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DD 매각 "불안 덜고 실속 챙겼다"

일반입력 :2011/04/19 17:52    수정: 2011/04/20 08:48

봉성창 기자

삼성전자가 美 씨게이트 테크놀러지(이하 씨게이트)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이하 HDD) 사업부를 19일 매각했다. 이에 대한 조건으로 삼성전자는 씨게이트의 지분 9.6%를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고 추가로 현금 6억 8천750만 달러(한화 약 7천500억원)를 확보했다.

확장 일로의 경영 방식을 채택해온 삼성전자가 이처럼 사업 분야를 통째로 매각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HDD 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난 1989년부터 약 20여년간 제품을 출하해온 장수 사업 분야다.

이는 HDD 사업이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이하 SSD)로 시장이 변화되고 있는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얼마전 업계 3위였던 히타치가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번 양도로 공들여 키워온 HDD 사업부는 내줬지만, 삼성전자는 얻어낸 것이 많다는 평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주력 수출품목인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거래선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 PC 제품군이나 외장 하드에서 사용될 HDD 역시 씨게이트에 납품받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의 연계도 그대로 가져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같은 스토리지 제품군 임에도 HDD와 SSD 사업부를 분리해 운영해왔다. 이는 오래전부터 HDD 사업부만 매각이 가능하도록 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매각 대금으로 씨게이트의 주식을 받은 것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스토리지 사업 분야에 계속 관계를 맺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비록 2대 주주지만 재무적 투자자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최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즉, 표면적으로는 HDD 사업부를 매각했지만 실제로는 씨게이트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또한 주식을 제외한 7천 500억원의 매각 수익을 바탕으로 향후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등 반도체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씨게이트는 세계 HDD시장에서의 전략적 위상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번 사업 이관 계약이 완전하게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반독점 심사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 측은 연내에 정식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미 웨스턴디지털이 히타치를 인수하면서 최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 세계 HDD 시장은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가 양분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향후 성장이 불확실한 HDD 사업부를 내주는 조건으로 많은 실속을 챙겼다며 이는 미래 유망 스토리지 제품인 SSD에 올인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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