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창업자 딸 체포, 美 전형적 정치 음모"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에 관해 前캐나다 주워싱턴 대사 토로

홈&모바일입력 :2019/12/02 22:38    수정: 2019/12/02 22:39

1년 전 12월 1일, 중국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가 홍콩발 멕시코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캐나다 밴쿠버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미국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화웨이의 CFO를 맡고 있는 멍 부회장 체포와 신병인도를 캐나다에 요구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로부터 1년 후, 지난 달 30일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메일(The Globe and Mail)은 '화웨이의 멍완저우 체포 이전 최후 몇 시간'이란 제하 기사를 통해 멍 부회장을 체포하기까지 이뤄진 미국 정치계의 막전막후를 다뤘다. 전(前) 캐나다 주워싱턴대사관 데이비드 맥노튼(David MacNaughton)은 "중국인들은 전형적인 미국-캐나다의 정치적 음모(political conspiracy)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면밀하게 준비작업을 해 온 미국 정치계의 희생양이 된 멍 부회장의 체포 과정이다. 그 뒤엔 미국의 존 볼턴(John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었다.

1년 전으로 돌아가 12월 1일. 몇 시간 후 체포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멍 부회장은 이미 미국 사법부문의 감시 속에 있었다. 흰 티셔츠에 블랙진, 흰 운동화를 신은 그, 그리고 동행의 옷차림은 모두 미국연방조사국, 미국사법부, 캐나다경찰과 캐나다국경서비스국에 보고되고 있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CFO (사진=바이두)

이날 오전 11시 13분, 멍 부회장이 탄 비행기가 착륙한 이후 그는 캐나다 국경서비스국 직원에 의해 구금, 수 시간 후 캐나다경찰에 의해 정식으로 구류된다. 이후 미중관계는 급속히 냉각하며 캐나다 역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11월 29일 이미 멍 부회장이 탈 비행편을 파악했으나 이튿날인 11월 30일이 돼서야 캐나다에 12월 1일에 도착할 그의 체포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전 캐나다 주워싱턴대사관 데이비드 맥노튼은 "중국인들은 전형적인 미국·캐나다의 정치적 음모라고 여긴다"며 "그들에게 들어보면, 그들은 캐나다와 미국 관계자가 공동으로 이 사건을 기획한 것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멍 부회장 인도 요청을 하기 전 캐나다와 미국의 사전 논의는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음모의 암막 뒤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었다. 글로브앤메일이 인터뷰한 캐나다 트루도 총리의 고문 중 한 사람에 따르면 존 볼턴은 멍 부회장 체포 막후의 '지휘관' 이었다. 볼턴, 그리고 그와 정치적 이해를 같이한 이들은 멍 부회장 체포를 중요한 사안으로 여겼다. 캐나다 사법부와 경찰이 인도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 믿고 캐나다에서 멍 부회장 체포를 결정한 주축이다.

체포 사실은 맥노튼에도, 더 나아가 저스틴 트루도 캐나다 총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 때맞춰 11월 30일부터 12월 1일에 걸쳐 열린 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2시간 반 동안의 환담을 갖고 90일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볼튼은 합의를 마칠 때 까지 이 사실을 트럼프에 알리지 않았다.

반면 사법부장과 상원 정보위원회 주석, 수석민주당 의원 등 정치계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다.

시 주석은 연회 후 이 사실을 알고 캐나다 측으로부터 이 일에 관해 전해듣지 못한 사실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루도 총리도 1일 늦게서야 이 일을 전해들었다.

존 스미스 미국재정부 해외자산콘트롤오피스(THE U.S. TREASURY’S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주임은 "캐나다 정부가 이 일을 할 때 오리무중 상태였다고 믿진 않는다"며 "캐나다 정부는 이 일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정부와 타 국가에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하고서도 인도 협약을 지킨다는 기본적 원칙에 가치를 둔 것"이라고 글로브앤메일은 전했다.

갑작스런 요구에 대응한 캐나다와 달리, 미국은 준비했다.

한달 전인 11월 1일 이미 미국 사법부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국 기업에 대한 법 집행 강도를 높이겠다며 경고를 날렸다. 한 세션에선 뉴욕 검사가 화웨이의 멍 부회장 사건을 주도하고 있다며 인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미국 정치계와 법조계가 멍 부회장을 향해 긴밀히 움직이고 있었단 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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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캐나다의 피해는 적지 않다. 중국의 '보복'을 면치 못하게 된 캐나다의 경우 외교관과 기업가가 중국에서 간첩활동 혐의로 구류되기도 했다. 캐나다 유채씨 수출량의 40%가 중국으로 팔렸지만 멍 부회장 사건 이후 수출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멍 부회장은 현재 벤쿠버 자택에 구금된 상태로 미국으로 신병 인도를 위한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