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인터넷 환경에 가장 어울리는 통화 될 것"

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 암호화폐가 바꿀 미래 인터넷 전망

컴퓨팅입력 :2019/04/09 15:02    수정: 2019/04/10 09:51

'암호화폐 결제가 쉽고 빨라지면 신용카드를 대체할까?' 이런 질문에 '그럴것'이라 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미 신용카드 결제가 쉽고 빠른데, 암호화폐를 굳이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메일이 팩스보다 편리해지면 팩스를 대체할까?'란 질문은 어떤가. 1990년대 초까지 이런 질문에 '그럴것'이라 답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메일이 팩스보다 훨씬 불편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팩스 보다 이메일이 훨씬 편리하고 확장성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이 바뀔 날이 오지 않을까.

블록체인 진영은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성능이나 사용성 측면에서 동등한 수준(페리티)에 도달하면, 암호화폐 고유의 강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주장에 맨 앞에 서 있는 이가 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Andreas M. Antonopoulos)다. 그는 블록체인 입문서이자 필독서인 <마스터링 비트코인>, 아마존 베스트셀러 <인터넷 오브 머니>를 쓴 유명 저자이자, 세계를 누비며 블록체인을 알리고 있는 인기 강연자다. 블록체인에 대해선 그의 통찰력을 넘어선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 기조연설자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Andreas M. Antonopoulos)

■"인터넷 환경에 자연스러운 통화는 신용카드 아니라 암호화폐"

지난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토노풀로스는 "암호화폐야말로 인터넷 환경에 가장 자연스러운 통화(natural currency)"라며 "암호화폐는 인터넷 상에서 신용카드와 아주 다른 형태로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암호화폐는 신용카드와 어떻게 다르게 쓰인다는 걸까. 그는 먼저 '마이크로페이먼트'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온라인 상에서 매우 작은 단위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마이크로페이먼트라 한다.

"신용카드는 인터넷보다 15년이나 먼저 나온 아주 오래된 기술이다. 따라서 인터넷 상거래에 쓰기 썩 좋은 기술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한번에 1~2달러 이하의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제 과정이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 있는 많은 아이템들은 1달러 미만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기사 한 개를 보는 데 5센트 쯤 한다면, 신용카드는 쓸 수 없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한 달 구독권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사용한다면 그냥 기사 한 개에 대한 값만 지불하고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가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 하나하나에 값을 붙여 판매하는 게 어렵다보니 인터넷 콘텐츠 대부분이 결제보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암호화폐가 쓰이게 되면 광고 없이도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실제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도 이런 변화가 당장 일어날 거라고 보진 않는다.

블록체인 업계가 풀어야할 숙제에 대해 안토노풀로스는 "새로운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려면 상당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고 동시에 더 사용하기 쉬워져야 한다.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 지금 방식은 너무 복잡하다. 이런 상황은 인터넷 발전 단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단지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인터넷 작동법 근본적으로 바꿀 것"

안토노풀로스는 또, 암호화폐가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programmable money)'이라는 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돈의 소유권과 특성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비트코인처럼 간단한 조건만 수행할 수도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자동 계약 실행 기능)를 이용해 더 복잡하고 정교한 조건을 수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우리는 '멍텅구리 돈(dumb money)'을 사용했다"며 "(암호화폐로) 돈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되면 인터넷이 작동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은 서로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모델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연결되는 공간이고, 인터넷 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안에서 은행 같이 믿을 수 있는 제3자 없이도 개인과 개인이 더 많은 종류의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지금 아주 소수만이 은행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 접근할 수 있다. 만약 제3자를 제거할 수 있게 되면 누구든지 인터넷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시장 형성되는 모든 인간 활동에 변화 줄 것"

안토노풀로스는 "제3자 없이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암호화폐가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모든 인간 활동에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게는 게임 경제 통합을 예로 들었고, 크게는 하나의 세계 경제 탄생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먼저, 암호화폐가 가져올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로 게임을 들었다. "지금은 각 게임 마다 세계가 단절돼 있다. 게임 아이템부터 게임 경제까지 서로 분리돼 있다. 이런 상태는 자연스럽지 않은 시장이다.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상태로 시장이 생길 거라 본다. 암호화폐는 이 게임에서 저 게임으로 아이템과 가치가 교환되는 시장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같이 게임 문화가 발달된 국가에서는 특히 암호화폐를 적용한 게임이 아주 매력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에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암호화폐가 하나의 단일 세계 경제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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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인구 75억명 중) 세계 경제에 완전히 참여하고 있는 인구는 25억명 정도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를 말한다. 나머지 50억명은 각 국가 지역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도 세계 다른 나라와 연결되어 있진 않다. 은행 계좌가 없거나 국제통화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국제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고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이런 상황이 인류의 잠재력을 상당히 낭비하고 있다고 본다"며 "암호화폐가 제대로 쓰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 경제가 탄생할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