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 해외 M&A 사례는?

美·유럽, 빅딜 '승인'..."정체된 시장에 탄력 제공"

방송/통신입력 :2015/11/26 16:26    수정: 2015/11/26 17:23

“전통적 플랫폼을 보유한 통신, 미디어 기업이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규모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를 꾀하고 있고, 기업의 다각화, 대형화가 시장의 요구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를 계기로,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통신-미디어 기업간 빅딜을 통해 날로 대형화, 모바일화 되고 있는 해외 미디어 기업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통신, 미디어 시장의 M&A 거래규모는 특히 지난해 급팽창했다. 지난해 전 세계 통신기업간 M&A 거래규모는 지난 2013년 333억달러에서 4배 가량 늘어난 1천430억달러, 미디어 분야는 587억달러에서 1천600억원 달러로 3배 이상의 폭풍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광훈 중앙대 교수는 “통상 ICT 분야에서 대규모 M&A가 일어나는데, 지난해에는 그 중에서도 방송통신시장의 M&A 규모가 유독 두드러졌다”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단일 시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붙어 있는 각종 통신방송기기. 에드윈 암스트롱은 1934년 이 건물 85층첨탑에서 128km밖으로 최초의 FM방송실험을 실시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방송통신 시장의 수익성이 정체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고, 국내 이통사들 역시 실적악화와 가입자당 매출 정체 등으로 투자 여력이 점차 고갈되는 공통적 특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국내 통신사업의 위기론은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 사업자들은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K텔레콤의 경우도 올해에는 전년과 비교해 매출까지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야 할 상황이고 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실장은 이어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시장은 이미 내수시장이 아니고 글로벌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통신사의 역할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통신사는 이들에게 통신망만 제공하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전문가들도 정체 상태로 접어든 방송통신 시장에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아쇠' 같은 역할로, 방송통신 기업간 M&A나, 방송-통신 역무 결합 등을 통한 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규제당국도 M&A로 인한 경쟁제한성이나 시장집중도 등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경우, 방송-통신 기업간 결합 등을 통해 정체된 방송통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제시할 수 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방송통신 기업간 M&A 등을 통해 미디어 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통신-방송-인터넷 등을 결합한 '크로스 미디어'들이 기존 제도권 미디어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송통신 업체들도 대형 M&A로 몸집을 불리거나 서비스 혁신으로 맞대응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규제기관도 이같은 기술적인 트렌드나 시장의 흐름을 반영, 방송통신 기업간 M&A를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미국 통신사인 AT&T와 미디어업체인 DirecTV간 대형 M&A 건이다. 당시 미국 규제당국은 거대 통신사인 AT&T와 유선방송사업자인 DirecTV 합병건에 대해 “결합상품의 경쟁을 증대하고 가격인하를 촉진해 소비자 이익과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를 허용한 바 있다. 다만, AT&T의 경우 인수합병을 위해 자발적으로 광대역망에 대한 투자, 망중립성 보장, 저소득층 할인 등의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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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페인도 같은 시기 텔레포니카가 유선방송사업자인 Canal Plus를 인수한 건에 대해, 침체된 유료방송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이를 인가했다. 특히, 텔레포니카와 Canal Plus가 합병할 경우, 전체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독과점적인 상황에서도 채널 도매제공과 인터넷 접속제공 등의 인가조건을 붙여 이를 전격적으로 허용했다.

이광훈 교수는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며 “해외 거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규모의 경제 확보, 효율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이것이 시장에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작용하고 이용자 편익도 증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