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E “기업 맞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 돕는 가교 역할”

정석원 하이브리드 IT 사업부 이사·정구형 차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12/01 13:17    수정: 2019/12/02 22:12

“시장의 흐름에 따라 기업의 워크로드 중에 많은 부분이 최종적으로는 퍼블릭이던 프라이빗이던 클라우드로 이전될 것이다. 결국 기업이 자연스럽게 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사옥에서 만난 한국 HPE 정석원 하이브리드 IT 사업부 이사와 정구형 차장은 위와 같이 말하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 HPE의 내년도 시장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이 만든 데이터와 앱을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상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국 HPE 정석원 하이브리드 IT 사업부 이사.

편의성과 신뢰도를 비롯해 기존 오프라인 저장공간인 서버와 비교해 빠르게 앱을 개발하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민첩성과 다양한 기술을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과 비용 절감 등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이 두드러지면서 도입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워크로드를 클라우드로 전환한 비율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보안, 데이터주권 등 규제를 비롯해 기업 간 기술격차 등으로 인해 워크로드를 모두 클라우드 환경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엔터프라이즈 기업이 모든 워크로드를 클라우드로 올리는 것이 아닌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PE는 ‘엣지투클라우드를 애즈 어 서비스(aaS, as a service)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HPE가 제공하는 온프레미스 환경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엔드포인트인 엣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에 저장하고 이를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L)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마치 하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고객 경험과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석원 이사는 “HPE도 고객사 워크로드의 많은 부분이 클라우드로 이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한순간에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옮기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기업이 클라우드로 잘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누군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가교 역할은 기존에 온프레미스로 고객에 서비스를 잘 제공했던 HPE 같은 회사가 클라우드를 이해할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구형 차장은 “HPE는 엣지, 스토리지, 고성능 컴퓨팅(HPC) 등 다양한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 년간 기업을 지원하며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마다 비즈니스 특성과 요건에 맞게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환경을 도입 전략을 제시하고, 이관 후 운영까지 돕는 가교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 온프레미스-클라우드 통합 경험 제공

HPE의 전략은 온프레미스를 기반의 모든 제품을 하드웨어 형태에서 서비스 형태로 전환해 마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듯한 고객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의 개발 환경을 통일해 사용자는 하나의 소프트웨어에서 두 환경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한국 HPE 정석원 하이브리드 IT 사업부 이사와 정구형 차장.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오프라인 인프라 장비 대여 등이 한 번으로 끝났던 기존 거래 방식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월 과금제로 통합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외에 결제과정 등 외적인 부분까지 통일성을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정구형 차장은 “AAS의 저변에는 클라우드, 엣지 등이 등장하며 복잡해진 개발 및 운영 환경을 정리할 수 있도록 HPE가 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개발 환경을 비롯해 과금체계도 결제 역시 하나의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모든 제품을 일회성 구매가 아닌 월정액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HPE는 보다 긴밀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MS, 구글 등 다양한 클라우드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MS 애저와 온프레미스 환경을 위한 애저 스택용 HPE 컨버지드 시스템 지원을 통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축했으며 구글의 멀티 클라우드 플랫폼인 ‘안토스(Anthos)’와 업계 최초 컴포저블 인프라인 HPE 시너지 제품과의 협력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석원 이사는 “HPE는 그동안 협력해온 인프라스트럭처와 함께 제공하던 서비스를 변함없이 제공하려 한다. 다만 클라우드, 엣지 등 다양한 개발 환경이 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더 많은 솔루션과 제품이 등장하면서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고객기업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것은 온프레미스가 적합한지 등에 대해 신호등 역할을 맡아 방향성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기업 사례도 늘고 있다. 기업에서 워크로드를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로 나눌 때 보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오픈소스 기반 개발 소프트웨어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기업의 지적 자산이 포함된 소프트웨어는 온프레미스에서 HPE 서버에서 운영하는 식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구성된다.

정 차장은 “여러 서비스 환경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소프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외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더라도 두 환경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불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우리는 HPE 장비를 외부소프트웨어와 연동해 관리할 수 있도록 인프라 관리 도구인 원뷰와 관련 API를 소스코드까지 포함해 깃허브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HPE 로고

또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인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HPE 전문 개발자가 구축부터 위탁운영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 “클라우드-온프레미스 장단점 알아야 최적화된 모델 구축 가능해”

정석원 이사는 기업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을 위해선 적용에 앞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워크로드가 어떤 환경과 구성이 적합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이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때 비용이나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AI와 ML을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장시간 적용했을 때다.

클라우드는 사용한 인프라와 시간에 따라 비용이 청구되는 방식으로 유연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서버를 쉬지 않고 사용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선 장점이 아니게 된다.

예를 들어 보안 검색대 한 라인에서 짐 수색을 위해 촬영한 사진 이미지가 한 장당 수 MB 정도다. 그 이미지를 1년간 모은 데이터 풀을 AI가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시간 정도이다.

이렇게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진 AI를 1년 365일 학습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양은 거대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서버의 양과 규모가 커지고 사용시간이 증가할수록 클라우드 서비스 특성상 비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처리하는 기업은 오히려 대규모 자체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산업 전문 분석기업인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 역시 데이터 로드가 많은 고성능 AI 및 HPC 인프라 작업 비용은 3년 장기 계약으로 할인을 받더라도 사내 인프라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정석원 이사는 “AI나 ML을 특정 시간이나 상황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한다면 클라우드가 여러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AI를 전문적으로 사용하고 여기에 주력하는 기업이라면 온프레미스 환경이 오히려 비용이나 속도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검토해 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국내에도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1년 365일 끊임없이 AI를 학습시키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기업 중 일부는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클라우드 비용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 세계 최고 수준 HPC 기술력 기반 서비스 제공

HPE는 다양한 기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확보 중이다. 특히 올해는 HPE는 슈퍼컴퓨터 전문 기업인 크레이(Cray)를 인수해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뿐 아니라 흡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레이는 슈퍼컴퓨터 랭킹 '톱500'의 상위 10대 슈퍼컴퓨터 3대를 개발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기상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도 이 회사가 만들었다.

현재 크레이는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아르곤국립연구소에 공급하기 위해 프론티어와 오로라 2종의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이 슈퍼컴퓨터 2종은 최초의 엑사플롭스급 컴퓨터로 기록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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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이사는 “HPE와 크레이는 ‘비욘드 슈퍼(Beyond Super)’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2개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확보를 눈앞에 두는 등 HPC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1위에 올랐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엑사스케일급 HPC 개발 노하우를 ML 통합 관리 솔루션인 ML 옵스(ML Ops) 등에 적용해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HPE는 “현재 여러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를 모으고, 이동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모든 부분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고객사에게 제공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면서 “우리가 확보한 수 많은 기술을 중 국내 고객사에 가장 적합한 것을 정리해 최선의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