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지역 콘텐츠 위기 부른다”

‘지역 콘텐츠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연간 1천500억원 규모 분담금 조성 필요”

방송/통신입력 :2020/01/21 14:15    수정: 2020/01/21 14:16

“유료방송 시장이 M&A를 통해 IPTV 3사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지역 콘텐츠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콘텐츠를 활성화해 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1천500억원 규모의 분담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 M&A 시대, 지역 콘텐츠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김희경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김희경 교수는 지역 지상파 방송사의 지역방송과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역 채널 등 지역 콘텐츠가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 향상 ▲지방 세력 견제 등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전제하면서, 최근 본격화된 유료방송 M&A 이후 지역 콘텐츠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 M&A 시대, 지역 콘텐츠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 현장 모습.

정부가 유료방송 M&A 심사 과정에서 지역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했지만 소홀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유료방송 재편을 용인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이 부재한 채 기업 결합이 승인됐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M&A의 첫 단계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선 부분에 대해 심사하지 않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실제 인수합병 이후 시장지배력 전이·결합상품 부작용·방송시장 영향력 등에 대한 심사는 거의 없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역 콘텐츠와 관련해서 지역 채널 운용계획 적정성만 요구했을 뿐, 계획의 이행 여부 확인 및 타당성 검증 등에 대한 내용이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역 콘텐츠 활성화 대책 부재는 국내 유료방송 M&A가 활성화될수록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M&A 이후 IPTV를 사업하는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방송 시장이 재편될 경우, 지역 콘텐츠를 운영·관리하는 업체의 힘은 약화될 것”이라며 “IPTV 사업자는 M&A 이후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일부 내놨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콘텐츠 직접 투자가 아닌 자사의 플랫폼을 관리하겠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IPTV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에 따라 지역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분담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PTV 3사가 약 1천500억원 규모의 분담금을 지불, 지역 맞춤형 공공·공익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 인수 이후 5년간 2조6천억원 규모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연 단위로 나누면 연간 5천억원이고 이 중 10%인 500억원은 지역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제작 장비를 포함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기금 운용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자적인 기구를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정부는 난색을 보였다. 지역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분담금 등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신승한 방통위 지역 미디어정책과장은 “현재 지역 콘텐츠 활성화가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규제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정부도 지역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재원의 액수를 늘리려고 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이고, 우선 지역 미디어가 어떻게 자생력을 높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미디어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지역 미이어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신승환 과장은 “과거 따로 놀던 지역방송과 지역 채널 등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지역 시청자미디어 센터를 기반으로 방송 제작 교육 확대 및 장비 지원 등을 통해서 유기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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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방송 재허가 심사 등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분담금 조성 등을 재허가 심사 내용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황큰별 과기정통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방송 사업은 재허가 심사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고, 지역 콘텐츠 강화 및 유료방송 M&A에 대한 문제는 재허가 심사에서 섬세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IPTV 사업자에게 개별적으로 분담금을 걷어서 지역 미디어 운영 주체에게 주는 내용은 사전적으로 충분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한데, 아직 그런 검토가 이뤄져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