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빗썸 803억 세금폭탄 논란...쟁점 총정리

현행법 상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 소득세 매길 수 있을까?

컴퓨팅입력 :2019/12/31 14:40    수정: 2019/12/31 22:18

국세청이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외국인 이용자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로 803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세청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암호화폐(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나 과세 근거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뤄진 무리한 과세란 시각이 적지 않다.

현행법 상 외국인 이용자의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 소득세를 적용할 수 있는지, 과세 대상으로 '원화출금 합계액'을 설정한 것이 적절했는지, 또 빗썸이 이용자가 출금을 요청할 때 세금을 공제할 의무가 있는지(원천징수의무자인지) 등이 이번 과세의 적합성을 따지는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세청, 빗썸 803억 과세 어떻게 이뤄졌나

이번 과세는 지난해 1월 이뤄진 빗썸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폐쇄 가능성' 언급 직후 서울청 조사4국은 빗썸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빗썸이 거래소 운영을 시작한 2014년부터 5년간 외국인 이용자의 거래 내역이 조사대상이 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5년간 외국인 이용자가 원화로 출금해 간 금액을 합산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이라고 판단했고, 빗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여해 803억원의 과세를 통보했다.

국세청이 빗썸에 외국인 이용자 원천징수와 관련해 세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은 27일 비덴트 공시를 통해 알려졌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모회사인 빗썸홀딩스 지분 34.24%를 취득하며, 빗썸 경영권 인수를 진행 중이 코스닥 상장사다.

[쟁점1] 현행법 상 암호화폐 거래에 세금 매길 수 있나?

이번 과세는 암호화폐 거래 이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법에서 '열거주의'와 '조세법률주의'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없다. 국세청이 빗썸 내 국내 거주 이용자의 거래 이익을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세청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을 해석하기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다고 봤다. 소득세법에 '비거주자인 외국인에 대해서는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해 받은 이익으로 생긴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 이익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무형의 암호화폐를 외국인의 국내자산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존재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득세법에서는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자산 범위를 근거 없이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을 당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사진=빗썸)

기획재정부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교일 의원을 통해 '현행 세법상 암호화폐 개인 투자자에 대한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쟁점2] 거래 손실을 본 사람에게 소득세를 매길 수 있나?

국세청이 외국인의 원화 출금합계액 전액을 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봤다. 해당 기간 외국인 원화 출금액 3천325억원이 모두 과세 대상이 됐다.

소득세는 거래로 인한 차익이나 경제적 이익이 발생했을 때 부과해야 하는 것임에도, 단순히 원화출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100만원 투자자가 90만원 손실을 보고 10만원만 출금했다고 해도, 10만원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 거래 손실을 본 사람도 소득세를 내야 하느냐는 반박이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은 매수가와 매도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거래로 인한 기타소득액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출금액 전액을 기타소득세 원천징수 대상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한 것이 아니라 거래소 지갑으로 코인을 전송해 매도한 경우 매수가를 알 수 없다.

■ [쟁점3]빗썸은 이용자 거래 이익에서 소득세를 미리 공제(원천징수)할 의무가 있었나?

803억원의 세금은 이용자 거래 이익에 대해 부과된 것이지만, 실제 국세청에 이 세금을 납부해야할 의무는 빗썸에 주어졌다. 국세청이 빗썸을 소득세 원천징수의무자로 봤기 때문이다.

단순히 암호화폐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대금 수령.지급 업무만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원천징수의무자로 봐야하는지도 이번 과세 적합성을 따지는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무자’는 비거주자에게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 또는 ‘그 지급자의 대리인 또는 수임임’으로 규정돼 있다.

국세청도 빗썸을 원천소득지금 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투자중개업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 조항을 근거로 빗썸이 원천징수 의무가 있다고 해석했다. 빗썸이 출금액에서 출금수수료 선취와 같은 방법으로 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투자중개업자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관련 법 조항을 근거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무리한 해석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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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원천징수의무가 있다고 행정지도를 한 차례도 하지 않고 갑자기 의무를 지워 과세 통보를 한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란 반박이다.

한편, 빗썸은 국세청의 과세 통보에 대해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과세 금액이 조정될 수 있도록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