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입는 컴퓨터' 변화의 물결 준비해야

이재석입력 :2013/03/31 09:00

이재석
이재석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등장은 단순한 신제품의 출현을 넘어 일상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바로 신체에 직접 착용하는 ‘입는(Wearable)’ 컴퓨터의 출현이다.

그 동안 SF 영화에서 먼 미래의 소품 정도로 생각했던 제품들이 눈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기기는 올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구글 글래스(안경)’다. GPS와 카메라 기능은 물론 음성명령만으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어 구글은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말하는 신발을 선보였고 애플 역시 손목에 차는 컴퓨터인 스마트 시계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영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은 5년 안에 입는 컴퓨터가 지금의 스마트 기기처럼 대중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머지않아 안경, 신발, 시계 모양의 컴퓨터를 착용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입는 컴퓨터의 진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입는 컴퓨터가 대중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새로운 플랫폼은 보다 풍부한 사용자 경험(UX)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스마트 기기의 대부분이 손가락이나 펜 터치, 음성 인식을 통해 필요한 명령을 수행한다면 입는 컴퓨터는 눈동자와 미세한 동작 인식 등으로 사용자 명령을 실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안경, 신발만 착용하면 24시간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 가능해짐은 물론,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와도 쉽게 연결해 한층 편해진 일상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가 ‘생활방식의 변화’를 초래했다면, 입는 컴퓨터는 ‘생활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입는 컴퓨터의 상용화 경쟁이 더욱 본격화되면 IT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지형에도 상상을 초월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생활습관, 선호도, 정치적 성향 등 각종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특정 기업에 축적되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몰래카메라, 도청 등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스토킹, 절도 등 범죄에 악용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SNS를 탈퇴하거나 이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지자 외국에서는 SNS에 남긴 흔적을 말끔히 지워주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제대로 된 사전 방어장치 없이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구글 안경, 구글 신발도 사생활 침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 정책이든 물리적인 보안장비든 서비스 상용화 이후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전히 해소할 사전 방어장치가 마련되어야 진정한 혁신 기술로 거듭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이 일반화 되면서 전문가들은 가정 내 가전제품이 홈서버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홈네트워킹 시대가 곧 다가올 것으로 진단했다. 스마트TV가 등장했을 때는 가정 정보화의 중심 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 달리 그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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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입는 컴퓨터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자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입는 컴퓨터 시대가 올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입는 컴퓨터가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플랫폼을 위한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돌아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