실제 용량은 베이스가 2%, 태블릿이 80% 가량이다. 마찬가지로 충전할 때도 베이스를 먼저 채운 다음 태블릿 본체를 나중에 충전한다. 태블릿만 충전할 때는 약 3시간, 태블릿과 베이스를 함께 충전할 때는 5시간 가량 걸린다. 태블릿 따로, 베이스 따로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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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x2는 분명 고성능 태블릿은 아니다. 하지만 8인치 태블릿보다 성능은 더 뛰어나고 배터리 시간도 길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만한 그래픽 성능은 아니지만 소셜 네트워크나 인터넷, 오피스 응용프로그램을 쓰기에는 충분한 성능을 보인다. 다소 무게가 나가도 배터리가 오래 가는 노트북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가격은 80만 원대다. 단순히 펜티엄 CPU가 장착된 노트북으로 보면 다소 비싼 편이고, 터치패드, 배터리, 확장단자를 갖춘 키보드 액세서리가 함께 제공되는 고성능 태블릿으로 보면 그럭저럭 이해해줄 수 있는 가격이다.

다만 베이스에 연결하지 않은 태블릿 상태에서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쉽다. 마이크로USB 단자나 전용 단자를 쓰더라도 USB 키보드나 마우스, 혹은 USB 하드디스크처럼 저장장치나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