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갤럭시기어 집중해부 "어떻게 쓰는 물건인고"

일반입력 :2013/09/05 15:54    수정: 2013/09/05 16:14

봉성창 기자

갤럭시 기어에 대한 전 세계 미디어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전에도 스마트 워치를 표방한 제품은 여럿 있었지만 세계 최대 스마트폰 기업인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 워치는 과연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섞였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2013 개막에 앞서 행사를 열고 시계형 스마트기기 ‘갤럭시 기어’를 4일(현지시각)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갤럭시 기어’는 한 마디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화면을 손목 위로 확장 시키는 개념의 액세서리로 정리된다. 손목 위에 1.63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통화나 각종 메시지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원격 장치로 보는 것이 맞다.

갤럭시 기어의 강점은 스마트워치 중 가장 높은 성능과 고화질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로 마치 스마트폰 화면을 일부분을 그대로 떼어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800Mhz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512메가 RAM을 갖췄다. 마치 초창기 스마트폰과 비슷한 사양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배터리 성능이 최대 25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용성에는 다소 의문부호가 찍힌다. 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갤럭시 기어를 활용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디자인은 무난...충전 방식은 다소 불편

갤럭시 기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다른 스마트워치가 아닌 기존 손목시계다. 따라서 스마트워치가 기존 손목시계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갤럭시 기어의 디자인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전반적으로 기존 전자 손목시계와 비슷한 크기로 이렇다 할 위화감은 없어 보인다. 또한 고급 명품 시계라기 보다는 전천후로 착용이 가능한 스포츠 시계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다. 고무 재질의 스트랩 역시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320x320 해상도의 화면 속 UX는 마치 윈도폰을 닮았다. 타일 형태의 느낌이나 전반적인 색상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특히 제품 외관 색상과 화면의 색상을 통일하는 것은 노키아의 루미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실제 탑재된 운영체제는 갤럭시노트3와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OS다.

갤럭시 기어는 검정, 회색, 주황색, 연녹색, 베이지, 총 5개 색상의 스트랩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은색 금속 테두리와 함께 제공된다. 여기에 샴페인 골드 색상의 테두리와 베이지색 스트랩으로 구성된 모델을 합쳐 총 6개 모델이 있다.

고무로 된 스트랩은 튼튼해 보이지만 땀에 의한 습기가 잘 찰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삼성전자는 향후 메탈 소재의 스트랩으로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시계와 달리 배터리는 하루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충전이 필수 적이다. 충전은 케이블을 연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좀 더 거추장스러운 전용 도크를 클립 형태로 끼워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전용 도크가 스마트폰과 같은 마이크로USB를 지원한다는 것 정도가 위안 거리다.

실제 작동 방식은?

기본적인 작동 방식은 터치스크린으로 화면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쓸어 넘기는 스와이프 형태로 가능하다. 한번 넘길 때마다 다른 기능이 나타나며, 나타나는 순서는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

각종 안내가 나오는 홈스크린 화면을 기본으로 S보이스, 음성메모, 사진 갤러리, 뮤직 플레이어, 만보계, 설정, 앱 바로가기 등의 화면이 차례대로 나오고 끝까지 화면이 넘어가면 다시 첫 번째 화면으로 돌아오는 형태다.

홈 스크린은 본인은 입맛에 맞게 색상이나 사진으로 바꾸거나 혹은 좀 더 많은 정보를 표시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시간이나 날짜 이외에 온도나 날씨 등도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비단 갤럭시 기어에서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각종 메시지 아림이나 S보이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갤럭시 기어에 대고 “내일 날씨는 어때”라고 말하면 이 음성명령을 스마트폰에 전달한 다음 스마트폰이 인터넷을 통해 답변을 가져와 다시 스마트워치에 전달하는 형태다. 반대로 말하면 스마트폰 없이는 갤럭시 기어의 성능이 상당 부분은 제한됨을 의미한다.

뮤직 플레이어는 일종의 리모컨 역할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재생, 다음곡, 이전곡, 정지 등의 간단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화면을 아래로 쓸어 내리면 숫자 키패드가 나온다. 여기에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 수도 있다. 통화는 갤럭시 기어를 입에 가까이 대고 마이크와 스피커로 가능하다. 야외에서는 소음으로 인해 이러한 통화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을 착용 중이라면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편리하게 전화가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기어 스트랩 한 쪽에는 19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이를 통해 저해상도 스냅 사진을 순간적으로 빠르게 찍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메모그래퍼라고 이름 붙였다.

카메라 옵션도 단촐한 편이다. 사진은 1,392x1392와 1280x960 해상도 중 선택 가능하며 동영상은 최대 소리와 함께 최대 10초 가량 녹화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 해상도는 720p와 640x640, 640x480, 480x480 중 선택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 시간이 이처럼 짧은 이유는 저장 공간이 상당히 작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갤럭시 기어의 홈화면을 위로 쓸어 올린 다음 화면을 터치하면 된다. 위치상 그냥 손을 아래로 내리고 있을 경우 카메라는 뒤를 향하고 있다. 약간 걱정되는 부분은 자리에 앉아서 손목을 수직으로 세울 경우 카메라 렌즈가 아래를 향하게 되는데 자칫 흠집이 날 우려가 많아 보인다. 또한 시계를 풀거나 헐렁하게 매서 돌리지 않는 이상 셀프 촬영은 힘들어 보인다.

킬러 콘텐츠가 없다

삼성전자는 기어의 작은 화면에 최적화 된 70개의 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중에는 달력과 같은 기본 앱에서부터 에버노트, 핀터레스트, 라인 등과 같은 인기 SNS 앱도 포함된다. 또한 런키퍼나 마이피트니스팰과 같은 앱은 하루 운동량을 측정해준다.

갤럭시 기어는 현재까지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노트 10.1에서만 작동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2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노트3는 저전력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된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도 각종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태다. 또 다른 부가 기능으로는 스마트폰을 분실하지 않도록 갤럭시 기어와 일정 이상 떨어질 경우 경고 메시지를 주거나 혹은 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유용해 보인다.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을 좀 더 재미있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단순히 손목에 차는 리모컨 기능에 그친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의존해야 하는 액세서리 가격이 요즘 잘나가는 태블릿 중 하나인 넥서스7 2세대보다 비싼 299달러라는 점은 갤럭시 기어의 상품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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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갤럭시 기어가 반드시 필요하도록 만드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스마트폰의 웹브라우저나 게임, 태블릿의 전자책과 같이 이 기기가 아니면 대체할 수 없는 킬러 콘텐츠가 부재하다는 이야기다.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야 한다면 대중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향후 갤럭시 기어에 최적화 된 아이디어 넘치는 애플리케이션이 혜성 처럼 등장해 사용자들에게 스마트 워치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사용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갤럭시 기어의 잠재력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첫 혁신작이 기존 스마트워치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상상력 부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