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광고기반 웹 생태계 바꾸어낼 것"

백종찬 메인메타 이사 "마이크로 페이먼트가 핵심"

컴퓨팅입력 :2020/01/13 16:48    수정: 2020/01/14 09:14

"현재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 형태의 웹이 만들어진 건 철저히 마이크로 페이먼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을 보내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 나노 페이먼트 수준의 합당한 값어치를 낼 수 있었다면 어쩌면 더 건강한 웹 생태계가 만들어졌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페이먼트가 모든 인터넷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이크로페이먼트를 가능하게 하는 건 블록체인입니다."

백종찬 메인메타 이사는 지금의 망가진 웹 광고기반의 산업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블록체인이자, 이것이 비트코인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백 이사는 중국계 블록체인 벤처 투자회사인 펜부시 캐피털과 금융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해 업계 유명 인사들을 대거 초청한 '분산경제포럼'을 개최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 메인메타에서 비트코인SV의 중립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새해를 맞아 백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록체인의 가치를 되짚어봤다.

백종찬 메인메타 이사.

-블록체인을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또는 본인이 블록체인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크로페이먼트다. 마이크로페이먼트가 모든 인터넷이 가진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범용적으로 소액을 보낼 수가 없다. 카카오페이 사용자끼리는 몇백원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로 보낼 수는 없다. 결국 소액을 보낼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웹은 망가져 왔다."

-웹이 어떻게 망가져 왔다고 보나.

"예를 들어 카카오 메시지를 보내는 것,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아주 저부가가치의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저부가가치의 서비스를 런칭한 서비스 회사들은 당연히 처음엔 무료로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무료로 런칭한 후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 효과를 이루니까 이 기업들도 돈을 벌어야 되기 때문에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트래픽을 모아 광고로 돈을 벌면서 사용자들이 곧 상품이 돼버리는 웹의 형태로 가버린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사용자가 상품이 돼 버리는 광고기반의 산업, 무료 서비스 형태의 웹은 철저히 마이크로페이먼트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페이먼트가 가능했다면?

"만약에 카톡을 하나 보내는데 10원, 1원 이런 수준이 아니라 0.001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유료라도 썼을 것이다. 옛날에 돈 내고 문자를 보내던 값보다는 훨씬 저렴하니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으로 어떤 행위를 할 때마다 나노 페이먼트 수준의 합당하는 값어치를 낼 수 있었다면 어쩌면 더 건강한 웹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기업들이 굳이 사용자의 아이덴티티를 알아내서 이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어디 사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몇인지 등의 데이터를 굳이 마이닝 할 필요도 없다. 또 지금은 무분별하게 수만 개 봇을 이용해 광고 트윗을 올려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마이크로페이먼트를 기반으로 글을 올리게 되면 웹상에는 스팸이 없어지고 좋은 퀄리티의 깨끗한 정보만 남을 수밖에 없다. 내가 좋은 컨텐츠를 올려야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잘못된 웹을 고칠 수 있는 게 바로 블록체인, 비트코인의 핵심이다."

-마이크로페이먼트가 가능해지면 또 어떤 점이 좋나.

"우리처럼 개발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몇 원 떨어지는 게 큰 가치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조금 편해질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개발도상국에 있는 사람들하고 얘기해보면 이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내가 지금 처한 현실은 18시간 노동을 해 겨우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이 2달러인데, 온라인상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를 공유하는 행위 등을 통해 자유롭게 10달러까지도 벌 수 있다면 그것은 개도국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굉장한 기회이고, 자본의 모빌리티가 증가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기술의 필요가 달라질 텐데, 글로벌적으로 어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통화를 마이크로페이먼트로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은 우리보다 저생산 국가에 살고 있는 시민들한테는 엄청난 일인 거다. 웹 서비스 관점에서 볼 때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봐도 그렇고 기존 시스템보다 너무 월등하게 뛰어난 시스템이라서 이런 기술을 눈앞에 두고 안 할 순 없다."

■ "블록체인은 프로토콜이지 플랫폼 아니야…하나만 살아남을 것"

-지금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맞게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보나?

"지금 많은 부분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만을 바라면서 불장을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부분들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하나?

"자신들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블록체인은 프로토콜이다. 프로토콜은 호환돼야 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카카오나 라인이 블록체인 사업할 때 한 가장 큰 실수는 자신들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다 앱을 만들라고 한 것이다. 그 순간 프로토콜은 없어지고 블록체인이 플랫폼화됨으로써 인트라넷 같은 효과가 난다. 절대 카카오는 페이스북의 블록체인을 쓰지 않을 거다. 누가 경쟁사에 의존해야 하는 서비스에 동참하겠는가. 결국 블록체인은 인터넷 프로토콜인 TCP/IP와 같이 중립성을 가진 프로토콜이어야 한다."

-결국 블록체인은 플랫폼이 아닌 프로토콜이라는 주장이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은 다들 자신들이 TCP/IP와 같은 프로토콜이 되려고 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프로토콜은 결국 한 개로 취합될 수밖에 없다. 단 한 개의 프로토콜만 있어야 한다."

-왜 한 개의 프로토콜이어야만 하나?

"블록체인 서비스가 한 개의 프로토콜로 구동돼야 하나의 경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의 프로토콜로 구동되고 그 프로토콜의 단일 통화로 통합이 돼야만 경제 부가가치가 생기고,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 지금 블록체인 생태계는 각자 다 자신들의 코인을 발행하고 있고, 그 코인을 바꾸려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서 바꿔야 한다. 이렇게 코인이 여러 개로 쪼개져 있으면 경제 규모도 분리돼 작을 수밖에 없고 결국 가격 변동성도 더 심해지게 된다. 한 개의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한 개의 기축화폐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살아남을 한 개의 프로토콜은 무엇이 될 거라고 보는가?

"앞으로 10년을 내다봤을 때, 그 하나의 프로토콜은 비트코인SV(BSV) 프로토콜이라고 본다."

-왜 비트코인SV인가. (비트코인SV(사토시버전)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해 탄생한 비트코인캐시가 다시 하드포크해 생겨났다. 비트코인SV 지지자들은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설계한 그대로의 비트코인이 비트코인SV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SV는 현재 암호화폐 시가총액 8위다.)

"프로토콜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뀌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정돼야 한다. TCP/IP도 한 번도 변화가 없었다. 안정적으로 고정돼있어야만 기업들이 자본을 들여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다른 블록체인을 보면 하드포크(특정 시점부터 기존 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별도의 체인을 생성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프로젝트가 업데이트돼 기업이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하루아침에 구동되지 않는 서비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토콜은 경제성을 지녀야 하는 동시에 고정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BSV는 확장성이 보장돼 있으면서도 프로토콜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경제적 확장이 이뤄질 수 있다. 지금 BSV에서는 하루에 0.9개의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경제 시스템이 선순환되려면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가능할까.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미세스의 회귀이론을 믿었던 것 같다. 어떤 게 과연 돈이 되느냐, 화폐로서 작용하려면 전제조건이 무엇이냐 했을 때 결국 비금융적인 사용 가치가 있어야지만 가능하다는 게 미세스의 회귀이론이다. 역사적으로 감옥에서 담배가 화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화폐가 된 게 아니라 담배를 피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비금융적인 사용처가 있었기 때문에 가치가 생성됐던 거다. 지금 비트코인이 내재가치가 없어도 거래가 되고 있는데, 그건 철저히 투기시장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결국 경제가 회귀해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비트코인의 내재적 가치가 도대체 무엇이냐 한다면 그건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중립된 데이터베이스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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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된 데이터베이스로서의 블록체인이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산업은 중개자 기반이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끼리 돈을 보내려고 하면 은행이 중간에서 송금해준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중간에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 밴(VAN)사가 있다. 이런 중개자들이 하는 역할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거래를 기록해주는, 데이터를 쌓는 역할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한 건 뭐냐면 바로 이 정보를 블록체인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올려 어떤 중개자, 기관 없이도 개인과 개인들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밴사, PG사, 금융결제원 등 중개기관들이 하던 일들을 중립데이터베이스(블록체인)에 넣어버리면 기업들 간의 P2P가 가능해지는 거다. 즉, 중개자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쟁사들마저 서로 신뢰하고 쓸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그것이 블록체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