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도구다...사회적 가치실현 인프라로 접근해야"

이종건 그라운드X 이사 소셜임팩트 컨퍼런스서 강조

컴퓨팅입력 :2019/08/11 16:06    수정: 2019/08/12 08:32

"블록체인은 도구다. 소셜임팩트(사회적 가치 실현) 영역에 적용할 때도 프로그램의 부속품으로써 전체 과정을 더 살려주는 도구가 돼야 한다."

이종건 그라운드X 소셜임팩트 담당 이사는 지난 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블록체인 포 소셜임팩트 컨퍼런스'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솔루션'으로 블록체인을 볼 게 아니라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블록체인 포 소셜 임팩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공부문 혁신 사업과 프로젝트 추진 경험을 공유하고, 블록체인으로 사회를 바꾸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종건 그라운드X 소셜임팩트 담당 이사

이 이사는 이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도구로서의 블록체인'이라는 주제의 오프닝 발표를 맡았다. 그는 "블록체인은 결국 도구"이며 "이 도구가 잘 쓰일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소셜임팩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소셜 임팩트는 개인이나 기업, 공공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서, 소셜 임팩트 분야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특성인 '투명성, 불변성, 추적가능성, 익명성, 인센티브, 빠른 가치 전이' 등이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에 잘 어울린다고 본 것이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이노베이션펀드'를 통해 개발도상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6곳에 총 1억1천200만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환자 이력 추적 시스템 , 백신 배송 확신 시스템, 인터넷 접속이 필요 없는 오프라인 네트워킹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유니세프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미지=유니세프)

이 이사는 페이스북 리브라도 일종의 소셜 임팩트도구로 블록체인을 사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 리브라는 초국가적인 화폐를 가지고 기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포용하고자 한다"며 "리브라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지만 소셜 임팩트 사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소셜 임팩트 사례가 사회취약 계층을 위한 영역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 이사는 "도시 생활에서도 풀어야 하는 문제가 많다"며 "서울시가 시민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 엠보팅이 좋은 사례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소셜 임팩트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순 없지만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특성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은 아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닛픽이라는 스타트업이 그라운드X의 지원을 받아 만든 '불편함'앱을 예로 들었다.

불편함앱은 사용자들의 불편 경험 데이터를 취합하고,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소셜 임팩트 서비스다. 최근 아름다운재단이 제시한 키워드를 주제로 불편 경험을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재단에 무료로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이종건 그라운드X 이사는 이날 블록체인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솔루션이 아니라 인프라로 봐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이사는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를 잘 선택하는 일이었고,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모으는 도구로 쓰였을 뿐이다. 모인 데이터도 2차 가공을 해서 아름다운재단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분석 등 다른 기술도 함께 쓰였다. 재단에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다음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때 활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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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블록체인을 그냥 적용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로 프로그램 전체 과정을 봐야 한다. 블록체인은 이 전체 과정을 더 살릴 수 있는 부속품으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인프라"라고 정의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전체를 다 해결하는 솔루션이 아니다"며 "기저에 깔려서 다른 기술과 연결되고, 사람과 연결되고 기존 기관의 프로그램과 연결되어야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