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터 3법 찬반...데이터 적정값 측정 우선

AI·빅데이터 시대서 선해결해야

기자수첩입력 :2020/01/03 07:53    수정: 2020/01/03 11:26

작년 말 기억에 남는 이슈 중 하나는 '데이터 3법'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쟁점이 팽팽히 맞섰는데, 둘 중 하나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란 점에서 데이터 3법은 새로운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개인 정보보호 강화만이 최우선이라고 강조된다면 시대적 흐름을 놓친다는 비판이,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데이터 3법이 추진된다면 7080년대의 국가 주도 경제 활성화와 다를 것 없다는 비난이 제기될 것이다.

합의를 위해선 우린 데이터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도 개인정보를 '선택적 동의'하에 판매와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기자는 인터파크의 5천원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넘겼다. 이메일과 전화번호 등이다. 5천원의 할인 쿠폰과 정보가 거래됐기 때문에 '판매'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이후 기자는 매주 두 세번 광고 메일을 받고 있으며, '광고'라고 달린 문자도 오기 시작했다. 번거로움을 감안했을 때 개인정보의 가치가 5천원에 상응하는지에 확답하기 어렵다.

데이터의 가치는 또 인공지능(머신러닝) 관점에서도 정의돼야 할 우선 과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업의 빅데이터를 쌓아주고 있으며, 머신러닝을 위해 일을 해주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례라 한다면 KEB하나은행의 인공지능 기반 챗봇 '하이'에게 말을 걸어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하나머니를 받은 것이다. 하이 챗봇과 한 번 말 주고 받을 때 받는 5머니를 돈으로 치환하면 5원이다. 작년 최저 시급은 8천350원이다. 1분으로 환산하면 분당 최저임금은 139원정도다. 하나은행의 챗봇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다면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않는 돈을 받고 챗봇을 교육시켜준 셈이다.

데이터 학습을 위해 투여하는 우리의 시간과 정보의 적절한 가치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일단 재산권으로 데이터를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법조인의 자문을 구해본 결과, 법조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재산권으로 개인정보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개인 정보 등 무형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행위를 법조계에서는 '저급한 행위'로 볼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해볼 만한 소송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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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업계에서는 데이터의 가치는 결국 사회적 편익은 물론이고 유무형의 이점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데이터를 주고 학습시키는 행위가 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 된다는 답변이다.

기업들이 주장하는 정보 주체 동의없이 정형·비정형화 개인 정보 수집은 이런 개인정보의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를 선해결한다면, 쉽게 풀릴 문제다. 정보 주체가 갖고 있는 데이터의 값어치가 명확해야, 데이터 마켓에서의 가격 논란이 줄어든다. 정보 주체도 수긍할 만한 적정한 가치라면 내 정보를 넘겨 기업의 배만 불리고, 쓸데없는 스팸 메일과 문자만 받는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