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3부 - 독일의 노동 4.0과 직업교육

전문가 칼럼입력 :2020/02/13 10:19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디지털화로 노동의 세계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미래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이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화는 우리에게 기회도 될 수 있고, 위협도 될 수 있다. 노동의 미래(노동4.0)는 우리가 어떤 방안을 갖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직업교육과 직무역량을 개발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화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게 된다.

(사진=Schmitz, Moeller, Deinzer(김은/이문호 재구성))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에는 '노동·직업교육·직무향상교육(Arbeit, Aus- und Weiterbildung)' Working Group(이하 교육 WG)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노사 대표 40여 명이 참여, 2개의 분과와 1개의 '선도 사고 그룹'으로 나뉘어져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 분과1 : 애자일 노동(Agiles Arbeiten)

- 분과2 : 직업교육 및 직무향상교육

- 선도 사고 그룹(Vordenkergruppe) : 인공지능

교육 WG은 1년에 4~5차례 만나 관련 주제를 논의하며, 리더는 금속노조 베를린 사무소장인 Martin Kamp가 맡고 있다. 여기서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다가올 미래의 노동세계를 노사가 함께 설계해 나가면서 인더스트리 4.0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신기술이 도입되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노동조건이 나빠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노사협력을 통해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고, 노동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직업교육 및 직무향상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그러한 불안은 사라지고 기술혁신에 적극 동참하게 될 것이다. 교육 WG은 이러한 미션을 안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산업 경쟁력은 노사의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 한다. 특히 직업교육 부문은 더욱 그렇다. 직업교육 및 직무향상교육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독일의 회사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노조도 <고숙련-고부가가치-고임금>의 독일식 '하이로드(High-Road, 고진로전략)' 전략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 직업교육 및 직무향상교육은 필수적이고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승진의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 WG을 금속노조에서 주도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WG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다음과 같은 세 개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o 결과 1 : 사업장에서 미래에 대응하는 학습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제언

신기술과 조직들은 창의성과 경제적 성과를 위한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종사자들에게 불안감을 야기한다. 직업교육과 학습문화는 이를 극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기업이 시장변화에 대해 주체적으로 대응하는데 기여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 교육 WG에서는 기업들이 어떻게 미래의 대응능력을 키우는 학습과 직업교육 문화를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그동안의 논의의 결과로 교육 WG은 2019년 9월 '기업의 미래 대응능력을 키우는 학습문화를 위하여(Fuer eine zukunftsfaehige Lernkultur im Unternehmen)'라는 제하의 '촉진문(Impulse Paper)'을 발표한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한다.

- 학습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영역 즉, '기업문화와 리더십', '조직과 구조' 및 '자기책임'이 중요하다.

- 이 때 '협력, 참여, 소통, 기민성 및 앞을 내다보는 행동' 등 다섯 개의 핵심원칙을 따라야 한다.

- 이러한 제언과 원칙들은 사업장에서 직업교육 및 직무향상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참조모델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o 결과 2 : 새로운 노동형태 - 애자일 노동

애자일 노동은 점점 더 빠르고 복잡하게 변해가는 노동 환경에 대한 대답이다. 애자일 노동은 인간 중심의 조직을 지향한다. 종사자들의 개인적 욕구에 더 많이 부응하고, 동시에 자기조직화, 범 학제적(interdisciplinary) 팀, 지속적 개선 및 솔직하고 상호 존중적인 피드백 문화를 통해 조직의 대응과 공급 능력을 높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 WG은 2019년 9월 '애자일 노동(Agiles Arbeiten)'이라는 제하의 '촉진문'을 발표한다. 여기에 담긴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먼저 노동세계의 변화와 애자일 노동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애자일 노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화에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 다음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애자일 노동을 시험 및 체험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권고 사항과 실행을 위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o 결과 3 : 인간에 봉사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사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노동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높다. 인간의 욕구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어떻게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혁신적 도약을 인간친화적 노동과 결부시킬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계하기 위하여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할까? 교육 WG은 이러한 문제를 다루면서 2019년 9월 '인간에 봉사하는 인공지능과 로봇(KI und Robotik im Dienste der Menschen)'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출간한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기여를 하고 있다.

- 여러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들의 제언과 적용 사례를 통해 상호 의견과 경험의 교환을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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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통해 기업들에게 적합한 설계 방향과 능동적으로 자신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을 제공한다.

이러한 활동을 노사가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화는 모두가 참여할 때 효과적으로 일어난다. 직업교육 부문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교육 내용과 현장과의 괴리가 커 교육의 효과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노사 파트너십이 부족한 탓이다. 노사 파트너십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현)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상생형 지역일자리 자문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공익위원.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사회의 이해(공저)', '기술변화와 작업장혁신(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