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SW개발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일반입력 :2009/07/21 10:00

류한석

지난 7월 7일, 티맥스소프트의 티맥스윈도 제품 공개 후 업계와 인터넷이 시끄럽다. 논란의 주제들도 다양하다. OS 개발이 과연 우리 수준에 가능한 일이고 또한 필요한 일인가, MS 호환 제품을 굳이 만들어야 하는가, 오픈소스 도용 의혹, MS와의 상표권 분쟁, 박대연 회장의 발언 논란까지 티맥스와 관련된 이슈들이 참으로 많다.

물론 티맥스의 성공과 박대연 회장의 사업가로서의 능력은 명백하게 인정할 만 하다. 티맥스는 작년에 매출 1천억원을 돌파했는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무척 놀라운 일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한 그의 공격적인 경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대연 회장의 주장대로 이번에 OS만 제대로 개발된다면, 전세계에서 IBM과 MS 다음으로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OS 모두를 보유한 토털 소프트웨어 업체가 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제품 세가지를 모두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티맥스는 부채가 1천500억원이고 작년 영업이익은 14억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티맥스의 소프트웨어들은 국내용이고, 또한 SI 프로젝트의 비중이 상당하고, 작년에만 직원 수가 두 배로 늘어 조직 관리에 대한 잡음이 회사 외부에까지 들리고, 올 1분기에 150억원의 적자를 냈고,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자금위기설도 있었고, 최근에는 자구책으로 임직원들이 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필자는 티맥스가 OS를 개발하는 것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것은 경영자의 사업 전략이자 의사결정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기로 한 사업적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 다만, 티맥스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에(또한 논란이야말로 커다란 에너지 소모가 아니던가), 그러한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개발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드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티맥스에 따르면, 티맥스윈도의 개발에 350명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티맥스는 과거 DBMS의 개발에만 7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지난 5월까지만 해도 DBMS보다 훨씬 복잡성이 높은 OS 개발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티맥스는 OS 개발을 올해 상반기에 끝마쳐서, 올 7월에 출시한 후 8월에는 일반인 대상의 테스트를 하고, 늦어도 10월 1일에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일의 발표회에서 선보인 제품은 베타는커녕 알파 버전이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일정의 수립이야말로, 저명한 소프트웨어 공학자인 에드워드 요든(Edward Yourdon)이 말한 ‘죽음의 행진(Death March)’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요건이다.

티맥스는 MS 대비 100분 1의 인력으로 OS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인데, 박대연 회장은 개발자들에게 “꿈속에서 프로그램이 보이면 문제다. 꿈속에서 에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그 자신 스스로 ‘8-10맨’이라며 오전 8시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며, 또한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25년간 영화, 드라마를 단 한번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타입의 경영자는 모든 산업에 존재하는데, 자신의 열정만큼 직원들에게도 열정을 강요하곤 한다. 실제로 그는 발표회와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 지를 강조하며, 이혼당한 개발자,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개발자 이야기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직원들의 가정파괴와 건강상실은 경영자로서 부끄럽게 생각할 일이지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그런 식의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많이 보아왔다. “지금의 고생만 참으면 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어” 프로젝트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파라다이스를 만난 적은 없었다.

인간의 정신에 의한 100% 순도의 멘탈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는 희생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A+급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다.

해외의 성공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가운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함으로써 최상의 정신적 산물인 소프트웨어가 창조된다. 그렇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A+급의 소프트웨어는 고통을 참고 희생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행복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필자는 그것이 바로, 한국이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성공을 만들어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믿는다.

개발자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야근하는 상황에서는 비록 개발이 진척된다고 하더라도, 분노와 고통의 안 좋은 기운이 코드에 스며들어 버그가 양산되고 결국 품질이 저하된다. 해외의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20시간 정도의 야근을 할 때는 생산성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이후에는 분명히 쉬어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순생산성이 낮아진다. 야근은 임시일 뿐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삶에서 오로지 일이 전부인 일중독자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경험상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과연 티맥스가 전세계의 선진 소프트웨어 기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행진 방식을 통해 제대로 된 OS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물론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여지지만, 설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그런 죽음의 행진 풍토가 더욱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지금도 충분히 일반화되어 있지만 말이다).

한국의 개발자들에게 고하건대, 어떻게 대해도 해내니까 어떻게든 학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과물을 완성시켰다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발전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다른 종류의 산업들, 즉 제조업, 건축/토목업 등과 다른 점이다. 육체와 달리 정신은 여유가 있을 때야 비로소 제대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언제나 창조성이 떨어지고 본질적인 품질 문제가 존재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이혼을 당하고, 회사에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고, 종교에 귀의하고, 다른 직업으로 전직하는 개발자들을 많이 보아왔다. 산업 논리와 경영자의 욕심으로 인해 더 이상 개발자들이 희생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어떻게든 제품이 나오면 무얼 하겠는가? 개발자들이 치를 떨며 업계를 떠나는 이 현실에서 말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개발자들의 희생정신이 아니라 즐겁게 일하며 최상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다.

둘째, 오픈소스 도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티맥스가 너무도 짧은 시간에 적은 인력들로 100% 자체 기술로만 OS를 개발하여 출시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사실 양적, 질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유능한 인재들의 집합체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5조원의 돈을 투자하여 개발하고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OS이다.

그런 상황에서 티맥스의 OS 개발자라고 밝힌 이가 모커뮤니티 게시판에 오픈소스를 참조하여 개발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면서, 티맥스윈도의 오픈소스 도용 의혹이 인터넷에 급격하게 퍼지게 되었다.

의혹의 핵심은 “티맥스윈도가 오픈소스의 짜깁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MS 윈도 에뮬레이터, 호환 OS 개발을 위한 쓸만한 오픈소스들이 많이 존재한다. 리눅스 상에서 윈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Wine, 그리고 MS 윈도와 호환성 있는 OS를 개발하는 ReactOS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소스가 공개된 오픈소스라고 해서 라이선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픈소스의 종류에 따라 라이선스들도 다 다르고 무척 복잡하여 함부로 상용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대기업에서는 자사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도 하고 있다.

물론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사용을 명확히 밝히고 라이선스의 내용을 준수하면 된다. 만일 기존 오픈소스를 개선한 부분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공개함으로써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훌륭한 기여자로 평가 받을 수도 있다.

결국 현재의 문제점은,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하고 있고 티맥스의 개발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올린 글로 인해 의혹이 더욱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티맥스측에서 “얼마나 오픈소스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라이선스를 지켰는지”에 대해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오픈소스 진영의 사람들 중에는 분노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티맥스는 오픈소스 도용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애국심에 호소하는 자세와 불필요한 언사, 정치적 행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티맥스윈도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 및 반감을 증대시키는 것은 박대연 회장의 일련의 발언들 덕분이다. 특히 그는 국민이 인정해주는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것임을 공공연하게 강조해왔다. 그런데 국민 가수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없듯이,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 또한 스스로 원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애국, 국민 등의 키워드를 강조해서 잘 된 기업이 없다. 그 자체로 정치적인 성향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그의 어록은 대단하다. 일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토종 OS의 등장은 한국 산업사에서 조선이나 자동차, 반도체 산업 진출에 비견되는 위대한 도전이다.”

“티맥스윈도와 오피스로 2012년까지 세계 OS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이다.”

“내년에 해외법인 10개를 세울 것이다. 2011년에는 30개가 추가된다.”

(인력이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실제로 MS윈도 개발의 핵심인력은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테스트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인력이다.”

“구글의 OS는 우리 기술의 5분의 1도 안 된다.”

또한 지난 7일의 시연에서 올드 게임 구동과 동영상 재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가 미완이며 단순 에러라서 향후 3개월 내에 문제점이 0.1%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경영자의 주장은 회사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만 끼칠 뿐이다. 개발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기업용 제품인 DBMS, 미들웨어에 대해 호언장담을 할 때에는 대중의 관심이 적어서 그럭저럭 묻힐 수 있었겠지만, 개인 소비자 대상의 OS에 대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신뢰성에 심각한 손상이 갈 뿐이다.

티맥스 내부에서 “회장님,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없는 것일까? 그의 경영 스타일로 보건대 충분히 그럴 거 같다.

그리고 이번 발표회에서 테잎커팅(실제로는 전원을 키는 방식)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하여 금융감독원장,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에 대해 발표회의 많은 참석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으며, 티맥스의 정치적 행보에 다시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핵심 개발자들이 테잎커팅을 할 수는 없었을까? 그랬다면 그들의 자부심을 높였을 것이고 업계 전반에 훈훈한 미담이 되었을 것이다.

티맥스는 기업의 이미지와 티맥스윈도의 마케팅을 위해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현재와 같은 방식은 안티들을 양산할 뿐이다. 적어도 이 기술업계의 승자들(예컨대 애플, 구글 등)은 거의 종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 팬을 만들어내지는 못할망정 안티들만 늘어난다면 티맥스윈도의 앞날은 잿빛이 될 뿐이다.

이상으로 업계와 인터넷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티맥스윈도와 관련된 세 가지 주요 이슈들을 개발자들의 희생, 오픈소스 도용 의혹, 정치적 행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필자의 주장 또한 하나의 견해일 뿐이므로, 이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세가지 내용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만연되어 온 구태의연한 문제점들이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들이다. 그 정점을 티맥스가 찍고 있다고 본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려면 그 방식부터 혁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맥스가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인지 애정과 비판의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면서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글을 쓰도록 하겠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