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우울증 치료, AI가 약물 대체할 수 있을까?

ATS 2019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과 효과 소개

인터넷입력 :2019/11/04 08:19    수정: 2019/11/05 10:46

인구 고령화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하면서 이로 인한 정신 건강학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기술 중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치매나 불안장애, 주의력결핍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서 주목 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산업이 활성화 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에 뛰어든 기술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하이’(HAII)다. 하이는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HCI Lab) 김진우 교수가 지난 2016년 교원 창업한 회사로, AI 기술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김진우 교수는 오는 1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ATS2019'에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AI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소개할 예정이다. (☞ ATS2019 바로 가기)

■ 날로 심각해지는 치매, ADHD, 우울증...‘디지털 치료’ 시장도 급성장

치매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매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2015년 4천700만 명의 치매환자는 2030년 7천500만 명, 2050년 1억5천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회적 비용은 2030년이 되면 2조 달러(약 2천380조원)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약 72만 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0%가 치매환자인 셈이다. 2045년이 되면 2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발표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건강보험 진료 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국내 ADHD 진료인원은 약 5만3천명으로 조사됐다. 10~14세가 33.9%로 가장 많았고, 25~29세 환자 증감률은 6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우울증 문제도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2013년 약 58만5천 명에서 2018년 약 75만2천 명으로 28.6% 증가했다. 조울증 환자수의 경우는 2014년 약 7만6천명에서 2018년 약 9만6천 명으로 26.6% 늘었다.

이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법은 그 동안 전문의 상담이나 약물 치료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 건강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약 2조원(17.4억 달러)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10조원(약 87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울증이나 ADHA 등 정신 질환 문제를 약이 아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치료하는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 ‘하이’ 디지털 치료 R&D 집중...사용자 경험 고려한 SW 치료제 개발

김진우 하이 대표(연세대학교 교수)

하이를 이끌고 있는 김진우 교수가 전문성을 갖는 부문은 사용자 경험 쪽이다. 미국이 디지털 치료제를 평가할 때 여러 항목을 검토하는데, 그 중 사용자 경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승인 과정에서 해당 디지털 치료제가 얼마나 안전한지, 또 효과가 있는지도 따지지만 사용자 경험이 어떤지가 훨씬 비중 있게 고려되는 이유에서다.

하이는 현재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을 강화해 치매를 예방해주는 카카오톡 챗봇 서비스인 ‘새미’를 출시한 상태다. 또 기저핵을 강화해 ADHD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뽀미’,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겪는 우울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미’를 개발 중이다.

유미는 카톡 채팅을 통해 계산, 언어, 집중력, 실행능력, 기억력 훈련 등을 통해 치매를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 머리를 계속 쓰도록 해 뇌를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서울대병원, 이대목동병원과 같이 하는 프로젝트다. 새미는 계속 사용자를 추적해 과학적 근거를 쌓고 있다.

뽀미는 상명대학교, 카이스트, 서울세브란스병원,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신의진 의사 등과 연구개발 중이다. 초등생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기저핵 활동을 낮추는 보이스 봇을 개발했다. 또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공 모양의 AI 스피커와 앱도 만들었다.

이 밖에 하이는 제일 큰 시장이면서 접근하기 어려운 우울증 문제 해결을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연세대, 카이스트 등과 협력하고 있다.

김진우 대표는 ATS 2019 강연을 통해,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가 치매, 불안장애, ADHD와 같은 치료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효과를 주는지도 설명할 예정이다. 나아가 왜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이 디지털 치료제의 원년이라 부르는지, 이 기회를 우리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논한다.

■ 디지털 치료 시장 앞서가는 미국...허가 절차 대폭 축소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디지털 치료 산업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IT 회사와 제약 회사들이 모여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정부는 특정 요건만 갖추면 단축된 검사 절차만으로 허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이다. 보통 10~15년 걸리는 의약품 심사 절차를 3년 안에 끝내주겠다는 탄력적인 심사 절차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식약처에서도 올해 9월 디지털 치료를 위한 소프트웨어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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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정부의 이런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올해 페어라는 기업이 알코올, 담배 등 중독치료를 위한 인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현재 불면증, 우울증도 임상실험을 진행 중인데, 1년 만에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다.

클릭 테라퓨틱스 등도 보험회사나 제약사들과 손을 잡고 소프트웨어형 디지털 치료제를 활발히 개발 중이다. 아킬리 인터랙티브 랩의 경우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게임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 소프트웨어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 ATS2019 사전등록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