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인수할 줄 알고 샀는데”...BXA토큰 투자자 부글부글

토큰 발행·유통 관련자 20여명 상대 형사소송 준비

컴퓨팅입력 :2019/11/15 15:29    수정: 2019/11/15 22:18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에 나섰던 BXA컨소시엄(법인명 BTHMB)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잔금 납입에 실패하면서, 인수 추진과정에 발행된 BXA토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빗썸 인수 무산으로 BXA토큰이 사실상 무용지물으로 전락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XA 투자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조직하고 피해사례 수집에 돌입했다. BTHMB는 2018년 10월경 부터 총판을 통해 약 300억 규모의 BXA토큰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BXA토큰 투자자들은 "BTHMB가 실제로 빗썸을 인수할 능력이 없으면서 BXA토큰을 마치 빗썸토큰으로 오인하도록 만들어 판매했다"고 주장하며, 토큰 발행과 유통에 관여한 20여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발행 주체인 BTHMB와 총판인 오렌지블록 뿐 아니라 빗썸까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어, 매각 불발 파장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BXA토큰 투자자들이 토큰 발행과 관련된 20여 명에 대해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기자 간담회에서 BXA 토큰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장면.

■ BXA 토큰, 왜 문제가 되고 있나

싱가포르 법인인 BTHMB는 지난해 10월 빗썸 지주사 비티씨홀딩컴퍼니 주주들과 4천억원에 지분 51% 매매 계약을 맺고, 빗썸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왔다. 올해 초 계약금과 잔금일부로 1천300억원을 납입했으나, 약속한 일자에 남은 잔금을 내지 못했다. 양측의 명확한 입장발표는 없었지만 사실상 매매 계약이 파기된 상황이다.

BXA는 빗썸 인수를 추진하던 BTHMB가 거래소연합 사업에 활용하겠다며 발행한 토큰이다. 빗썸을 중심으로 뭉친 거래소연합이 서로 거래주문장부(오더북)를 공유하는 등 공동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게 당시 청사진이었다.

계획대로 될 경우 BAX토큰은 거래소연합의 기축통화 겸 각종 서비스 결제에 사용한다고 BTHMB 측이 주장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BXA토큰은 지난해 10월부터 공동구매 단체채팅방(공구방)을 통해 150~300원에 판매됐다.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판매된 물량은 총 300억원 규모다. 투자 참여자는 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9월30일 이후 BTHMB의 빗썸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BXA토큰이 투자가치가 없는 깡통 토큰으로 전락한 때문이다.

현재 BXA토큰 1개는 3원에 거래되고 있다. ICO 대비 99퍼센트 하락(100분의 1토막)한 가격이다. 투자 피해자 모임 단체채팅방에는 "13억이라는 큰 돈을 투자했는데 지금은 1천만원도 안된다"고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한 투자 피해자 모임 참여자는 "BTHMB가 빗썸 인수에 실패했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BXA 코인의 가격은 계속 폭락을 거듭했다"며 "이로인해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게 됐는데 (누구도) BXA 판매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쟁점1] BXA토큰 판매, 사기죄 성립 되나

BXA토큰 투자자들은 BXA토큰 발행과 판매·유통 과정에서 관련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BTHMB가 처음부터 빗썸 인수 능력이 없으면서, BXA토큰을 '빗썸코인'으로 오인하도록 광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미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을 통해 BXA컨소시엄이 빗썸을 인수할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고 BXA 토큰을 판매해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BTHMB 대표를 맡고 있던 김병건 BK그룹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를 직접 해명했다. 김 회장은 "BXA 토큰 판매 자금은 BXA 메인넷 개발과 얼라이언스 구성에 들어가며 빗썸 인수 자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금 부족으로 인수가 무산되면서 BXA토큰 발행 목적과 BTHMB의 자금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은 BTHMB가 빗썸을 인수할 충분한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빗썸코인으로 오인할 만한 토큰을 판매한 것이 처음부터 사기 의도가 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BTHMB는 BXA 백서, 각종 마케팅 홍보 자료, 이벤트 등을 통해 빗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BXA토큰의 홍보를 진행했다. BXA토큰 백서는 "한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시작으로 BXA는 개별 지역을 뛰어 넘는 암호화폐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사업계획이 소개돼 있다.

BTHMB 측에 BXA토큰 투자자 소송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문의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BXA홈페이지에 빗썸이 연합거래소 파트너로 표시되어 있었던 이미지(사진=투자 피해자 모임 제공)

[쟁점2] BXA토큰 발행 책임 누구에게 있나

BXA토큰 투자자 중 일부는 BTHMB와 토큰발행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김병건 BK그룹회장 못지 않게 빗썸 고문인 이정훈 씨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김병건 회장과 이정훈 고문의 공동책임을 주장하는 이유는 BTHMB 최대주주인 SG브레인테크놀로지(구 BK SG)의 지분을 두사람이 거의 5:5 비율의 나눠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건 회장이 49,991%(김 회장 100% 소유하고 있는 BK홀딩스->SG BK를 통해 지분 보유), 이정훈 고문이 49,997%를 가지고 있다.

SG브레인의 이사 구성을 보면 김 회장보다 이 고문이 BTHMB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것 아니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SG브레인의 이사 5명 중 3명이 현재 빗썸 직원으로 의심되며, 이들은 이 고문이 선임했다"는 게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한 블록체인 전문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지분관계 등을 면밀하게 따져,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특정되면 충분히 피고소인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고문은 빗썸의 실제 오너로 알려져 있다. 빗썸 오너가 자기 지분을 포함해 우호지분을 매각하면서, 사기를 목적으로 BXA토큰을 발행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일부에선 BXA토큰 발행이 오롯이 김병건 회장 책임이란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김병건 회장이 빗썸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책임지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빗썸 매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BXA토큰 발행에 정말 빗썸 쪽 인물들이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면 진작에 빗썸에 상장시키고 문제 확산을 막지 않았겠냐"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김 회장이 인수자금마련 목적으로 BXA토큰을 발행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쟁점3] 빗썸은 도의적 책임 없나

BXA투자자들은 빗썸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BXA토큰을 빗썸토큰으로 오해하는 데 빗썸도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BTHMB의 빗썸 인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BTHMB는 빗썸 브랜드를 활용해 사업을 펼쳤다. 회사가 추진하는 거래소연합 사업 전면에 빗썸을 내세운 것이다.

빗썸은 BTHMB가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BXA토큰 ICO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말께 빗썸이 홈페이지를 통해 "빗썸이 BXA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됐다"거나, BXA토큰을 설명하며 "빗썸의 주주사인 BXA가 발행했다"고 하는 등의 공지를 띄워 투자자들이 오해를 굳히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BTHMB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이후, 빗썸은 BTHMB나 BXA토큰과 더 이상 관련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빗썸의 해외 사업 관계사 빗썸글로벌은 BXA토큰과 용처가 비슷한 '빗썸코인(BT)' 발행 계획을 밝혔다. BT는 빗썸, 빗썸글로벌, 빗썸싱가포르 등 14개 관계사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BXA토큰과 BT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빗썸글로벌 관계자는 "빗썸이나 빗썸글로벌 모두 BXA와 관련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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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투자자들은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이 너무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BXA투자자들의 형사소송 준비에 대해 빗썸 측은 "BXA토큰은 발행 주체가 BTHMB이기 때문에 빗썸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