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디지털 퍼스트로 빅테크 기업 변신 강조

[신년사 분석] "프로세스 개선·핀테크 협업" 중점 추진

금융입력 :2020/01/02 10:17    수정: 2020/01/02 10:28

국내 은행이 모두 올해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로 '디지털'을 꼽았다.

빅데이터로 무장하고 디지털 기술을 갖춘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도전이 예사롭지 않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객 접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모두 신년사에서 업무 전반의 디지털화와 혁신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핀테크와의 협업으로 2020년 수익을 수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2일 은행을 보유한 은행지주사 수장들은 올해도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은행연합회 김태영 회장은 "현재의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 역시 "지금까지 어느 한 해 경영 여건이 좋았을 리 없었겠지만, 올해는 특히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장기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확대를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저금리와 저출산과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구조 변화도 은행업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 빅블러(Big Blur) 현상 등으로 새로운 금융플레이어도 금융산업에 등장하고 있다"며 은행의 경쟁강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주 회장들도 이런 여건에서 변화를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다짐을 전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올 한 해의 공동 목표로 제시했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사진=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에 이끌려 가는 객체가 아닌 변화를 주도해 가는 주체가 되기 위해선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단순히 최신 디지털 기술을 수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시도만으론 부족하고, 핀테크와 빅테크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산학·민관 협력을 통해 업을 초월한 지식의 융합을 시도하자"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그룹 통합인증서, 클라우드 등 IT인프라를 활용한 연결성도 강화할 것"이라면서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시장을 선점하고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리브모바일을 통해 다른 업종과의 협업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지주 김광수 회장은 "디지털 금융시대 도래로 공급자 중심의 우월적 지위가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됐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당연한 일이다. 상품과 서비스 기획부터 출시·사후 관리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도 "디지털 금융 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로봇자동화프로세스(RPA), 클라우드 등 기술을 통해 업무프로세스를 더욱 고도화해 고객과 직원 간 디지털 경험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일부터 은행업계의 새로운 예대율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장기적 수익성 확보를 꾀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신년사에 주된 화두였다. 글로벌 진출과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즈니스 구조 다변화 등이다. 바뀐 은행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 가중치가 현행 100%에서 115%가 적용되고, 법인대출은 100%에서 85%로 줄어든다.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은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확장과 강화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KB지주 윤종규 회장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며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은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며 "은행의 이자익에 치우쳐있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꼽았다. 김 회장은 또 대출·외환·퇴직연금을 한 데 묶는 '기업금융 토탈서비스'를 거론하며 "금융지원부터 경영 컨설팅, 기업공개상장(IPO)까지 기업 생애주기 모든 단계에 농협금융이 지원할 수 있도록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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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

이밖에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저금리·고령화·저출산 등 뉴노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자산관리 및 재산증식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대형 금융그룹은 시가총액 3조원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금융의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