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식 원장 "미래는 AI가 좌우...응용기술로 세계 1위를"

지능정보산업협회서 강연..."우리가 강점 가진 부분 활용해야"

컴퓨팅입력 :2020/11/11 15:41    수정: 2020/12/01 11:01

"콘트라티예프 사이클에 따르면 세계 경기가 50~60년 주기로 부침합니다. 지난 1800년부터 현재까지 그동안 5번의 경기 파동이 있었습니다. 향후 50~60년은 인공지능(AI)이 경기 파동을 좌우하는 AI 콘트라티예프 시대가 될 것입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은 지능정보산업협회가 11일 개최한 정기 조찬 모임에서 강사로 나와 AI의 중요성을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능정보화산업협회가 매달 두번째 수요일 조찬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코로나19로 지난 9,10월 열리지 않았다. 행사에는 회원사 40여곳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오는 12월 10일부터 명칭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바뀐다. 소관 모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강연에 앞서 이를 소개한 문 원장은 '21세기 디지털 르네상스 모델 국가 대한민국'을 주제로 발표했다.

NAI는 흔히 '데이터 댐'이라 불리는 AI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맡고 있다. 3차 추경으로 약 3000억원을 배정 받아 데이터셋 150종을 구축 중이다. AI데이터 사업 외에 데이터 허브이자 데이터 거래소인 '빅데이터 데이터 플랫폼'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

문 원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AI가 전기처럼 인프라로 작용하며 산업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AI는 전기"라고 해석했다. AI를 선점하기 위한 미중 패권 경쟁을 거론하며 "원천 기술은 늦었지만 응용기술은 앞서가자"고 제안했다.

세계는 AI 패권 경쟁이 뜨거운데 특히 미중이 제일 앞서간다. 미국은 DARPA(다파)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혁신의 뿌리 역할을 하고 민간이 이를 확산한다. 우수한 AI원천기술과 다수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 환경도 자유롭다. 중국은 정부가 최대 공급자 이자 소비자이다.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15억 인구를 기반으로 AI 패권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응 전략으로 문 원장은 ▲원천기술은 늦었지만 응용기술은 앞서가자 ▲세계 1등을 목표로 한국의 강점을 살리자 ▲데이터 분석 및 활용에 집중하자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자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응용 분야가 강한 것은 세계가 부러워한 K방역을 이끈 마스크앱이 대표적이다. 마스크앱은 문 원장을 필두로한 NIA가 앞장서 만들었다. 건강 당국과 네이버 등 IT기업, 국내 우수 엔지니어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당초 정부가 파악한 마스크앱 출시는 3개월, 빨라야 1개월이였다. 이에 NIA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프로그램 매니저(PM) 역할을 한 NIA는 건강정보를 갖고 있는 심평원과 국내 IT기업을 소집, 단 3일만에 마스크앱을 만들어 냈고 이후 40여종이 쏟아졌다. 이런 사실을 들려준 문 원장은 "공공이 데이터를 오픈해주면 우수한 민간이 이를 받아 좋은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원장은 "이제 AI 중요성은 그만 말하자"며 "대신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분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세계 1등을 할까를 논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의료, 교통, 제조 등 세계 1위 수준 산업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OECD 디지털 정부 세계 1위, UN전자정부평가 세계 1~2위 등 세계 최고 공공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5G 세계 첫 상용화와 초고속 인터넷 등 통신 인프라도 뛰어나다. 문 원장은 "이 세가지 장점을 잘 살리면 도메인별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며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우수 기업 사례도 들었다.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첨단 공장을 건설, 세계적 등대 공장이 된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문 원장은 "제조의 포스코 같은 사례를 모든 영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에 대해서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데이터(세컨드 데이터)보다 기업이 직접 만들어낸  '퍼스트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데이터를 자체 축적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를 잘한다. 하지만 아직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이 부분이 취약하다.

문용식 원장은 강연에서 K방역을 예로 들며 ”우리가 잘하는 곳에 집중하면 세계 1등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는 두뇌, 빅데이터(B)는 혈액, 클라우드(C)는 심장이라고 해석한 문 원장은 "처음에는 이들이 따로 움직였다. ABC 정책을 통합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뉴딜이 시작된 배경도 설명, 관심을 끌었다. NIA가 만든 디지털 SOC를 정부가 수용, 대대적인 디지털 뉴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8년 8월 '데이터 경제 선언'에 이어 데이터 및 AI 경제 활성화 계획 발표(19년 1월, 디지털 정부 혁신 추진 계획 발표(19년 10월), AI국가전략 발표(19년 12월), 데이터3법 개정(20년 1월) 등을 잇달아 추진했다.

데이터댐은 'AI 시대의 후버댐'이라고 소개한 그는 "후버댐 시대에도 혁신한 기업만 살아남았다. AI시대에도 마찬가지"라며 "AI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전기이자 산업, 공공 등 모든 영역의 혁신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NIA는 데이터 댐 주요 사업으로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인공지능 융합 프로젝트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전면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반기 추경으로 2925억원을 배정 받아 150여종 데이터셋을 선정, 구축중이다. 278개 컨소시엄(1950여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문 원장은 "이 사업으로 크라우드 소싱 데이터 기업이 기존 10여개에서 200여개로 급증하는 한편 SW기업이 AI와 데이터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면서 "시장을 만들고 전문기업을 키우는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의 대표 사례는 더존비즈온을 들었다. 전통적 ERP 강자인 더존은 매출채권 팩터링에 진출했다. 문 원장은 "은행이 하던 일을 더존이 한다"며 기업간,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기업의 신용 평가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잘할까? 아마존이 잘할까? 물은 문 원장은 "은행 데이터는 1년전꺼다. 아마존 데이터는 현재 데이터다. 누가 더 신용을 잘할까.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면 전환도 설명했다. 그가 원장 취임 당시 공공 기관의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은 1% 정도에 그쳤다. 지금은 행안부가 2025년까지 약 18만개의 공공 부문 정보시스템을 민간과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이전할 계획이다.

문 원장은 IT 플랫폼을 가진 나라가 별로 없다면서 "유럽과 일본은 거의 전멸했다. 중국은 있지만 폐쇄적이다. 그나마 미국과 대응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또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디지털 전환에 잘 대응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견 및 중소기업이라며 "정부 정책이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원장은 AI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 ▲AI알고리즘 연구지원 ▲데이터 규제완화 ▲우수한 인재 확보 등 네가지를 들며 "우리 실정에 맞게 이들 네가지를 꾸준히 일관되게 추진하면 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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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원장 강연후 이어진 Q&A 시간에는 장동인 에이아이비비랩 대표가 "우리나라 AI 발전의 걸림돌은 한글이다. 영어에 비해 한글 말뭉치(코퍼스)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이에 문 원장은 "영역별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는데,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문 원장에 이어 윤준태 바이브 부소장(인공지능&빅데이터연구소)이 자사의 AI플랫폼 '소피아(SOFIA)'와 AI 분석 및 AI 비서 제품을 소개했다. 바이브는 다음소프트에서 이름이 바뀐 회사다. 소피아를 이용하면 트렌드 분석 등이 가능한데 윤 부소장은 AI로 시장 분석이나 주가 분석 보고서(리포트)를 사람보다 매우 빨리 만들수 있다면서 "주식분석 보고서의 경우 사람이 만들면 한달 걸리지만 기계(AI)는 10초안에 만들 수 있다"고 말해 시선을 받았다.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11월 정기 조찬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