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제한...석박사 AI인재들 국내기업 인턴 꺼려"

윤세영 KAIST 교수 스프리 포럼서 강연..."좋은 논문 쓰려 국내 기업에 안가"

컴퓨팅입력 :2019/10/30 06:48    수정: 2019/10/30 10:26

"세계적 인공지능(AI) 연구 및 교육을 위해 주 40시간 제한을 풀어야 합니다. 좋은 논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써야 합니다. 주 40시간 제한은 논문 연구를 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치명적인 규정입니다."

"정부 정책으로 배출하는 인력과 AI인재상간 간극이 있습니다. 머신러닝을 기존 서비스나 제품에 유의미하게 적용하려면 모델 개발자보다 인프라 개발 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AI인재는 크게 전문인재와 융합인재가 있고 최고급 인재는 새로운 AI기술을 제안할 수 있으며 AI 최상위 학회나 학술지에 논문을 발간할 수 있는 인재로 박사급 이상이 이에 해당합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장 박현제)는 29일 성남시 판교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인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47회 스프리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윤세영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조교수가 '인공지능 고급 인재 양성 현안'을 주제로, 또 추형석 스프리 선임연구원이 '인공지능 인재 정의와 분류'를, 김준기 래블업 CTO가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AI 인재상'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다양한 레벨 인공지능 교육 필요...산업현장 재교육도 중요

윤 교수는 AI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원생들의 주 40시간 제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40시간 문제로 대학원생들이 국내 기업에 인턴을 가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논문을 쓰려면 밤새 써야 한다. 40시간 규정이 있으면 안된다. 논문 욕심이 있는 학생들이 국내 회사에 안가려 한다. 대신 해외로 인턴을 가려 한다.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세영 KAIST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다양한 레벨(Level)의 인공지능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그는"산업현장 인력의 재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카이스트 AI 대학원은 현장 인력을 위한 비학위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수 인재가 주요 AI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인공지능 고급 인재를 양성하려면 풍부한 리서치 펀드, 훌륭한 교수진과 학생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미국을 제치고 딥러닝을 선도한 이유도 지난 10여년간 계속 유지해온 리서치펀드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전적 문제를 장기간 연구하려면 리서치 펀드가 필수적이다. 윤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세계적 AI 연구를 하려면 다수의 교수진이 필수며, 다양한 배경 지식을 가진 연구자 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해외 우수 AI연구소로는 캐나다 '밀라(MILA)' 연구소와 프랑스 '인리아(INRIA)' 연구소 두 곳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밀라연구소는 요샤 벤지오(Yoshua Bengio)가 이끄는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세계 최고 수준 AI연구소다. 한 대학이 아닌, 몬트리올대학교 등 4개 대학의 공동 연구소다. 다수의 유명 연구자와 회사를 키워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삼성 등 많은 기업의 AI연구를 돕고 있다.

'인리아 연구소'는 프랑스국립연구소다. 컴퓨터과학과 응용수학에 특화했다. 프랑스 8개 도시에 연구센터가 있다. 약 1300여명의 연구원과 500명 포스닥, 1000명 박사과정 학생들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연구원들은 주요 대학의 교수직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AI 전략을 주도하는 핵심 기관이다. 여러 대학에 분산된 연구 인력을 한 곳에 집중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도 AI인재에 대해 기업연구소와 학교간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스탠포드와 구글, 바이두에서 겸직하고 있는 앤드류 응과 뉴욕대와 페이스북에서 겸직하고 있는 얀 르컨, UC버클리와 오픈AI에서 겸직하고 있는 피터 아빌 등이 대표적이다. 유명 한국사람도 있다. 자연어 처리 세계적 전문가인 조경현 뉴욕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일한다. 또 컴퓨터 비전 분야 세계적 석학 이홍락 미시간대 교수는 구글브레인에서 근무한다.

윤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 및 교육에서 가장 핵심은 사람"이라며 "세계적 학자를 데려와야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적 학자들은 같이 연구할 사람이 있는 지, 산학협력 기회와 연구비는 충분한 지, 연구환경과 대우 및 장소는 괜찮은 지 등을 따진다. 이들 조건을 충족해야 우리나라가 세계적 AI학자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정부 AI대학원에 선정된 KAIST가 세계 최고 수준 AI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면서 "세계적 AI연구 및 교육을 위해 연구 인턴십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과 AI대학원 장기 지원, 판교 등 수도권에 대형 연구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협의 AI인재는 최고급, 고급, 중급, 초급 등 4단계로 구분 가능...SW기술도 중요

AI인재상을 발표한 추형석 스프리 선임연구원은 AI인재가 크게 두 가지라고 분석했다. 즉, AI기술 자체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인재와 AI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그것이다

AI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 그 기반인 SW 기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추 연구원은 "AI기술 혁신은 AI 알고리즘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추형석 스프리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추 연구원은 AI인재를 협의 인재와 광의 인재로 나눴다. 협의 인재는 AI 전문인재(최고급 인재, 고급 인재)와 AI 융합인재(중급 인재, 초급 인재)로 재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협의 AI인재는 최고급, 고급, 중급, 초급 등 네 단계가 있다.

최고급 인재는 새로운 AI기술을 제안할 수 있는 인재다. AI 최상위 학회나 학술지에 논문을 발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박사급 이상을 말한다.

고급인재는 최신 AI 알고리즘을 완벽히 이해하고, 소스코드로 구현할 수 있으며, 주어진 문제에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석사급 이상이다.

중급 인재는 소스코드가 공개된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고, 이를 주어진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관련 석사 학위소지자나 비학위 과정 전문 교육을 수료한 개발자다.

초급 인재는 데이터와 문제가 주어지면 공개SW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컴퓨터 관련 학사 학위 소지자와 AI 교육 프로그램 수료자가 대상이다. 추 연구원은 국내에 이들이 각각 얼마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현재 시장 수요는 대부분 중급인 AI 융합인재와 고급인 AI전문인재에 치중돼 있다"고 추정하며 "새로운 AI 기술은 대부분 다학제적인 원천기술을 통해 개발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최고급 AI 전문 인재 양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AI기술이 급속히 플랫폼화한다는 것은 AI기술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현재 각광 받는 AI융합 인재 수요가 미래에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고급 AI 전문가는 여전히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머신러닝 개발자보다 인프라 기술을 다룰줄 아는 개발자가 더 필요

김준기 레블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인용해 자동머신러닝(AutoML), 챗봇, 양자컴퓨팅이 최대 기대치를 받고 있다면서 막 뜨고 있는 기술로 에찌AI(Edge AI)를 꼽았다. 그는 AI도 제품 가능한게 중요하다면서 "프로토타입(시제품)은 하루만에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판매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데는 몇년이 걸릴 수 있다. 나의 경우 4년이 걸렸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김준기 레블업 CTO가 발표를 하고 있다.

김 CTO는 AI 제품 상용화 조건으로 세가지를 들었다.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을때 이를 재학습할 수 있는 점진적 개선 체계, 모델이 잘못된 결과를 내놓고 있는 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 마련의 오류 검증, 모델 추론을 배포 대상 시스템에서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성능 등이다.

배니싱 그래디언트(Vanishing Gradient) 문제 해결로 딥러닝이 가능, 사람이 하는 모델 및 알고리즘 설계보다 자동화한 패턴 학습 비중이 더 커지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한 그는 데이터 누적량 급증과 이를 다루는 고속 네트워킹 및 병령 연산 기술 발전 등 AI 개발 환경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데이터 누적량 경우 2020년 인류 전체 데이터 생산량이 2009년의 44배나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있다.

김 CTO는 협의 AI인재를 머신러닝 모델 개발자로, 광의 AI인재를 머신러닝 인프라 개발자로 구분했다.

머신러닝 모델 개발자는 머신러닝 자체를 새로운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고, 머신러닝 인프라 개발자는 운용체제, 네트워크, 분산시스템, 가상화 등 기반 인프라 기술을 직접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정부 정책으로 배출되는 인력과 인재상간 간극이 있다고 진단했다. 즉, 정부 인재양성 정책과 머신러닝 SNS 및 커뮤니티에서는 모델 개발자 양성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 머신러닝을 기존 서비스나 제품에 유의미하게 적용하려면 모델 개발자보다 인프라 개발 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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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프레임워크만 알면 기껏 만든 모델을 제품화 및 상용화 할 수 없다면서 "산업계가 원하는 AI 인력정책 방향은 모델 개발자 뿐만 아니라 인프라 개발자에게도 인재양성과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통계 기초 필요성도 지적했다. 텐서플로 같은 도구를 사용법 뿐만 아니라 통계 기초를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CTO는 "한계와 효용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정부 R&D 지원 사업을 기획할때도 과다하게 AI로 모든 이슈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