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강국 좌담회] "고급인력도 실무인력도 태부족...꾸준히 투자해야"

3개 AI대학원 책임자 등 참석 ..."수학 과 과학 교육에 충실해야"

컴퓨팅입력 :2019/09/11 15:59    수정: 2019/09/12 09:00

인공지능(AI)이 국가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우리나라도 이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등 3곳을 AI대학원에 첫 선정했다.

다음달에는 범 정부 차원의 '국가AI 전략'도 발표된다. 예산도 증가세다. 내년 과기정통부 AI 전담팀 예산이 올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2500억 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AI강국 코리아'로 가는 길은 아직 험난하다. 가장 문제점이 부족한 인력이다. 고급인력은 물론 실무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AI를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 방안을 주제로 산학연관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정송 KAIST AI대학원장, 이성환 고려대 AI대학원 주임교수, 이지형 성균관대 AI대학원 학과장 등 3개 AI대학원 책임자와 김지원 과기정통부 전 AI팀장,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부장 겸 전문기자가 맡았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 꾸준한 투자와 정부의 디테일한 정책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디넷이 주최한 AI강국 코리아를 위한 산학연관 전문가 좌담회가 3개 AI대학원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열렸다.

Q. 지난 3월 처음으로 지정된 3개 AI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각 대학원의 운영 방안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정송 KAIST 교수: 지난달 26일 대전 본원에서 개원식을 개최했다. 석사, 박사, 석박사통합 등 3개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지난 4월 신입생 선발에서 석사 과정 22명, 박사과정 10명 등 32명을 뽑았다. 18개 교과목으로 구성한 AI 전문 커리큘럼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고,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평균 연령 41세의 교수진을 구성했다.

매해 60명 이상 선발하고 석사 40명, 박사 20명을 양성한다. 교수진은 8명으로 출발해 내년 봄에 10명을 확충할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AI 인력 피라미드의 정점인 AI모델 개발과 난제를 풀 수 있는 인력 개발에 중점을 둔다.

현재 카이스트는 글로벌 AI 학회에서 7위권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는데 최상위 수준에 올라 명성만으로도 글로벌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수준을 만들려 한다. 또한 국내 기간산업을 AI로 혁신하는 것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한 학기 이상은 해외 AI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게 한다. 또 박사 과정은 해외 학자와 공동연구나 방문 연구를 하게 해 졸업 후 바로 국제적 수준의 실력을 갖게 할 계획이다.

대전이라는 거리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남시에 공간을 받아 50명이 오는 10월 1일 입주한다. 교수 2명과 50~60명을 상주해 산학협력을 한다. 추가로 공간이 확보되면 점진적으로 교수들을 수도권으로 이전해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할 계획이다.

이성환 고려대 교수: 전임 교수는 7명이다. 올해 첫 학기에 28명을 선발했고 연 50명 이상의 박사급 인력 양성이 목표다.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5~6년 교육 과정 또는 석사과정을 마친 후 박사과정을 원하는 학생만 선발한다.

독창적인 학술 연구를 할 수 있는 학술인재와 기업 수요 기반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산업인재 그리고 기술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술 창업인재 양성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수준의 학사관리와 산업체가 투자하고 대학원이 연구결과를 제공하는 실질적인 교육 제공, 해외 글로벌 기업과도 3개월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토론토대학, 카네기 맬런대학, MIT 등과 협약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지형 성균관대 교수: 올해 23명을 선발했다. 내년에 최소 50명, 이후엔 60명 이상 선발할 계획이다. AI가 소프트웨어 기반이지만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전문 교수 11명, 하드웨어 전문 4명으로 교수진이 구성돼 있다.

성균관대 AI 학과의 목적은 코어 및 융합 연구를 진행하려 한다. 학생 육성을 위해 국제 교류 활성화, 해외 교수를 초청해 단기 세미나나 학기 강의, 산학협력 등을 준비 중이다.

Q. AI대학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건의 사항이 있다면

이성환 교수: 가장 어려운 것은 교원 확보였다. 교육법상 7명의 전임 교수를 확보해야 하므로 다른 학부의 교수를 설득하거나 국내외에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만큼 보상을 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인턴십, 프로젝트 등을 위한 해외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마찬가지다.

이지형 교수: 연구 및 교육 비전을 마련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또한 해외 협력체결을 진행하는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경쟁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국내 학교가 이런 체결을 각자 진행하는 것은 낭비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지원 전 AI팀장: 정부는 민간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산업 변화에 맞춰 인재가 양성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AI대학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지원사업이다보니 세계 유명대학과의 협업 등을 고려하지 못해 예산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부족한 인재를 잘 키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 방안을 확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상장한 중견기업은 AI 투자에 곤란한 경우를 많이 겪는 것 같다. 투자사의 손익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자금 활용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익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벤처기업이 공격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는 등 AI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인재 양성과 함께 소규모 인력으로 진행된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AI 정책 제도나 환경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AI를 관련 정책을 새로 시도하거나 기존 사업이나 연구에 데이터 분석 등 AI기법을 활용하려 한다. AI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필요할 것 같다. 기관 등이 AI를 얼마나 알고 있고 투자와 대비가 이뤄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으면 향후 발전 계획을 세우거나 이해관계가 맞는 다른 기관과 기술개발 및 정책 연구를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지표를 만든다면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Q. AI전문인력 부족인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 AI인력은 얼마나 되나. 또 우리나라 AI 경쟁력은 어떤 수준인가

박현제 소장: 기관마다 분석이 다르다. 캐나다 AI기술업체 엘리먼트AI의 2019년 글로벌 AI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국 10개국 중 한국은 최하위인 10위, 1위인 미국은 1만295명, 2위인 중국은 2525명인데 비해 한국은 405명에 그쳐 AI 인력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세계 주요 학회의 논문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도출했다.

중국 칭화대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22만4천 명의 개발자가 있으며, 한국은 2600명을 보유해 세계에서 15위라고 밝혔다. 학회와 특허 커뮤니티 등을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산업분야 필요한 인력이 1만98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공급은 1 600명 수준으로 수급차가 1만 8천명에 달하는 셈이다. 수급부족이 상당해 지금 수준으론 글로벌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환 교수: 우리나라 AI 경쟁력은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가 2016년 한국이 2.2년, 중국이 2.3년이었지만 2017년에는 한국이 2.3년, 중국은 1.9년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AI 인력 양성과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국내 대학에서 AI대학원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장학금 등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재 양성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예산을 높일 수 있도록 기재부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

정상원 대표: 기업 입장에선 박사급 고급인력 외에 엔지니어링 수준의 개발자도 많이 필요한 만큼 이를 구분해서 지원하고 인재 수급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간단한 AI 기술은 기존 개발자도 별도의 학습만으로 참여할 수 있고 요구사항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정책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정송 교수: AI대학원은 글로벌 AI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본다. 대학원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에 적용 가능한 AI플랫폼을 만들고 시스템을 개발해 학위가 없는 사람도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대학원에서 인력 양산까지 하는 것은 막연하다고 본다.

김지원 팀장: 정부 정책은 작년에 발표한 R&D 정책을 봐도 인재 양성 정책이 대학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에 학부과정도 마련돼 있다. 비전공자를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추후 실무 인재를 키우기 위한 부분도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

Q. AI 교육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송 교수: 코딩교육보다 과학, 수학의 교육이 충실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AI는 데이터가 핵심이기 때문에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좋은 데이터를 넣어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이성환 교수: 여러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코딩 기술이 부족한 학생이 많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고려했을 때 지금은 코딩,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려대학교 입시에서도 코딩을 비롯해 선형대수학, 영작 등을 퀴즈를 내고 테스트했다.

물론 초중등 학생에게 AI를 바로 가르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프로그래밍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인공지능 융합전공을 작년에 신설하고 다른 전공의 학생에게 AI관련 교육을 제공해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접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지형 교수: AI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으로 발전했다. 학생에게 AI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주요하지만 AI가 무엇인지 가르치는 기본 소양을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사회전체가 AI 패러다임에 부흥할 수 있는 제도, 정책, 구조가 바뀐다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인재 외에도 AI 인력을 다양한 관점에서 키우고 양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송 교수: 우리의 목표는 해외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한국 인재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와 대학원이 함께 한국인재를 고용해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높여 우수 인력을 끌어올 수 있는 전향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해외에선 이미 많은 기업이 교수를 지원하며 연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영리가 포함된 겸직이 금지돼 있어 매우 제한적이라 세계적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지형 교수: 교수의 겸직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고려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Q. AI강국 코리아를 위해 제언을 한다면

정상원 대표: 꾸준히 AI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이 있어야 프레임이 생기고 그에 따라 생각하고 생각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도 1980년대에 AI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을 때 유일하게 이어왔기에 현재 AI 관련 1위 대학이란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김지원 팀장: AI는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갈 수 있는 정책 아이템이라고 생각된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정부에서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 예산도 늘어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분야만 과기정통부 예산이 작년 560억원에서 올해 1140억 원으로 늘었고 내년은 2500억 원 수준으로 매년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예산은 실무 인재를 키우는 것 외에도 컴퓨팅 파워, 데이터셋,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우수 기업을 지원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인공지능 대학원도 같은 선상에 있고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을 지 고민하고 있다. 대학원 측에서 지원을 현실화 할 수 있도록 해외 사례 등 근거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박현제 소장: 우리나라는 AI부분에서 아직 1그룹에 있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주요 국가를 벤치마킹해서 1인당 연구비, 투자비 등도 그 수준에 맞춰야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김지원 팀장: 미국은 15년에 11억 달러, 중국은 3년간 1천억 위안 (약 18조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프랑스 17억 달러, 영국 12억 달러를 AI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워낙 여러 분야에 AI가 포함돼 산출이 어렵지만 작년에 AI R&D 전략 발표를 했을 때 포함된 정책 사업만 추려보면 올해 예산이 3천800억 원이다.

이성환 교수: 인공지능 대학원 사업이 연구 인력 양성 사업임에도 분류는연구개발(R&D)로 분류돼 있다. 인력 양성을 위해 사업을 진행해도 연구개발 과제로 인식돼 추가 사업이 제한되고 연구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인공지능 대학원 사업은 3책5공(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는 연구 과제가 총 5개, 이중 연구책임자는 3개까지만 가능한 제도) 에서 제외해 줬으면 좋겠다.

김지원 팀장: 기재부의 기준이 그렇다. AI 뿐 아니라 대학원 이상의 사업은 인력 양성이든 뭐든 모두 R&D로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성환 교수: 기업과의 활발한 공동 연구 및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AI 고급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과의 공동 교육, 공동 연구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AI 고급 인재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AI 기술을 보다 빠르게 습득하고 적응할 수 있어 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형 교수: AI는 혁신의 도구이자 스스로를 변화하게 하는 기회라고 본다. 사회전반적으로 흐름에 맞춰 변화하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고 결과를 내도 기업은 해외 대학과 협력하거나 자료를 사용하는 등 서로 따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연구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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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분에서라도 국내 연구자에 대한 믿음을 높이고 정부에서 기업과 대학이 선 순환할 수 있는 내부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더욱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송 교수: AI대학원 사업은 차별화를 둬야 한다. 다른 사업처럼 나눠먹기로 가면 안된다. 정말 심혈을 기울여 선정됐고, 우수한 교수를 모셔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